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시민단체 고양소사이어티

▲ 올해 2월 만들어진 고양소사이어티는 새내기 시민단체다. 그러나 회원들은 대부분 일산에서 오래 산 이들로 그동안 서울에서 주로 활동했던 전문인들. 이제는 지역에서 할 일을 찾아보고 싶다고.
“일산신도시 입주 초기에는 음주운전자의 천국이라고 했습니다. 대중교통이 거의 없으니 자가용을 타고 다닐 수밖에 없고, 도로는 넓고 경찰서는 없으니 단속경찰이 있을 리 없죠. 그래서 접촉사고가 나도 쌍방 모두가 음주운전이니 음주는 문제삼지 않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고양소사이이어티(대표 김만흠) 집행위원회 회의가 끝나자 기자가 참석해서 신도시에 사는 소감을 묻자 위와 같은 재미있는 답변을 들었다. 고양소사이어티는 그동안 고양에서 잠만 자던 사회복지 및 정책분야 전문가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찾고자 올 2월에 결성된 단체이다. 이들은 길게는 신도시 입주 초기에, 짧게는 최근 2년 전에 고양으로 옮겨 온 이주민이 대다수이다.

이들은 먼저 “일산 진입로에 ‘꽃과 호수의 도시 고양’이라는 표석이 있지만 이곳을 지나면 바로 만나는 중앙로 일대 건물의 어지러운 간판에서 꽃과 호수로 상징되는 깨끗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전혀 느낄 수 없다”고 말한다. 입주 초기부터 일산에서 살아 온 한 집행위원은 “신도시 초기 입주자들은 대부분 많이 일산을 떠났다”고 말했다. 초기 입주자들은 대중교통 미비, 관공서와 병원, 쇼핑센터 등 편의시설 미비, 학원 등 교육시설의 절대 부족 등으로 서울, 분당 등 다른 지역으로 많이 떠났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착율이 높아진 것은 이들이 떠나고 난 후 각종 시설이 차츰 들어서고 가로수 등 나무들도 모습을 갖춰가면서부터였다고. 이 무렵부터 이주한 사람들은 서울에 비해 주거환경이 좋고, 쇼핑센터와 교육환경이 좋아 정착율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평수와 선거와의 관련성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1997년 대선까지는 32평을 경계로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의 표심을 보였는데 그 다음 대선에서는 30평, 지난 대선에서는 28평이 기준이 되더라고.

김만흠 대표는 신도시에서의 교육문제를 지적했다. 신도시는 특목고 진학률이 높고 학부모의 교육열도 높지만 이름있는 대입학원이 없다는 점에서 나타나듯이 더 좋은 대학을 원하는 학부모를 신도시에 잡아둘 수 없다고. 

참석자들은 문화정책에서 아람누리를 대표적인 잘못된 사례로 들었다. 서울 인근의 공연장으로는 규모나 시설에서 과잉투자이고 그 운영에 있어서도 주민이 참여하는 문화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건물을 짓기 이전에 그 시설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과연 있었는지를 물었다.

최민식 집행위원장은 자신이 사는 신도시 단독주택블록에 노래방만 16개라는 사실을 들면서 유흥업소 난립으로 인한 주거환경을 문제로 들었다. 이는 신도시 건설 당시부터 개발수익에 집착해 주상복합 등 상업지역을 주거지역 안으로 끌어들여 결국 쾌적한 주거환경, 깨끗한 도시 이미지를 만드는데 실패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지금도 고양시가 재정확보를 위해 난개발을 방치 내지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얘기도 곁들여졌다.

신도시에 사는 성인들의 70% 이상이 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이고, 3~40대가 주를 이룬다. 또한 80% 이상이 이주민으로 소위 지연과 학연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는다. 참석자들은 이런 신도시 주민들의 높은 의식 수준에 비해 도시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잠만 자는 베드타운으로 생각하고 입주한 이주민들을 지역사회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전달은 있는지 모르겠지만 소통이 없는 것이 우리 신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윤영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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