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경기도 무형문화재

우리 민요, 특히 경기소리는 재치있는 노랫말과 흥겨운 가락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공연장이 아니면 듣기 어렵다. 또 전통을 붙들고 살아가는 삶은 그리 넉넉하지도 않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31호 ‘경기소리 휘몰이 잡가’ 예능보유자인 이성희(60·사진)씨를 만났다.

이성희씨는 지난 85년 작고한 선소리타령 예능보유자이며 국가주요무형문화재 19호였던 이창배 선생에게 소리를 배웠다. “69년에 이창배 선생 밑으로 들어갔어. 선소리타령은 황용주씨가, 서도잡가는 이은관 오복녀씨가, 휘몰이잡가는 내가 전수했지. 휘몰이 잡가 10마당을 제대로 배운 사람은 나 하나인 거지.”

이씨가 경기도 무형문화제로 지정된 것은 99년 12월이다. 심의하는 날 답답한 마음에 삼각산 도선사 미륵불 앞에서 4시간 동안을 비 맞으며 앉아있었다고 회상한다. 그간의 삶이 힘들기도 했지만 홀대받는 전통문화가 너무도 서러웠기 때문이라고.

중학교 때 선소리꾼의 양산도방아타령에 매력을 느껴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으나, 육두문자가 나오는 창부타령하는 것을 들은 부친에게 혼줄이 나고 꿈을 접었다. 서울로 상경해 공장노동자로, 삼륜차 감자 장사로 생계를 잇던 중 장충단 공원에서 장구치며 소리하는 것을 보게됐고, 그곳에서 이창배 선생을 만났단다.

원당에서 경기민요보존회(971-1446)를 지키고 있는 이성희씨의 요즘 소원은 돈 걱정 없이 소리한번 해보는 것이란다. “결국 내가 제자를 기르지 못하면 경기소리의 맥은 끊어지는 건데, 요즘 젊은이들이 돈 안 되는 이런 일에는 덤비려 하지 않잖아. 거기다 정부도 문화재라고 지정만 해 놓았지, 뭐 도와주는 게 있어. 우리 전통문화에까지 상업논리를 들이대면 아마 문화재 지정된 사람들 다 굶어 죽을 거야.”

상업성과 대중성의 이름으로 우리 전통문화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전통은 재미없다’고 홀대하기보다는 현재의 우리가 있기까지 전통문화가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한번 새겨보아야 할 때다. 지금 우리 사는 모습은 조상들 삶의 반영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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