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명 대학 진학시킨 고양실고

학업에 꿈을 접었던 사람들, 기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학업을 포기했던 청소년들, 지난 16일 오후 2시 이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멀게만 보이던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이날 있었던 졸업식에서 고양실업고등학교(교장 정종득·976-4101)는 8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중 30여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경사도 겹쳤다. 지난 62년 개교이래 대학에 진학한 인원이 30명임을 감안하며 고양실고 최대의 경사였다.

아내의 졸업식에 참석한 일산동 김인철(48)씨는 “올해 우리 집안엔 세 가지 기쁜 일이 생겼습니다. 두 딸아이가 나란히 대학과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사랑하는 아내도 그렇게 소원하던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 대학에도 가게됐으니까요”라며 기쁨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99년 불혹의 나이로 고양실고에 입학한 김씨의 아내 김숙자(43)씨는 최고령 졸업자다. 대학에도 합격했다. 평소 신앙대로 신학을 전공하고자 감리교신학대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엄마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온 김씨의 딸 김지혜(백석고3)양도 이번에 이화여대 음악대학에 합격했단다.

학생회장을 맡았던 김학현(21)군과 친구 송희섭(21)군도 나란히 졸업장을 받았다. 둘은 중산고를 다니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다 고양실고에 재입학했다. “이곳에서는 선생님들이 너무 강제하지 않아 학교 다닐 맛이 났어요. 학교 다니는 게 싫지 않으니까 공부는 저절로 되더라고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이들은 각각 재능대와 부천대에 합격했다.

이외에도 딸은 이번에 졸업해 대학에 진학하고 어머니는 올해 3학년이 되는 모녀도 있다. 처음에는 자꾸만 밖으로 돌던 딸을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도 받게 하려고 고양실고를 찾았었는데 나이 많은 사람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딸과 함께 등록했다고 한다.

정족득 교장은 “고양시 고등학교 중퇴생이 1년에 1천 3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을 선도해 줄 사회적 장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학교는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다. 주저하지 말고 문을 두드리면 반갑게 맞아 줄 것”이라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이나 나이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있는 사람은 고양실고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고양실고는 62년 개교했고 1988년부터는 교육부지정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 인가받아 운영중인 학교다. 신입생은 주간 50명 야간 50명을 선착순 모집하며, 편입생 약간명도 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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