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어떻게 볼 것인가

▲ 행복한 미래교육 포럼이 주최한 포럼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일제고사에 대한 저마다의 진단과 해법을 내놓았다.

같은 날 같은 시험지로 전국의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과연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교육계는 물론이고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이 주제에 대한 지역 토론회가 지난 10일 행복한미래교육포럼(공동대표 윤득노 정성진 최창의) 주최로 열렸다. 최창의 공동대표는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 방식 및 평가 결과 공개에 대해 교육본질에 합당한 방안을 찾아보고자 이번 포럼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날 포럼에는 허숙(경인교육대학교 전 총장)이 ‘학업성취도 평가의 논쟁과 논리’에 대해 발제를 맡았다. 이후 토론에서는 허남결(동국대 윤리문화학과 교수), 구남희(고양 송산중학교 교사), 김성오(무원초등학교 교사), 박이선(백마고등학교 학부모)씨가 각각 일제고사에 대한 저마다의 진단과 해법을 제시했다.

▲허숙(경인교육대 전 총장)=시험이 학습동기를 유발한다는 믿음은 학교에서 시험을 보면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시험을 안보면 공부를 안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시험에 대한 압력이 너무 커지면 학생들로 하여금 만성적 불안감과 오히려 공부를 포기하거나 학업성취의 정도를 저하시킬 가능성도 있다.

평가의 결과는 모두 학생의 책임이라는 믿음은 잘못 됐다. 교육 평가는 분명 교육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교육 평가는 어떤 모습으로든 교육 활동에 도움을 줘야 한다. 국가가 실시하는 학업성취도평가가 학생 개개인의 점수를 밝히고 전국적인 서열을 주어 등수를 부여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이 전 국민을 일렬로 줄 세우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대상은 학생 개개인이 아니라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허남결(동국대 윤리문화학과 교수)=시험은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부를 못 하는 학생들의 학습부진 원인을 찾아 그들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허숙 전 총장의 지적은 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명제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인 이상 경쟁은 필연적이며 평가는 피할 수 없다. 학업성취도평가 역시 부정적인 측면의 지적에 앞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공유하려는 노력에 초점이 맞춰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인식의 부족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구남희(고양송산중 교사)=일선현장에서 보면 학생들은 학업성취도 평가가 내신에 반영되는지를 우선 따진다. 내신 성적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시험은 대충 보겠다는 뜻인 것이다. 이런 문제가 개선돼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어야 평가가 정확해 진다.

학력성취도 평가 결과로 교원을 평가하겠다는 계획은 위험하다고 본다. 여러 가지 학교의 교육여건이 고려되지 않고 결과만 가지고 섣불리 책임을 교사들에게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지도 프로그램을 정부차원의 연구 기관에 서 마련해 일선 교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목표로 하는 교육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학업성취도 평가 방법 및 결과 활용 방안 중 불합리한 부분들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김성오(무원초 교사)=일제고사 결과는 과목별 점수에 따라 3단계 혹은 4단계 수준으로 제출된다. 시험 외적 요인을 배제한 상태에서 그저 점수로만 표현된 결과로 한 아이의 학습수준을 평가 해버리는 것은 성급하기 짝이 없다. 초등학교 0교시 수업, 일제고사 대비반 등 소위 말하는 학력향상을 위한 일련의 움직임은 교육의 목표를 일제고사로 바꿔놓았다.

또한 평가는 피드백을 통해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이 있다. 그러나 “학교별로 알아서 미도달 아동이 없도록 하라” 혹은 “최종적으로 미도달한 아동에 대해 담임교사 사유서를 제출하라”는 교육청의 계획은 이해와 해석의 한계를 느낀다.

학력의 개념이 누가 잘 하나로 맞춰져 있는데 이제라도 누가 무엇을 잘 하나라로 되돌려야 한다. 그러나 일제고사는 이런 노력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과 영국의 교육 개혁에 쉽게 경도돼 이미 실패라고 이야기되는 정책마저 뒤늦게 도입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제라도 교육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전 사회적인 토론과 합의를 도출해야 하다.

▲박이선(백마고등학교 학부모)=시험이 많아지면 학교에서는 시험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꼭 가르쳐야하는 교육적 가치가 설 땅을 잃게 되고 학교 교육과정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게 된다. 아이들도 학업동기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 평가에서 전수평가로 전환한 이유가 불분명하다. 기초학력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지원할 것인지도 없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진정한 의도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지원하는 것이라면 이에 맞는 지원책이 세워져야 한다.

대부분 학력이 미달하는 학생은 빈곤, 학습동기 부족, 장애, 위기 가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학교에서 몇 시간 공부를 더 시키는 것이겠는가.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