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가 마주앉은 개명산
고양시의 옛 행정 중심지는 동헌과 군수의 관사가 있던 고양동이었다. 고양동은 향교와 벽제관지 등 무수한 문화유적을 품고 있고, 이곳을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산이 개명산이다. 고양시 북서쪽으로 가장 높으면서도 수려한 자태를 지닌 명산이다.
해발 621.8m인 개명산은 감악산 남맥 끝머리에 우뚝 서있다. 제법 그 위용을 갖춘 개명산에는 앵무새가 마주앉아 있는 모양을 한 앵무봉이 있다. 앵무봉에 올라 주위 사방을 둘러보면 하늘을 머리에 이고 멀리 한강이 보인다. 개명산이 좋다. 머언 이웃인 듯한 한강이 가깝게 시야에 들어온다.
세상의 시름과 번뇌를 단숨에 씻겨줄 바람이 목 줄기를 휘감으며 돌아 나간다. 인기척에 놀란 듯 소나무에서 뛰어 놀던 청솔모가 멀리 사라진다. 1급수 물답게 깨끗한 계곡물이 바위틈사이로 쉴새없이 흐른다. 작은 돌멩이를 살짝 들어보니 놀란 가재가 숨어 있다. 우리네 산과 계곡에서 사라져 가는 동식물들이 개명산에서 만나는 반가움. 너무 고맙다.
1999년 환경부 조사결과 개명산 인근 앵무봉을 중심으로 85과 237속 318종 1아종 41변종 2품종이 발견됐다. 특히 전나무나 박달나무등 북방계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삼지구엽초(음양곽)와 같은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생등급도 4등급으로 국립공원인 관악산에 견줄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명된 셈.
고양동의 많은 주민들은 아직도 개명산과 관련된 소중한 추억들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다. 또한 그곳에서 이웃과의 훈훈한 정도 나눴다. 이 추억들을 파헤치고 골프장을 만든다 하여 요즘 고양동은 시끄럽다. 사람의 추억과 자연이 함께 보존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산은 사랑하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그 가치가 더 커진다. 삶으로 개명산을 사랑하려는 고양시민의 작은 소망들이 지켜지기를 희망하며 ‘개명산 사랑’을 대신해 본다.
<이선숙·개명산 지킴이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