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석/본지 편집위원장

지난 4월과 5월에 두 번이나 천연 잔디 구장에서 축구를 하는 행운을 얻었다. 고양시민으로 누리는 커다란 기쁨이다. 고양시는 시민들을 위하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도시다. 꽃과 호수도 좋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나는 운동장이 많은 게 정말 좋다. 천연 잔디구장에서 마음껏 달리는 행운을 얻는 기회는 그리 쉽게 오는 게 아니다. 고양시여서 가능한 일이다.

나는 나이 40이 넘어 처음으로 축구라는 걸 해봤다. 조금 과장해서, 어렸을 적 누구나 다 한다는 축구를 중늙은이가 다 되어 배우고는 그 재미에 빠져 일요일도 없이 산다. 덕분에 집에서는 조금 눈치를 보고 살지만 축구하는 즐거움에 비하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는 태클이다. 축구는 기초체력을 요하는 운동이므로 나는 축구장에 나가기 전 날에는 어김없이 달리기를 했고 스트레칭도 했다. 만약 격한 몸싸움을 하다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 보다 더 곤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축구는 내가 다칠 수도, 또 남을 다치게 할 수도 있는, 제법 위험한 운동이다. 그러니 순발력은 물론이고 상대와의 호흡도 정말 중요하다. 그저 공만 보고 치닫다가는 부딪쳐 사고를 당하게 된다. 축구를 하다보면 다른 사람의 성격을 훤히 알게 된다. 어떤 이들은 자기에게 오는 공은 절대 남에게 주지 않는다. 체력이 되지도 않으면서 의욕만 넘쳐 드리블을 하다가 기어이 상대방에게 공을 빼앗기고 만다. 그러면 당연히 같은 팀 선수들에게 핀잔을 듣게 된다. 핀잔을 들으면 기분이 상해서라도 그 버릇을 고칠 것 같지만 절대 그러지 못한다. 그건 그 사람의 고칠 수 없는 성격 탓이다.

축구는 팀플레이다. 난세엔 영웅이 세상을 구하지만 시절이 평화로울 땐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적인 삶이 세상을 움직인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축구경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영웅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스타플레이어의 화려한 개인기는 보는 이가 즐겁지만 함께 게임을 하는 선수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팀플레이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패스다. 패스는 나의 동료를 믿고 공을 넘길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공을 서로 주고받으며 최선을 다해 달리다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얼마 전 일본 리그로 옮긴 선수가 나와 같은 생각을 피력하는 걸 보았다. 그는 패스 잘 하는 일본 축구가 즐겁다고 말했다. 패스가 잘 연결되어 멋진 골이 나면 나도 기분이 좋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개인의 능력은 뛰어난 반면 함께 하는 건 잘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세계적 오케스트라 단원 중에 한국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내용도 이를 반증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기반이 좋지 않은 환경인데도 천재를 타고난 개인들이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내가 가장 잘한다는 오만에 빠지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이다.

팀플레이에서 중요한 것은 각자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자기 몫을 열심히 하다보면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이 없고 또 이루려고 하는 목표에도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엉뚱하게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골에만 욕심을 내는 사람들은 다치기 쉽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골을 넣으려는 목표가 생겼다면 우선 체력을 기르고 자기 몫을 잘 해내야 한다. 

나는 결점 많은 사람이지만 축구경기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다. 구르는 공이 얼마나 빠른지는 달려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 공을 따라 잡기 위해서는 전력을 다해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 박지성의 가치가 높은 이유는 그가 골(목표)을 향해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를 빛내기 위해 욕심 부리지 않는 플레이로 팀을 살리기 때문이다. 팀을 살리기 위해서는 겸손한 마음으로 팀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난세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다들 위기에서 인류를 구하고자 영웅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천재를 받지 못했다면 묵묵히 범인의 길도 갈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팀을 살리는 길이다. 쓸데없이 무리하다 부상으로 몸 상하지 말고 그저 자기 포지션에 충실한 팀원이 되도록 노력하자. 서로 믿어 주고 함께 하는 플레이가 아름다운 축구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