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성
서삼릉 묘역 훼손 진상 규명과 원상복원 위한 범시민 대책 위원회 상임대표
  

서삼릉 역사를 돌이켜 보면 멀리 일제가 남기고 간 우리민족에 대한 수탈과 민족의 정신과 맥을 끊으려는 악랄한 시간이 있었고 가까이는 군사독재시절 앞날을 보지 못했던 근시안적이며 경제 부흥이라는 당근에 가려졌던 역사문화에 대한 파괴정책의 역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군사독재 정권시절 권력의 주위를 맴돌면서 아부와 사술로 일신의 부귀만을 노린 모리배들의 말장난에 서삼릉 100만여 평은 처참히 파괴되어 수백 년을 이어온 고고한 시간들이 한순간에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현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한사람 절대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파괴되고 유린되어진 서삼릉을 복원시키는 작업이야말로 군사독재로부터 문민, 국민, 참여정부 정치시대로 전환되어지는 상징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패 권력자들에 의해 수백년 된 적송이 무더기로 잘려나가고 그 자리에 들어선 골프장에서 한가로이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는 소위 힘 있는 자들의 유유자적인 모습은 바로 이 나라를 예속과 부패가 만연한 2만불소득이 있는 문화 후진국으로 전락시킨 부도덕한 과거 권력자들의 현재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서삼릉이 자연히 옛 모습을 찾아 복원될 때 우리는 비로써 불행했던 일제 36년의 역사와 군사독재시절 단절된 역사로부터 벗어나 민주복지사회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도시자족의 기능은 물질 만의 기능이 아니라 정서와 도덕이 일정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때 비로써 자족 기능을 갖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사회는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사상이 인간을 지배하는 물질 이상주의로 가득 차 있는 현실이다. 효와 도덕이 사라지고 신의와 질서가 문란해진 사회인 것이다.

예로부터 역사가 없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다행이도 우리 고양은 역사의 현장이 곳곳에 많아 산재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서삼릉은 단연 으뜸이다. 능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의 과정과 함께 효행의 상징인 인종대왕의 효릉이 자리하고 있으며 파탄의 가정인 폐비윤씨와 연산군의 역사가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현장을 복원하여 보존시킴으로서 질서와 도덕이 충만한 믿음 있는 사회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歷史)와 문화(文化)를 얼마만큼 잘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있다 하겠다. 우리는 5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실상 우리의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지 못하여 문화민족으로서 부끄러운 면모를 간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하여 역사 유적지가 파손되어 가고 있으며 정제되지 못한 외래 풍습이 우리의 생활관과 의식구조를 바꾸어 나가고 있어 우리의 전통성이 상실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서삼릉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실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발에 밀려 전통 문화 유적지가 무참히도 훼손당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역사 유적지는 특정 왕가의 후손들만의 것이 아니요, 우리 민족 모두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국가가 이를 보존하고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왕릉의 훼손은 곧 우리 민족사의 훼손이며 국가의 전통 문화의 상실이라고 보는 것이므로 왕릉의 보존은 곧 우리 전통 문화의 보존이라고 보는 것이다. 6월26일 조선왕릉40기는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 되었다. 유네스코라는 과제를 안고 우리스스로 얼마만큼 우리의 문화 유산을 잘 보존하고 지켜왔는지 다시한번 돌아보면 어떨까?

서삼릉 능역은 조성당시부터 1960년대 초, 중반까지도 약 130만평에 이르는 면적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현재 서삼릉 능역의 크기는 7만5000여평, 개방하고 있는 곳은 2만4000평.  전체면적의 93%가 잘리어 나가고 훼손된 채로 방치되어 있다. 이 능역을 옛 모습대로 복원하여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장으로써 시민들에게 개방한다면, 역사문화라는 경제적 효과로 보아 지역경제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다. 광릉 수목원의 예를 들어보아도 서삼릉의 원형 복원된 대규모 자연 수림은 서울의 은평 뉴타운과, 지축, 삼송신도시, 원당(뉴타운)권역과 연게함은 물론 수도권 시민을 모두 포용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겠는가.

지난 2009년 6월 4일 새벽 4시경 고양시 소재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200호인 덕수장씨(의친왕 어머니)묘와 수관당 정씨(의친왕의 첫 번째 계비)묘가 전격적으로 이장되었다. 마치 야반도주하듯 모든 고양시민이 잠든 새벽 4시경 이장이 집행된 이번 사태는 일반적인 이장이 아닌 국가사적의 이장이 지방자치단체에 통고조치 없이 이루어 진 것으로 진한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제200호 서삼릉 내의 덕수장씨묘와 수관당정씨묘 이장에 관하여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하며 문화재훼손의 책임자인 당국 및 이해관계자를 강력히 규탄한다.

본 덕수장씨는 묘역은 의친왕의 생모묘역으로써 가치를 인정받아 경혜옹주묘와 함께 문화재청 고시 제2006-66호(2006,07)추가 지정을 받아 보존하여 왔다.

자랑스런 세계문화유산 발표를 20여일 앞두고 국가 사적지를 온전히 보존하고 관리해야할 문화재청이 공공의 사유가 아닌 이해타산에 눈이 먼 일부 몰지각한 개인들의 민원을 이유로 서삼릉 사적을 훼손(이장)한 것에 대해 고양시민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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