‘아이 보호’ 부모가 나서야

아이들의 자신감은 초등학교시기에 완성된다. 교사 및 또래와의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인지, 자신이 어떤 일을 잘 해나갈 능력을 가진 존재인지에 대한 결론을 짓게 되는 시기인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아이들 눈에 부모보다도 더 강력한 권위를 가졌다고 여겨지는 교사의 평가는 아이들의 자신감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시기에 교사가 지나치게 신체적인 처벌이나 가혹 행위를 하거나 언어적 위협, 무시, 욕 등과 같은 정서적인 학대를 하였을 경우, 아이들이 받게 될 발달적 손상은 매우 크다. 자신감, 자아 존중감의 저하가 가장 빈번하게 관찰되는 증상이며, 이와 함께 아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불안정하고 위협적이라고 느끼게 되면서 불안 증상을 나타낸다. 이러한 불안은 머리나 배가 아프다는 신체화 증상으로 종종 표현되기도 한다.

자신에게 가혹행위를 하는 교사에게 당할 수밖에 없고 부모도 자신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무기력감과 배신감을 느끼며, 이러한 무기력감은 공포, 걱정, 우울과 연관이 많다. 또한 객관적인 사실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은 '나는 나쁜 아이이기 때문에 벌을 받고 있다'라고 믿고 자기 자신을 비난하기도 한다.

이것은 특히 저학년일 경우에, 그리고 문제를 다루는 성인들이 가해자를 옹호할 경우에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 교사로부터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은 이후 좀 더 신체적, 언어적으로 보다 공격적일 수 있으며, 타인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해석하여 과민반응을 하여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갖게 되며, 자기 가치감의 부족으로 학업수행에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학대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장기간 경험하게 되면 뇌호르몬 순환에까지 영향을 미쳐 뇌의 발달과 구조 변화까지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가혹한 처벌이 아니더라도 자주 맞거나 신체적인 벌을 받는 등의 일상적인 폭력은 이후 폭력적인 비행행동과 연관이 높기 때문에 교육장면에서의 지나친 처벌은 반드시 금지되어야 한다.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삶에서 지지와 보호를 제공하는 최소한 한 명의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긍정적인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면 학대의 영향으로부터 부분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최대한 안정적인 환경을 마련하고 '나쁜 아이'라는 이미지를 가지지 않도록 아이를 탓하지 않고 가해자에게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때 부모의 지나친 과잉반응은 아이가 자신을 '손상된 존재'로 느끼게 하므로 피해야 한다. 학대에 대한 아이의 감정을 들어주고 받아들여야 하며, 부모는 아이에게 '나아질 거야' 등의 막연한 안심을 시키기 보다는 추가적인 학대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이보연·한울아동상담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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