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영/고양시의회 의원

“차들은 오른쪽길~ 사람들은 왼쪽길~ 맘놓고 길을 가자.”

어릴 때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노래이다. 30년 이상 지난 지금도 가끔 흥얼거리는 걸 보면 잘 만들어진 곡인 이유도 있겠지만, 꽤나 세뇌(?)를 당했었던 모양이다. 우리세대 대부분은 복도의 왼쪽벽에 붙어서 까지발로 걸으며 이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있다.

좌측보행을 암기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무심코 걷다보면 우측으로 통행하고 있는 자신을 보기도 한다. 만약 이곳이 혼잡할 곳일 경우 질서를 지키려면 내가 어느 쪽으로 보행해야 하나, 다시 고민하게 된다. 어떤 경우는 화살표를 따라 걷고 있는데, 뭔가 불편한 느낌을 갖기도 한다. 뭔가 머리와 몸이 따로 반응한다는 느낌이다. 그 이유를 최근에야 알았다.

어린시절 주입식으로 교육받았던 좌측보행 원칙이 완전히 방향을 틀어 우측보행으로 전환된다고 한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4월 29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교통 운영체제 선진화방안의 일환으로 보행자 우측통행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행자 규칙이 갑자기 바뀐 것은 보행자 안전, 심리적 안정, 보행 효율을 제고하고 국제관행에 따르기 위한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우측보행이 이루어지면 차량과 보행자간 비대면 통행이 대면통행으로 전환되어 보행자교통사고가 20% 감소될 것으로 추정하였다. 생체반응 특성실험결과 우측보행이 좌측보행보다 심리적 부담감이 13~1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항 및 지하철역 게이트, 건물 회전문, 횡단보도 등 많은 시설물이 우측통행에 맞게 설치되어 있어, 우측통행으로 전환시 보행속도는 1.2~1.7배 증가하고, 충돌횟수는 7~24%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국제적으로도 미국, 캐나다, 스페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우측통행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좌측보행 규칙을 처음으로 적용시켰던 일본도 이미 자국은 우측보행으로 전환하였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좌측보행이 도로교통법에 남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과거 종묘 제례나 조선시대 의궤에 나오는 행렬도를 보면 우측통행이 기본이었다고 한다.

안전하고, 인체공학적으로 맞으며, 보행효율도 높고 국제적 관행에도 맞는 우측보행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한다. 그러나 문제는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에서 좌측보행을 규정한 이래로 지난 88년동안 오랫동안 익숙해져온 보행문화를 바꾸는 것이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2007년 7월부터 독자적으로 우측보행운동을 전개해온 송파구의 경우 편리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한편에서는 오히려 혼란스럽다거나 우측보행으로 전환을 위한 홍보, 인프라 개선등에 소요되는 예산이 낭비성 예산이라는 지적도 있다. 여기서 나온 지적들을 좋은 교훈으로 삼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중앙정부차원에서 현재 주도하고 있는 국토해양부뿐 아니라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범 정부차원의 태스크포스가 구성되고, 우측보행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현재는 홍보, 도로교통법 개정 등 국가차원의 업무에 대하여만 파악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문화를 바꾸는 일은 단말(端末)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즉,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일들에 대한 리스트업이 필요하고 행정안전부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빠른 시간내에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시기를 조정하면서 할 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행교통량이 많은 곳에서는 의외로 화살표로 유도하는 곳들이 많다. 지하철역의 경우도 개찰구는 오른손잡이가 많은 특성을 고려하여 우측보행에 맞게 설치되어 있지만 에스컬레이터, 계단 등에서는 좌측통행을 유도하는 곳이 많고, 특히 환승통로는 대부분 좌측통행을 유도하고 있다. 고양시의 호수공원도 산측로는 좌측통행하도록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개선되어야 한다. 호수공원뿐 아니라 보행우선구역으로 지정되거나, 보행자 통행이 많은 곳들에 대하여는 전면적인 조사와 보행유도 시설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보행자 통행이 적은 지역에 주로 설치되는 보행자 작동신호기의 경우 보행방향 측면에서 설치위치에 대한 기준이 제공되어야 한다. 지금은 기준이 명확히 없어 일부 지점에서는 보행방향과 불일치하게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다. 이외에도 우측보행 장애 시설물들에 대한 리스트업과 개선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와 아울러 시민단체 등과 함께하는 캠페인 등의 홍보활동과 보행원칙변경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히 어린이, 고령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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