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에 공공성을 입히자 ④ - 고양도시공사 설립을 앞두고

 

매년 경영평가에 의해 1∼2개 지방공기업 퇴출
택지개발사업위주로 계획하고 있어 공익성 부족

지난 11일 어울림누리 시청각실에서 고양도시공사 설립 관련 토론회가 있었다.‘고양도시공사의 바람직한 설립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내년 초 고양도시공사 출범을 앞두고 설립 초기에 고려해야 할 점을 점검하고 바람직한 운영방향을 모색하는 공론화의 장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사회를 맡은 윤용석 고양시의회 부회장을 비롯해 이상경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김병훈 하남시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조경래 SH공사 전문위원, 김영복 고양시의회 건설교통위 위원, 박유석 고양시건축사회 고문 등이 참석했다. 4회에 걸친 고양도시공사 설립 관련 기획취재 마지막 순서로 이날 논의된 내용을 지면으로 옮겨 본다. 

 

 

 

<김병훈 하남시도시개발공사본부장>

도시개발공사 설립 시 주의할 점 5가지를 요약하겠다. 우선 100% 단독출자를 권장한다. 많은 지방공기업에서는 설립자본금 마련을 위해 민간자본에 의지한다. 이 때 문제는 이익이 발생했을 때 이익창출이 최우선 목표인 민간주주와의 개발이익 분배 문제가 생긴다. 또 공공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남시도시개발공사 같은 경우 이러한 점 때문에 내홍을 많이 겪었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둘째는 충분한 자금확보다. 사업을 하려면 사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사채발행 승인액이 순자산의 4배를 넘지 못하도록 행안부가 규정하고 있다. 순자산의 4배규모의 사채를 발행 해봐야 대부분 토지도 사지 못하고 사업을 하지 못한다. 하남시도시개발공사는 내년에 10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남시가 그린벨트 구역이 98%였는데 지금은 90%인 약300만평이 해제됐다.해제된 지역을 모두 개발하려면 24조원이 필요하다. 24조원을 확보해야하는데 기채승인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자본금 증액이 꼭 필요하다.

셋째는 중장기적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 보통 초기투자 2년~5년사이 투자비를 회수하고 순이익을 남긴다. 문제는 개발사업이 진행하는 동안에 도시개발공사가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다. 하남시 도시개발공사의 경우 시설관리공단 역할까지 하고 있다. 시설공단역할을 하며 시와 협약을 맺은 것은 시설운영자금의 10%를 가져와 우리 공사의 운영자금으로 쓰고 있다.종합운동장의 경우 연 12억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을 우리 공사가 운영하면서 7억 정도로 낮췄다.

넷째는 효율적인 조직체계의 구축이다. 지방공사의 경우 지자체의 퇴직공무원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공무원을 최소화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성과위주의 조직체계가 필요하다. 하남시도시개발의 경우 공무원 출신 직원이 2명에 불과했다.

다섯째 공공성 확보 문제다. 창출된 수입을 지역사회로 환원하여 지방공기업으로서의 고유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하남시도시개발공사의 사업모델개발 방식이다. 기존의 건설사 주도형 PF 공모방식은 건설사의 PF 연대보증에 따른 사업주도로 고분양가 책정으로 수분양자의 부담이 증가하는 구조다. 이에 하남시도시개발공사는 국내 최초로 재무적투자자 주도형 공모형 PF 사업모델을 만들었다. 이는 공공성과 적정분양가, 시공사의 과도한 공사이익 배제,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이뤄 기존의 공모형  PF 사업의 문제점을 한층 개선한 모델이다. 

