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특별법 공청회

낮에는 국군이, 밤에는 인민군이 드나들며 자리바꿈을 해댔던 6.25의 아픔이 지리산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당시 고양군 중면 일산리, 지금의 중산마을 부근에 살았던 서상용(당시 45세)씨는 둘째아들이 인민군에 끌려가 부역을 했다는 이유로 9.28 수복 후 큰아들 병철(당시 24세), 셋째아들 병욱(당시 19세)씨와 함께 치안대로 연행됐다.
경찰서 창고에서 밥도 못 먹고 사흘간 갇혀있던 이들은 재판도 받지 못하고 지금의 탄현마을 입구, 고봉산 자락에 위치한 금정굴에서 수백 여명과 함께 원혼이 되었다.

당시 아버지와 형들에게 몰래 밥을 날랐던 어린 아들, 그 충격으로 청각을 잃었던 금정굴 유족회 회장 서병규(65)씨는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공청회를 가진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통합특별법’이 오랜 바람이었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이뤄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는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나라와 문화를 생각하는 모임(대표 김원웅 의원)’과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원회(상임대표 강정구, 채의진 등)’가 공동 주최했다.

소개의원인 김원웅 의원은 “이번 통합특별법은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과반수 이상의 의원들이 발의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완익 변호사가 작성한 통합특별법 초안은 △법의 목적을 민간인학살사건의 진상조사와 희생자의 명예회복으로 한정하고 피해배상이나 가해자 처벌 등은 권고사항으로 포함 △'주민'이라는 용어대신 ‘민간인’이라는 용어사용 △통합특별법에서 제주 4·3사건은 제외하고 거창사건은 포함 △진상위원회 구성, 개인적 피해사실 조사 △사무국내의 조사과를 가해자 기준으로 군, 경찰, 기타로 나눔 △위원회에 조사권 부여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인권·평화재단 설립 등을 주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은 “진상규명에 정신적 명예회복과 함께 물질적 피해배상이 따라야하며 교과서나 각종 정부기록 간행물에 진상규명 내용이 반영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고양시 금정굴 유족회’와 전북 여수, 익산, 전주, 문경 등 유족회 회원들 1백여명은 이번 통합 특별법 제정으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는 한국전 이후 억울한 사연들이 세상 속에서 제 이름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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