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가·동요로 젊게 사는 '음악클럽'

고양시 음악클럽 가운데 이미 전국적으로 소문난 두 곳이 있다. 영화 ‘부에나 비스타 쇼셜클럽’을 떠올리게 하는 전국 최고령 악단 ‘호수실버밴드’와 40이 가까운 나이도 잊은 채 동심을 노래하는 ‘플라워싱어즈’가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음악을 즐기며 남들에게 노래를 들려준다는 것과 그것을 행복해 한다는 점이다. 또한 누구의 권유보다는 스스로 좋아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 그러다 보니 이들의 표정은 모두가 밝다. 음악뿐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은 이렇게 신나고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일산노인종합복지관 호수실버밴드

지난 16일 오후 1시 30분 일산노인종합복지관 1층 대강당을 찾았다. 가수 김건모의 ‘짱가’가 연주되고 있다. 연주자를 보지 않았다면 젊은이들이 위문공연 온 것으로 착각했을 것. 하지만 연주자들은 80대 노인들이다.

지난 해 4월 결성된 실버밴드는 5월 12일 창단 공연을 시작으로 고양시의 각종 행사에 게스트로 참여했으며 올해는 광주 대전 대구 등 전국투어도 예정돼 있다. 이를 위해 요즘도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오후 1시 30분에 모여 연습을 한다.

악장이며 건반을 치는 최창균(77) 할아버지, 퍼스트 기타 지연영(67) 할머니, 드럼 장화(83) 할아버지, 테너 색소폰 한영춘(83) 할아버지, 앨토 색스폰 조선장(77) 할아버지, 트럼펫 박정근(76) 할아버지, 베이스기타 정인섭(80) 할아버지 등 연주자 일곱 명을 주위에선 ‘아름다운 은빛’이라 부른다.

젊은 시절 군악대, 악극단, 음악교사 등을 하며 20년 이상 음악활동을 해온 전문 연주자 출신들이라 레파토리도 다양하다. 오 솔레미오, 나자리노, 다뉴브강의 잔물결을 비롯해 꿈꾸는 백마강, 고향만리, 소양강 처녀, 번지 없는 주막은 물론 꽃을 든 남자, 봄날은 간다, 사랑으로, 짱가 등 요즘 젊은이들 취향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의 활동을 돕고있는 윤창숙 복지사는 “지난 해 12월 복지관 자원봉사자를 위한 송년의 밤 때에는 실번밴드보다 나이 어린 많은 사람들이 어르신들의 연주를 듣고 따뜻한 연말을 보내기도 했다”며 “어르신들의 열정 때문에 때론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고.

지난 해 10월 열린 노인여가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단원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솜씨가 뛰어나다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아줌마 동요중창단 플라워싱어즈

“올해는 레파토리에 세계민요메들리나 환경 동요를 추가하는 게 어떨까요.”

16일 장항동 호수마을 한 아파트에 모인 ‘꽃 아줌마들’이 2002년 활동계획을 의논하고 있다. 일명 아줌마 동요 중창단 플라워싱어즈 단원들이다.

대학 때 성악을 전공한 주부들이 2000년 9월 결성한 동요 중창단 ‘플라워싱어즈’는 지난 해가 어느 때보다 바쁜 한해였다. 창단 후 한국방송의 ‘열려가 동요세상’, 교육방송의 ‘딩동댕 유치원’에 출연하고부터 여기저기서 출연섭외를 해왔기 때문이다.

소프라노 최안나(40) 오현승(40), 메조 소프라노 김은주(39) 오선(38), 알토 정혜인(39) 이윤경(39)씨 등 ‘플라워싱어즈’ 단원 6명은 전문 합창단이나 음악교사 등으로 활동하다가 고양시에서 만나 접었던 꿈을 다시 펼쳐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내동생’ ‘퐁당퐁당’ 등 귀에 익은 노래부터 ‘새싹들이다’ ‘활짝웃어라’ ‘호수에는’ 등 창작동요까지 80여 곡에 화음을 맞춰 파랑새동요제, 한국동요음악제 등 각종 동요대회와 백화점이나 학교 행사 등 벌써 수십 차례나 무대에 섰다.

화려한 의상과 율동으로 한 중학교에서 열린 음악회에서는 청소년 인기그룹 못지 않은 열띤 환호를 받았고, 호수공원에서 열린 ‘고양시 열린 음악회’에서도 플라워싱어즈는 화제가 됐다. 이런 입소문 덕에 요즘은 어른들 행사에 초대받는 일도 잦아졌다.

이들은 자신들의 동요사랑을 아이들에게도 전해 주기 위해 각각 어린이 중창단도 운영하고 있다. ‘호수나라 중창단(지도 최안나)’, ‘보랏빛소리 중창단(지도 오현승)’, ‘행복한 나라(지도 김은주)’가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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