<박유석 고양시건축사회 고문>

고양시의 개발수요를 봤을 때 지자체가 운영하는 개발조직이 필요하고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방법이 지방도시공사 형태여야하는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지방도시공사와  직영기업이라는 제도가 있다. 지방도시공사는 일반 상사처럼 이익을 최우선으로 운영하고 직영기업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별로 운영하는데 각기 장단점이 있다.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지방도시공사가 적당하다. 그러나 공공성을 우선적으로 한다면 지방도시공사와 직영기업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은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방도시공사의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우선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방도시공사는 각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 중복투자를 하는 경우다. 수치상으로 수익이 창출되지만 결과적으로 부실과 연결된다. 둘째, 민간기업에서 더 잘하는 사업까지 침범할 수 있다. 따라서 지자체는 민간기업이 더 잘하는 부분과 지방공기업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구분지어 질서를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방도시공사의 개발사업이 지자체의 장기개발 계획과 부합되어 나오겠지만 사업성만 쫓다보면 장기개발계획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넷째 사업규모의 적정성이다. 고양시의 경우 명품신도시를 포함해 1500만평~2000만평 정도가 개발예정 규모인데 100만 인구의 지자체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다.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지자체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개발규모와 국가가 나서서 해야하는 개발규모를 지자체는 구분해서 업무분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기업의 목표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중요하다. 민간투자를 받아서 한다면 투자자의 의견이 반영돼 이익창출에만 치우치게 된다. 공적인 자금이 투자된다면 공공성과 공익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공성이 반영된 목표사업이 고양도시공사 출범 전에 반드시 정해져야 한다.

 

<이상경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8년째 행정안전부 공기업경영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영평가측면에서 공기업 설립문제를 봐야한다. 고양도시공사 출범후 1년이 지나면 행안부의 위임을 받은 경기도의 경기개발연구원을 통해 경영평가를 한다. 평가점수가 2~3년 연속 나빠지면 경영진단을 받게되고 나중에는 공사설립취소가 될 수 있다. 매년 한 두개의 지방공기업 퇴출된다. 재작년에 정남진장흥유통공사가 사라지고 작년에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이 사라졌다.

따라서 공사가 수립되면 직원들이 경영평가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경영평가에서 우선적으로 조직을 평가한다. CEO에 의해 조직이 얼마나 잘 관리됐느냐를 본다. 문제가 되는 곳은 항상 CEO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곳이다. 지자체장의 입장에서 인사를 쉽게 할 수 있는 곳이 공사나 공단에 자리를 앉히는 것이다. 낙하산 CEO는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통제를 하지 못하고 노사갈등이 크게 일어나고 결국 경영성과가 나빠진다.

두번째는 사업관리 측면에서 수익성 지표를 보게 된다. 초기에 개발사업만 하게 되면 기획, 보상,분양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익은 초기 2~3년동안 제로가 된다. 개발사업만 한다면 초기에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농후화다. 특히 관광개발사업은 위험성이 굉장히 높다. 택지개발사업 역시 초기 공사채를 많이 발해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부담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공사는 개발사업 외에 다른 대안사업도 고려해야 한다.
세번째는 공익성을 평가한다. 공사는 기업으로서의 수익도 내야하지만 시가 해야할 서비스를 대신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절묘한 운영이 필요하다. 그런데 고양도시공사는 현재 택지개발사업위주로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공익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초기에 이러한 점에 유의하여 운영돼야지 고양도시공사도 평판이 좋아진다. 이러기 위해서는 초기에 전문성 확보가 중요하다.

고양시의 경우 개발잠재력이 높기 때문에 고양도시공사 설립은 시의적절하다. 만약 개발이 포화상태였다면 조직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큰 덩어리의 개발을 효과적으로 이행하려면 기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자기자본의 4배 이상 할 수 없다. 사업규모가 크더라도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성도시공사의 경우 화성의 사업물량이 굉장히 많았음에도 아예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경기도시공사의 경우도 사업이 많지만 부채비율이 너무 높다.

요컨데 사업물량이 많다고 해서 공사가 잘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사업과 적정한 조직 규모, 그리고 자본금 조달 과정이 어떻게 조화롭게 엮이느냐가 중요하다.

