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소리글자를 가지고 있다. 세종대왕의 주도로 완성된 한글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도록 발음기관을 본떠 만든 한글은 21세기의 IT문명에 가장 적합한 과학적인 문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글에 대한 자긍심이 지나쳐 한문에 대해 폄하하고 질시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다. 한문의 뿌리인 갑골문자(甲骨文字)와 골각문자(骨角文字)를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러한 언행이 나오기 때문이다.

갑골문자는 고대 중국의 상(商, BC1600∼1046)나라의 수도인 은허(殷墟) 일대에서 1899년 처음 발견된 이후 중국 최초의 문자, 곧 한문의 시원으로 인정받아 온 문자이다. 그런데 상(商) 혹은 은(殷)으로 부르는 이 고대국가를 다스린 민족은 동이족(東夷族)이었다. 그러므로 한문을 동이족이 창제하여 썼다는 사실은 문자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이미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갑골문자보다 1000년 앞선 시대의 문자가 중국 산둥성 창러현 일대에서 발견되어 2004년부터 연구되고 있다. 소의 어깨뼈와 사슴뼈 코끼리뼈 등에 새겨진 도안을 연구한 결과 BC4000∼4500년경의 룽산(龍山) 신석기 시대에 쓰인 문자라는 결론을 내리고 중국 고고학자들은 그 당시 산둥지역이 동이족의 집단 거주 지역이었기 때문에 이 골각문자는 동이문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갑골문자는 바로 이 골각문자가 발전된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한 가지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문의 뿌리가 갑골문자이든 골각문자이든 이 두 문자를 만들어 쓴 민족은 동이족이라는 사실이다. 동이족이 누구인가? 우리의 선조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한문을 창제하여 썼던 최초의 민족은 바로 우리민족인 것이다.

한문은 표의문자로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우수한 문자이다. 자연을 선과 점으로 상징화한 자형은 예술로 승화 시킬 수 있는 미를 갖추고 있고, 각 글자 속에 담긴 여러 뜻은 인간의 표현을 심원하게 해 줄 수 있는 뜻을 갖추고 있다.

이런 좋은 문자는 남이 만든 문자일 지라도 배워 써야 문화가 윤택해진다. 그런데 더하여 우리 선조가 만든 문자인데 자랑으로 여기진 못할 지라도 냉대와 질시의 대상으로 삼아서야 쓰겠는가?

한문만 쓰고 한글을 쓰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한글과 한문 모두 우리 민족이 만든 문자임을 알고 한글과 한문을 두루 배워 써서 문화의 차원을 높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흔히 반만년 역사라고들 말한다. 고고학적인 유물 발굴로 이러한 연대는 더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반만년이란 역사만 인정한다 해도 유구한 역사라 말할 수 있다. 그 유구한 역사 동안 계속 사용해온 문자가 바로 한자이다. 그러니 당연히 많은 기록이 한자로 쓰여 전해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한문을 알아야 만이 이러한 문화적 보고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된다. 한문을 도외시해선 안 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우리글 한문을 다시 봐야 할 때다.(2009.9.)

김백호(선도원 단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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