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훈 도 (SBN 프로덕션 본부장)

한나라당은 꿋꿋한 정당이다. 국민들이 NO라고 외쳐도 홀로 YES를 외치는 용기를 가졌다. 대중정당으로서는 보기 드문 소신이다. 자신들은 국민보다 현명하다는 오만?

우선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 건을 보자. 경기도교육위원들은 그래도 내년 무상급식 추진예산 가운데 절반은 남겼다. 신임 교육감이 미웠으나 “우리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는 명분만은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론의 질타가 잇따르자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은 잠시 멈칫하는 듯했다. 삭감한 85억 원을 살리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낙선이 불 보듯 뻔하니까. 그런데, 웬걸. 곧 태도를 돌변하여 나머지 절반마저 깎았다. 도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저들이 찾아낸 ‘묘책’은 저소득층 자녀 급식지원비 증액이다. 그게 형평성에 맞는다는 거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애초 단계별 무상급식 확대 계획은 교육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지, 시혜를 베풀기 위한 정책이 아니었다.

따라서 저소득층 급식비도 늘리고 무상급식 예산도 부활시켰어야 진짜 형평성 있는 결정이다. 한나라당 도의회 교육위원들께서는 스스로 “우리는 교육의 본령보다 정략적 소신에 충실하다”고 소리 높여 외친 셈이다.

지방당이야 수준이 낮아서 그렇다 치고 중앙당이 밀어붙이는 미디어법을 보자. 이 역시 소신이 철철 넘친다. 문제는 명분이 없다는 거다. 애초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이 일자리 창출 법안들이라 선전했다. 그런데 신문방송 관련법에 일자리를 갖다 붙인 것부터가 개그다. 학교교육체계를 개편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떠벌이는 격이다.

물론 일자리가 늘어나기는 늘어날 지도 모른다. 신문법이 개정되면 대량 경품살포에 나서는 대형 신문들이 꽤 많은 알바 자리를 만들어낼 게 분명하니까. 미디어법 개정으로 방송사가 늘어나면-그 가능성은 의문이지만- 방송사 견학 가는 구경꾼 실어 나를 차량도 증가할 테니 그 또한 일자리 창출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럴 경우 망하는 지방신문, 지역신문 종사자들은 어떻게 되나. 그렇지 않아도 현 정부 들어 지방신문지원법이 유명무실화하면서 지방의 언론들은 고사 일보직전이다. 한나라당 눈에는 이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걸까, 아니면 ‘별 볼 일 없는 언론인들’이므로 그냥 못 본 척 하는 걸까?

헌데 한나라당이 자랑해 마지않은 일자리 창출은 픽션으로 밝혀졌다. 부풀린 수치로 계상한 엉터리였다는 거다. 급기야 방송통신 위원장이 공개사과를 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결국 미디어법이 만들어낸다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됐다.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명분은 여론의 다양성 확보다. 이것도 웃긴다. 재벌에게 방송사를 주면 여론이 다양해진다? 거대 신문에 방송 겸영을 허용하면 여론이 다양해진다? 다양성이라는 말이 이렇게 다양하게 왜곡될 수 있는 지 처음 알았다.

소가 웃을 일이다. 재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려고 어떤 거짓말들을 해왔는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더욱이 자신들이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기본적인 팩트(사실)조차 왜곡하는 신문이 방송까지 가졌을 때 어떤 끔찍한 여론 조작이 일어날 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진정한 여론의 다양성은 구조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소수자와 약자들의 주장이 전달되는 미디어통로가 확보될 때나 쓸 수 있는 표현이다. 막대한 이권 사업을 선물처럼 나누어주면서 운운할 말이 결코 아니다. 결국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명분은 모두 허당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법을 밀어붙이는 저들은 도대체 국민들을 어디로 끌고 가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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