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창 의(경기도교육위원)

아침 신문에는 성남시에서 내년 3월부터 모든 초등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한다고 소식을 알린다. 이를 위해 성남시는 현재 초등학교에 지원하고 있는 급식예산을 모두 270억원으로 늘리는 한편, 급식 재료는 우수 농·수·축산물 사용을 권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난 7월 중순경에는 경남교육청이 올해 초등학생 무상급식을 시행한데 이어 2010년도에는 도내 모든 초중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6월에 추경예산을 통해 추진하려던 벽지와 농촌, 도시 소규모학교 지역 초등학생 무상급식 사업은 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사정없이 모두 깎여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서는 앞다투어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으니 어찌된 셈인가? 무상급식이 뭐길래?

우리나라 모든 초중고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학교급식은 이제 중요한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자리잡았다. 지금의 학교급식은 도입 초기에 어머니들의 도시락 싸는 번거로움을 해소한다거나 점심 한 끼를 학교에서 해결한다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급식을 하면서 학생들의 식생활 습관과 예절을 가르치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함으로써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신체를 가꾸도록 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또한 아이들에게 급식 시간은 학교생활 가운데 가장 기다려지는 행복한 시간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급식 시간이 다가오는 4교시가 되면 조리실에서 풍겨오는 음식냄새에 무슨 반찬이 나올까 맞추느라 코를 벌름거리기 일쑤이다.

이처럼 중요하고 즐거운 학교급식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때로 가슴에 상처가 되기도 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급식비를 제때 내지 못하거나 급식지원을 받아 공짜로 눈칫밥을 먹는 아이들에게 그렇다. 지금 교육청에서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저소득층인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일부 차상위계층 자녀들에게 급식비를 지원한다. 그런데 급식비 지원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부모의 경제능력을 까발려 보여야 한다. 다시말해 한 달에 4~5만원 정도 되는 급식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는 증명을 내보여야 한다. 그러기에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자존심이 강한 부모나 예민한 아이들은 급식비 지원 신청을 하지 않고 급식비를 밀리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급식지원을 단순히 돈의 문제로만 판단해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을 늘이는 게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겨 자신감을 위축시키거나 아이들끼리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교육적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학교급식을 단순히 밥 한끼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온전하게 키우려는 교육차원으로 바라본다면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추진은 지금 시기에 꼭 필요하고 적절한 사업이다. 그리고 진보교육감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차별없는 교육과 복지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마땅히 추진해야 할 일이다. 거시적으로는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바라보는 나라에서 완전한 의무교육 실현과 평등한 교육복지의 구현 과정이다. 또한 경제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층 가정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도의원들은 이번 도교육청 추경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무상급식 예산 171억원 전액을 삭감하면서 저소득층자녀 급식지원비 101억원을 예비비에서 증액시켰다. 그러면서 지역별로 단계적인 무상급식이 아닌 저소득층의 급식지원 비율을 높이는 방식이 합당하다고 강변하였다. 그러나 이는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하는데 따른 비난여론을 피해보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과 무상급식은 서로 충돌되는 사업이 아니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무상급식은 저소득층 지원에 따른 부모의 재산정도에 따른 구분과 위화감을 보완하고 해소하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려던 무상급식사업에 대한 예산 삭감은 어떤 이유와 변명을 들여대도 진실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많은 도민들이 새로 당선된 김상곤 교육감의 진보적인 교육정책을 견제하기 위한 정략적인 발목잡기요, 다수 집단의 힘으로 교육감을 무릎 꿇리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결국 급식이라는 아이들의 복지와 교육문제가 의회기관의 보수적인 교육위원과 도의원들의 그릇된 정치적 잣대에 따라 내동댕이쳐진 꼴이 된 것이다.    

이제 경기도의 무상급식 사업은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기 때문에 끝장난 것인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번 예산 삭감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상급식의 본질과 교육적 철학을 올바로 깨닫는 계기가 되었고 무상급식 문제는 경기도를 넘어서 전국적인 의제가 되었다. 따라서 다가오는 내년 지방선거와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에서는 무상급식 사업이 전국적인 쟁점이 될 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거공약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앞으로 무상급식의 단계적인 확대와 차별없는 교육복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더욱 깊은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모두 급식비 못내서 눈치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도록 해야겠다. 나는 지난 6월 한여름에 경기도교육위원회 본회의장에서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일주일간 농성을 할 때 전국의 수많은 국민들이 보여준 열화와 같은 격려와 성원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최창의 교육위원 카페’(http://cafe.daum.net/sigol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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