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결혼식 올린 백석동 이정희씨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모시느라 고생했다고 큰딸이 선물한 것입니다.”
결혼기념일에 결혼이라는 의미를 다시 되짚어 보는 뜻 깊은 예식을 ‘리마인드 웨딩 촬영’이라고 한다. 최근에 결혼 30주년을 맞이하여 행복한 예식을 올린 전홍집(55), 이정희(53) 부부. “부모님께 잘하면 자손이 잘된다”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고 하는 이정희씨.

그녀는 시댁과 친정에서 막내인데도 불과하고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모셨고, 제사까지 지내며 살았다. 정희씨의 시아버지는 남편이 7살 때 돌아가시고 시어머니는 이불과 옷 장사 및 결혼식 이바지 음식을 하며, 혼자 몸으로 8남매를 대학까지 교육시켰다. 그녀의 친정아버지 또한 8살 때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서 야채장사를 하며 3남매를 키웠다.
이정희씨의 남편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운명했을 때도 상복을 입고 무척이나 부모님 생각하는 마음이 커서 막내지만 어머니를 모셨고, 그녀 또한 친정어머니랑 같이 살게 된 것이다. “새벽녘에 큰 소리가 나서 달려가 보면 별일 아닌 것으로 싸우셨다”고. 두 분은 잦은 다툼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친정어머니는 노인정에 가서 보름동안 주무신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정희씨가 혹시나 외출이라도 하면, 친정어머니는 먼저 진지를 드셔도 시어머니는 드시지 않으셨고, 심지어 친정어머니는 딸이 또 애써 해야 된다는 미안함으로 반찬도 드시지 않으셨다고 한다. 또 어떤 때는 시어머니께서 밥 대신 빵과 우유를 드신 것이 오해의 시작이 되어 시누이 5명과도 갈등이 컸다고 한다.

▲ 리마인드 웨딩 촬영’ 은 큰 딸이 예약해 주었다. “공주가 된 듯 매순간마다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이정희 씨.
이토록 위기의 순간들이 많았지만, 운명이라 생각하고, 꿋꿋하게 해쳐나간 정희씨. 이번 8월이면 노한으로 친정어머니가 85세로 돌아가신지 2년 되고, 6월엔 시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년 된다고 했다.

그녀는 “모실 때는 그토록 힘들었어도 돌아가시고 나니까 더 사무치게 그리워서” 정발산에 있는 여래사에 일주일에 두 번씩 어머님 생각하며 공양봉사를 한다고. 뿐만 아니라 재래  시장도 더 많이 찾는데, 좌판 벌인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 주며 물건을 하나라도 더 구입하게 된다고 했다. “지금 부모님 모시는 사람들도 힘든 순간이 있을지라도 정성을 다하면 훗날 모든 복들이 내게로 찾아온다”고 하는 이정희씨.

남편 전홍집씨는 장항동에서 아들과 딸 이름의 상호인 천장 에어컨 설치와 애프터서비스를 하는 효은냉열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1남 2녀를 낳아서 키웠는데 한꺼번에 두 딸을 대학 보내고, 이사를 18번 다니며 내 집 장만한 것은 1년 전쯤 된다고 한다.

“두 분 할머니를 모시고 살아온 많은 시간들은 아이들 교육에서 효심을 가르쳐 주었다”고. 둘째 딸과 막내아들은 맏이가 너무 잘해서 표가 안 난다고 하면서도 듬직하게 잘한다고 자랑했다.
아직 미혼인 맏딸은 지방에서 직장 생활하는데 “잘 키워준 부모님께 보답하려고 돈 벌어요”라고 할 정도로 무척이나 잘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에 한 번씩 안부 전화는 물론이거니와 철마다 부모님 옷과 피부 마사지 티켓을 마련해 준다고.

‘리마인드 웨딩 촬영’ 또한 큰 딸이 예약해 주었는데 “30년 전에는 형식적이었으나, 이번엔 마치 공주가 된 듯이 매순간마다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하는 이정희 씨.

“얼굴도 잘생겼지만, 마음이 더 잘생긴 남편에게 앞으로도 아침마다 뚝배기 밥 해주며 뚝배기 같은 사랑을 나누며 살아갈 것이며, 성실한 남편에게 작은 공장이 하나 장만되었으면 한다”고 소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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