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씨앗

독주(獨走)라는 말에는 뜻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경주 등에서 남을 앞질러 홀로 달린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남을 아랑 곳 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요즘 행동은 바로 후자에 속하는 독주라 할 것이다.

운동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한 규칙의 적용이다. 만약 어느 나라 선수는 자전거를 가지고 출전하고 어느 나라 선수는 경주용 차를 가지고 출전하여 겨루자고 한다면 이것은 경기가 아니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영광은 바로 이런 식의 비합리적이고 비신사적인 게임법칙으로 이뤄낸 불명예스런 영광이다.

속된 말로 지 맘 꼴리는 대로 룰을 정해놓고 경기한데서 얻어진 결과이니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그 영광을 찬양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미국은 경기를 원한다. 어제는 아프가니스탄을 초토화시키고 오늘은 이라크를 공습한다.

“나의 게임법칙에 불만이 있는 자는 모두 나와라” 소리친다. 이런 미국에게 ‘싸움마다 이겨 공이 이미 높았으니 족한 줄 알았으면 이제 그만 그치기 바란다(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는 을지문덕의 시 한 구절을 들려주고 싶다. 필연적으로 과욕은 실패를 낳기 때문이다.

<김백호·회산서당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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