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에 맨 앞장에 선다는 일에 대해서, 비록 그것이 옳은 일이었다 해도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속성이라 할 수 있는 시기와 질투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끝없이 물고 늘어지는 시기와 질투를 받으며 초지일관해서 정치 민주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성취시킨 김대중 대통령은 훌륭한 지도자라 할 수 있겠다.

허긴 그에게 어려웠던 일들이 시기와 질투뿐이랴, 정치적 이해득실과 지방색으로 물고 늘어지던 치졸한 사람들의 소인배적 행태는 그의 인생 역경을 통해 엄청난 인간적 슬픔마저 안겨 주었을 게다.

86세의 일기를 마치고 수많은 사람들의 아쉬움과 슬픔 속에 그는 영면하셨다. ‘저 세상에서라도 마음 편히 살아가시기를 빈다’는 온 국민의 염원과 함께 애도의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기실 정치인에 대해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허긴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싫어했다. 근세의 우리 정치 사회에 있어서 정치인에 대한 환멸 때문이었다 할 수 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과정을 도외시 하는 한편 비인간적 논리이기도한 마키아벨리즘도 나는 싫어하기는 했다. 그런 이유로 젊었을 적의 나는 정치를 그냥 흩쳐 지나 볼 뿐 이에 무관심 했던 터였다.

그러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권이 교체 되면서, 그것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가장 희망찬 일대 혁명적 사건이라 생각 했기에 나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과 자유 민주주의 완성에 대한 기대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의 대통령 임기 속에서 나는 그로부터 정치인이 아닌 그냥 한 인간의 완성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통령이란 무소불위의 자리에서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 가지였다. 그것은 겸손함을 통해서였다. 우리 시대에 겸손했던 대통령, 나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꼽는다. 최고의 정점에서 소시민에게 진정 겸손 할 수 있다는 것은 완성된 인간적 모습에서 만이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빈소 앞에서 오열했던 김대중 대통령, 기실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선택한 대통령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가슴에 북바친 울음의 근저는 동지애와 같은 의리라기보다는, 숭고한 뜻을 두었던 친구를 잃어버린 크나큰 인간애적 슬픔이 컸으리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래 불과 몇 달을 뒤로하고 다시 전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를 맞이 하면서 느끼는 또 다른 슬픔이 있다.

그것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깊은 슬픔과 아쉬움 속에 가여운 노무현 대통령을 보내면서 그 주검이 민주주의를 위한 커더란 주추로서 민초의 가슴에 깊이 남아지기를 바랬지만, 한편에서 흘려 흩어지는 비아냥의 소리, 그냥 그의 죽음이 허망하게 소멸되어지는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님, 님의 주검이 진정 그의 마음을 온 국민에게 알리어 이 나라 민주 발전과 통일을 향한 영원한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다시한번 가져본다.

김대중 대통령님, 영면하소서.

유재경 jeikyou@hanmail.net 강촌수필 문학회 회장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