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조각순례 김영원의 ‘절하는 사람들’

청동주물로 만들어진 사람들이 바닥에 엎드려 텔레비전을 향해 절하고 있다. 업무에 지친 육신을 위로한다는 핑계로 가정사를 뒤로한 채 소파에 기대어 리모콘을 조작하며 휴일을 소비하는 오늘의 가장들을 꼬집는 듯도 하다. 혹은 텔레비전 인기 프로그램의 스토리를 모르면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운 현실을 비꼬는 듯도 하다.

현대의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생활인들은 텔레비전이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할 듯 하다. 그만큼 TV는 우리 삶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오락도 정보도 TV를 통해 얻는다. 혹자들이 ‘바보상자’라 말하며 경원시 하지만 TV로부터 독립된 자신을 상상해 보라. 아마도 하루가 너무 길지는 않을지. 또는 왠지 시대로부터 뒤쳐지는 기분이 들지는 않을지.

조각가 김영원씨는 ‘절하는 사람들’을 통해 ‘현대인의 물신사상을 고발하고 싶었’단다. ‘물신성.’ 작가는 이 한마디를 하고 싶었던 거다. TV 보는 사람들을 비웃는다는 의도보다는 물질의 노예가 된 현대인(작가 자신을 포함해)의 비극적 삶을 드러내고 있다.

지상 최고의 가치이며 이 유혹 앞에 항상 무릎꿇는 우리의 존재를 바라보며 ‘이런 삶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탄하며 ‘새로운 가치’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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