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4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다. 작년 1월, 갑자기 일을 시작하게 되어 어린이집을 찾았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어린이집은 어둡고 좁았으며 시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 애는 9시에서 6시까지 있어야 하는데, 동네 어린이집의 대부분이 오후 4시만 되면 아이들이 하원하는 “반일반” 위주로 운영이 되고 있었고, 하원이 끝나고 나면 애는 혼자 있어야했다. 시립어린이집에 대기자에 올려놨지만, 언제 보낼 수 있을지 요원했다.(결국은 등록 10개월만에 해를 넘긴 올해 2월말에 연락을 받았다.) 결국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에 보내기는 했지만, 어린이집을 찾아 다니던 씁쓸한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직장맘들은 반일반만 받는 어린이집이 대부분이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애를 보낼만한 어린이집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급식인데,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아이의 식판에 묻어오는 음식물이 식단과 다르다고 얘기를 하는 엄마도 있었다. 대화마을에 살던 필자의 선배는 딸애가 8개월 때 일을 다시 시작했지만, 근처에 있는 평가인증 어린이집조차 반일반만 운영하고 있었다고 한다.

생각해 보자. 직장이 가까운 곳이면 좀 낫겠지만, 강남이라면? 아침 7시에는 집을 나서야 하고 6시에 칼퇴근 해도 집에 오면 8시이다. 저녁 8시까지는 운영을 해야 애를 보낼 것 아닌가? 아무리 찾아도 마땅한 어린이집을 찾지 못한 선배는 시어머니가 있는 구의동으로 이사를 갔다. 살기 좋은 대화마을을 떠나서 서울에서 살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며 고양시를 떠났다. 

보육시설은 많지만 아이를 하루 종일 보내야 하는 직장 여성들이 마음놓고 아이를 보낼 수  있는 시설은 없는 것이 고양시 보육의 현실이다.

시의회 정례회에 있었던 시정질문을 보면 크게 백양어린이집에 대한 비판은 두 가지로 볼수있다. 보육수요를 초과하는 지역의 시립어린이집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것과 기존 민간시설에 대한 준공영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보육수요에 대한 필자는 생각은 다르다. 수요를 숫자로 따지는 양적통계라고 한다면 질적 통계의 부분에서는 국공립시설에 대한 수요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아이를 12시간씩 보내야하는 직장여성이 국가가 보장해주는 보육시설을 찾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국공립 시설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수요는 무시된 채, 내용 없는 숫자놀음만 하는 보육수요는 행정에서나 필요하지, 절박한 여성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민간시설의 준공영화 정책은 4대 의회에서도 나왔던 제안이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되고 있지 않다.

보육정책은 국공립시설 확충과 함께 민간시설의 준공영화 정책이 중요한 두 축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민간시설의 준공영화는 세밀한 계획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렵고 더디다. 이제부터 민간시설의 준공영화에 대한 계획을 짜고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국공립시설의 지속적인 확대 또한 중단할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북한여성들은 어린 아이를 국가가 운영하는 탁아소에 보내고 일을 하러 간다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어린 나는 “잔인하다, 어떻게 어린애를 뗴 놓고 일을 하러 가냐, 역시 북한은 잔인해” 라고 생각했다. 2009년 여름. 아이 키우면서 일하는 엄마가 된 나에게는 한국사회가 잔인하다.


김혜련/마을학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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