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납골함 만든 홍성철 대표

▲ 노무현 전 대통령 납골함 만든 홍성철 대표
지축동에 위치하고 있는 한일목각의 홍성철 대표(만 65세)는 거북이다. 세상과의 경주에서 잔꾀와 편법으로 이기려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느리게 그러나 꾸준히 걷는다.

중학교를 졸업 한 뒤 처음 가진 직장이 바이올린 공장이었고 퇴사 후 그가 만든 할아버지 할머니 목각상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홍 대표는 자신의 말처럼 “태어나면서 줄곧 나무와 인연을 맺어온”사람 이다.

그런 그가 17년 전부터는 나무 납골함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도자기로 만든 납골함이 대부분인 요즘에 나무로 만든 납골함은 찾는 사람도 별로 없고, 나무 납골함 제작 전문가도 전국적으로 드문 상황이다.

주변에서도 그에게 나무 납골함이 수익이 안 된다며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을 권유했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평생을 함께 해온 나무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도자기도 납골함의 소재로 뛰어나지만 현재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는 도자기 납골함들은 저가의 중국산으로 도자기 본래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 채 가격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나무에 더 집중한다. 그런 그에게 지난 달 27일 오전 11시 경 두 명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자신들을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위원회 관계자들이라고 밝혔다.

“갑자기 찾아와서는 이틀 뒤 국민장 때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납골함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영광스럽기도 하면서 걱정이 됐죠.”

보통 그가 나무로 납골함을 만드는데 4∼5일이 걸린다. 그런데 불과 이틀만에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다. 그것도 전직 대통령의 납골함을.

장례위원회와 유가족들은 정부가 제안한 도자기 납골함이 아닌 나무로 된 납골함을 원했다. 그리고 그들은 수소문 끝에 홍 대표가 전국적으로 몇 안 되는 나무 납골함 전문가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알고 찾아온 것이다.

결국 홍 대표는 다른 주문을 미뤄두고 밤샘 작업에 돌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납골함이 완성되기 전까지 그는 한숨도 잘 수 없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잠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홍 대표는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하기 위해 그 동안 잘 보관해왔던 특급 목재들을 꺼냈다. 그리고는 손끝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 채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홍 대표는 한 치의 실수라도 예방하기 위해서 동일한 형태의 납골함을 여러 차례 만들어 보는 등 모든 과정에서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신경을 썼다. 그런 과정을 거쳐 28일 오후 5시 반. 드디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납골함이 완성됐다.

“이번 일이 알려지면서 향나무 납골함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우리 집 뿐만 아니라 다른 납골함 전문점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고 있다고 해요. 다행이죠 뭐.”

홍 대표는 그 동안에도 손님들에게 향나무 납골함이 아니면 권하지 않았다. 그 만큼 그는 향나무가 납골함으로서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홍성철 대표는 1963년경에는 대구에 있는 한 보육원 아이들에게 직업 기술로 상품 목각을 가

▲ 홍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납골함과 비슷한 것을 여러 개 만들었다. 가장 똑같이 만들어진 납골함을 고양신문에 공개했다.
르치기도 했다. 당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화장에 대한 인식이 낮아 나무 납골함은 물론이고 상품 목각에 대한 인식도 낮은 상황이었다. 이 때 보육원에서 그에게 상품 목각을 배운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상품 목각이 활성화 됐다.

사회가 급변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무수한 방법들이 생겨났지만 그는 묵묵히 평생을 나무하고만 살았다. 그만두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가족들이 힘이 됐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은 직장을 쉽게 그만두던데 신념이 없는 인생에는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자신이 믿는 한 가지 일에 바보처럼 매달리는 게 비슷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납골함을 만드는 인연을 맺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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