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선(백마고등학교 학부모)

사람 사는 세상에서 경쟁은 불가피한 것이다. 교육부문도 예외없이 날이 갈수록 경쟁력 강화가 최고의 목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경쟁력 강화의 방법이 오로지 시험 결과에 의해 판단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시험이 많아지면 학교에서는 시험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꼭 가르쳐야하는 교육적 가치가 설 땅을 잃게 되고 학교 교육과정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게 된다. 아이들도 공부하는 것이 힘들게만 느껴져 학업동기를 상실하게 된다면 재검토해야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국가수준에서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을 파악하고, 학력격차 해소 및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교육정책 수립을 위해’ 2008년 10월 전국적으로 전수 평가를 실시하였다. 그동안 3~5% 수준의 표집으로 학업성취도를 파악하였으나 정확한 실태파악이 어렵고 실질적인 지원대책수립에 한계가 있었고 이제부터 지역간, 학교간 경쟁으로 학력을 향상시키겠다고 한다.

2009년과 10년은 시범기간으로 기초학력 미달학생 밀집학교 지원에 중점을 두고, 학업성취도 향상 정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책무성을 제고하는 방안은 중장기적 과제로 신중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학사운영, 우수 교장 및 교원초빙, 교원전보 등에 관한 학교장의 권한 확대 등 학교운영의 자율권을 대폭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우선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평가에서 전수 평가로 전환한 이유가 불분명하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을 파악하여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기초학력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지원할 것인지도 없다. 그동안 교과부 장관은 여러차례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이 기초학력 미달 지역을 찾아내 지원하는데 있다고 밝혔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은 기초학력미달 밀집지역을 찾아내는 데 있습니다.”(안병만 장관, 3월4일 부산지역 학교장 특강)

기초학력 미달 지역을 파악해 지원하는데 전수평가가 꼭 필요한 것일까. 표집평가를 통해 지역을 파악하여 지원해주면 되는 것이지 모든 학생들을 평가하여 학력이 우수한지 기초학력에 미달하였는지를 드러내야할 필요는 없다. 기초학력에 미달한 요인은 여러 가지 변수를 놓고 파악해야한다. 학생의 가정환경이나 학교환경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하는 것이지 시험 결과만을 놓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비교육적이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되면서 나타난 사회적 부작용에서 보듯이 미달 지역 학교 기피현상과 아이들의 상처, 성적을 올리기위한 편법동원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학업성취도 전수 평가의 의도는 교과부 발표 그대로 믿기 어렵다.(임실교육청의 성적조작 사건)

학업성취도 전수 평가는 미국의 NCLB(NO CHILD LEFT BEHIND) 정책을 차용한 것이다. 일제식 전수조사, 학교별 학업청취의 증·감에 대한 비교 평가 추진 계획, 교육 정보 공시, 학교선택제가 골자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요 교육정책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NCLB정책은 비판에 직면해 있고 오마마 정부에서도 개혁대상으로 지목되고 있음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책을 차용할 때에는 깊은 고민과 면밀한 검토가 수반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에 바로 투입되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IMD보고서는 각 나라의 경쟁력을 47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09년 27위로 발표되었다. 이 보고서에서 교육경쟁력 부문은 교육에 대한 공공 지출, 초중고 교사 1인당 학생 수, 고등학교 진학률, 대학진학률, PISA 성적, 15세 이상 문맹률과 설문 조사 지표 6개로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보통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자 매우 빈약하여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정부의 교육재정에 대한 책임은 희석시키고 학부모와 학생 개인의 시험 경쟁에 의해 교육의 효율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교육경쟁력의 의미가 시험결과의 단순 비교에 의한 것이 아님을 새삼 일깨울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세계 최고 학업성취도를 달성한 핀란드는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표집조사로 진행하고 있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우리나라와 핀란드는 교육정책에서는 극명하게 반대 지점에 있다. 수학과목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1위를 했지만 수학과목에 대한 흥미와 자기주도적 학습에서는 최하위에 머무는 것이 시험 경쟁으로 아이들을 몰아간 결과는 아닐지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진정한 의도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에 맞는 지원책이 세워져야한다. 대개 학력이 미달하는 학생은 빈곤, 학습 동기 부족, 장애, 위기가정이라고 한다. 빈곤층의 아이들이 학력이 부진한 이유는 가정에서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는데서 오는 정서적, 심리적 불안감, 무력감, 문화, 의료 혜택 부족,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이 진단하고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학교에서 몇 시간 공부 더 시키는 것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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