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산서당-

“퇴계 선생은 벼슬자리를 마다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서당을 열었습니다. 방방곡곡에 서당이 즐비했지만 하나같이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입시교육장이었죠. 이런 풍조에선 인재를 길러 낼 수 없다는 것이 퇴계 선생의 생각이었습니다.”

오늘날도 퇴계 선생이 낙향했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공교육이나 사교육이 입시위주의 교육에 치중하고 있어 진정한 나라의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는 것이 지론이 회산서당 김백호 훈장. 그는 퇴계 선생을 닮고자 하는 심정으로 서당을 열었다고 첫마디를 뗀다.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참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라고 역설한다. “아이들이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 자꾸 밀어 넣기만 하면 뭐합니까. 그러니까 체하게 되고 토하게 되는 거예요.”

김 훈장은 그릇 키우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무릇 그릇은 그 크기만큼만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릇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은 주입식 지식 교육이 아니라 기본을 가르치는 것이란다. 그 기본이 예절과 명상이며, 현대 사회에서 효력을 상실한 듯 보이는 효(孝)라고.

효와 예절은 어린 시절에 배우고 몸에 익힐수록 효과가 있다는 것이 김 훈장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에 유치부 과정을 만들었다. 인원이 많으면 체계적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한 반의 정원도 5명으로 제한한다.

또 유치부를 모집할 때는 부모를 먼저 면접한다. 아이의 재능보다는 부모가 서당 교육에 함께 참여하겠는가를 묻기 위해서다. 서당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도 실천하게 할 수 있는가를 검토하고 각서를 받는다. 서당에서의 생활과 집에서의 생활이 180도 다르면 아무런 효과도 없다는 것이 김 훈장의 판단이다.

사자소학과 명심보감을 읽고 서예와 다도를 함께 배운다. 서예와 다도를 배우면서 예절과 명상의 기본을 깨우치게 되고 예능도 가르친다는 것이 김백호 훈장의 설명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이때만큼은 훈장님이 엄하지 않기 때문이다. 먹을 갈고 난 어린이들은 저마다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린다. 요즘 유행하는 졸라맨, 피카츄가 주 등장인물이다.

“아이들 상상력을 최대한 살려주고 싶은 거죠. 글씨를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자신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할 줄 아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자신을 표현할 줄 알면 서예는 저절로 되니까요”라며 붓과 종이, 먹에 친해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회산서당의 자랑이란다.

유치부 과정을 마치면 천자문 논어 등 유교의 경전과 도가 사상을 배운다. 붓과 충분히 친해졌다 판단되면 전통서예를 배우고, 서예전문과정인 서예이론 전각 서각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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