 

<조경래 SH공사 전문위원>

SH공사의 베스트 프로젝트를 들자면 신개념의 임대주택인 쉬프트, 은평뉴타운개발, 마곡도시개발, 세운재정비촉진사업, 상암지구건설 등이다. 초기에는 주택건설에 치중했던 반면 최근에는 도시정비사업에 많이 치중하며 기업성보다 공공성에 많이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2006년 전세가격 폭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SH공사는 주택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장기전세주택인 쉬프트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쉬프트는 주변전세가격의 80% 수준에서 공급하고 전세기간도 거주안정성을 위해 최대 20년까지 보장해 주었으며 실수요자들에게는 중대형 아파트를 보급했다. 장기전세주택은 최초로 2007년 5월 481호를 송파구 장지동 일대에 공급되었다. 장기전세주택은 2007년 2016호를 공급했고 2010년까지 2만5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장기전세주택 '쉬프트(SHIFT)'는 주택의 개념을 재산증식을 위한 소유중심에서 거주중심으로 변화시킨다는 개념이 포함되었다.

강남과 강북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주거정책을 시도를 했는데 그것이 뉴타운이다. 은평뉴타운은 진관내동, 진관외동, 구파밭동 일대 100만평 규모에 공동주택 16721호 건설했다. 은평뉴타운 사업은 과거 건설업체에 의존하는 개발방식에서 벗어나 공공부문의 역할을 증대한 것으로 다양한 도시개발을 위한 것이었다. 특히 은평뉴타운은 최초로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했고 후분양제를 실시해 기존의 아파트 대한 공급질서를 획기적으로 전환시킨 계기가 됐다. 분양원가 공개 내역서에는 임대주택건설에 대해 어떻게 재투자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된다.

마곡도시개발은 서울에서 마직막으로 남은 대규모 미개발지에 대한 개발로서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 계획에 있다. 여기에는 연구단지, 국제업무단지, 상업단지가 들어서며 주택 1만9000호에 인구 3만3000명을 수용한다. 또 여기에는 석촌호수의 1.5배에 달하는 공원과 호수가 형성된다.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은 종로 세운상가 일대, 즉 종묘 앞에서 필동 앞의 상가를 모두 허물어 1Km의 녹지축을 형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북악산에서 관악산까지 녹지축이 형성되어 도심 내 공원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

SH공사의 향후 사업추진방향을 말하자면 우선 주택시장을 안정적으로 형성시키겠다는 것이다. SH공사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장기전세주택 공급계획을 수립해 실행했고 재개발임대주택 일정분량을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신혼부부임대주택제도를 2007년도부터 실시해왔다. 이를 통해 SH공사는 주택가격 안정화에 기여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고양도시공사도 공공성에 주안점을 두어 서민거주안정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SH공사도 공공성을 감안해 이익이 많이 남는 주택사업분야에는 분양가를 낮춰서 공급하려고 한다.

SH공사의 또 다른 사업추진방향은 저소득정책을 주택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SH공사는 소요예산 6300억원(국부40%+국민주택기금50%+공사예산10%)을 들여 민간의 다가구주택을 개보수한 다음 저소득층에 다시 임대를 해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영복 고양시의회 건설교통위 위원>

기존 지방공사의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데 고양도시공사도 핑크빛 전망보다는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 국토해양부 제1차관과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내정자는 지난 9월 8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보금자리주택이나 녹색뉴딜 쪽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택지개발, 신도시개발, 재건축 재개발은 가급적 민간기업에 맡기겠다는 내용을 가지고 기자회견을 했다. 또 한국토지공사 사업구조 조정의 내용은 공익적 기능은 강화하면서 수요의 감소가 있는 신도시개발이나 택지개발은 대폭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고양도시공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획일적인 택지개발사업보다는 공익성을 띤 다양한 사업 구조를 지니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민간개발방식은 41.2%의 주민재정착률, 공영개발방식은 25.4%의 주민재정착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고양도시공사는 땅장사식 개발을 지양하고 주민재정착을 위한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고양도시공사 설립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됐다. 시민들의 감시와 참여를 통해 성공적인 공사설립과 사업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데 시는 이러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고 타당성 용역 조사에서도 군데 군데 잘못된 점이 많다. 사업평가의 적정성에서도 연립주택형 소규모 택지를 개발해서 신도시아파트보다 비싸게 판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 그 땅을 지켜왔던 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고양도시공사는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대안은 에코바이크사업, 브로멕스사업을 고양도시공사에서 직접 맡아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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