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 한다’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은 그만큼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하긴 옛날에는 너나없이 어려웠다. 나라도 물론 어려웠다. 그러니 나 살기도 바쁜 판에 남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잘 사는 사람이나 못 사는 사람이나 하루 세 끼 굶지 않고 먹으면 다행인 시절이었다. 

내 어릴 적에도 하루 세 끼 중 점심은 찬밥을 끓여 먹거나 수제비 그도 없으면 시래기죽으로 점심을 대신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 우리가 밥걱정 않고 산지가 불과 40여년 안팎이다. 그런데 2009년 기축년,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또 다시 밥 걱정, 잠자리 걱정, 일자리 걱정을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해가 가면 갈수록 점점 살기가 좋아져야 하는데 어찌된 것이 점점 살기가 팍팍해지니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세계적인 경제 공황이 발생하여 그 여파로 우리나라도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도 거대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자가 넘쳐나고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 대국이 된 중국도 수천만의 농민공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유리걸식하며 노숙자 신세로 전락을 하고 있다. 전 세계가 경제공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실업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대국 미국, 중국, 일본도 이런 판국이니 우리나라는 오죽하겠는가. 국토 면적도 넓고 자원도 많은 나라들은 언젠가는 회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우가 다르다. 국토 면적도 적고 자원이 거의 없다. 모든 것을 수입에 의존한다. 에너지는 물론이고 우리가 날마다 먹고 쓰는 모든 것을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 만큼 우리나라는 여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체질경제지표가 낮다. 그러다 보니 회복 속도도 느릴 뿐만 아니라 경기가 좋아지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런 경제 공황 시기에는 서민들과 소외계층들이 더 고통을 받는다. 그들은 경제가 좋을 때에도 어려웠다. 그러니 요즘 같은 때는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정부도 실직자와 빈곤층에 대한 여러 대책을 발표하고 그들을 돕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실직은 곧 극빈층으로의 전락으로 이어진다. 극빈층이 된 사람들은 무능해서 게을러서도 아니다. 그러니 이들을 탓해서는 안 되고, 정부에서는 이들을 돕기 위한 정책과 자활 프로그램을 현실에 맞게 내놓고 실행하여야 한다.

고양시도 마찬가지다. 빈곤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복지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최근 발표된 사회단체 보조금 내용을 보면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지원이 눈에 띄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없애버린 곳도 있다. 이것은 고양시뿐만 아니라 국가예산도 마찬가지다. 더 늘려도 시원찮은 판에 예산을 오히려 줄이다니 말 다르고 행동 다른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역아동센터는 그야말로 소외계층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도움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다.

그리고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그들 대부분은 편부 편모 가정, 조부모 조손 가정, 이혼으로 가정이 해체된 아이들 그리고 저소득층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아이들을 모아 거둬주는 곳이 지역아동센터이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방과 후에 모여 공부를 하고, 책도 읽고 각종 취미 활동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위생점검이나 건강검진, 한 끼 밥 문제까지 해결해 주는 곳이다. 그야말로 방과 후에 갈 곳 없는 아이들을 품어 안아 가정과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곳이 지역아동센터이다.

비록 지역아동센터 뿐만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빈곤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다시 말해 가난구제는 나라가 나서서 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 종 일(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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