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어린이 위해 나무심고 가꿔

 

▲ 장경만씨는 고양중앙로타리클럽 봉사위원장, 원당조기축구회 회장, 통일녹색운동연합 고양지회장을 맡아 새로운 봉사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장님이 쌀이 부족하다는 기도를 하고 있는데 내가 쌀을 가지고 왔다며 신기해하시더군요.”  

봉사를 자꾸 하면 더 하고 싶어진단다. 도움을 주는 사람을 알고 싶다는 이에게 “별거 아니라”며 서둘러 종종걸음을 쳐서 나오며 혼자 즐거워한다고. 전 고양시 태권도 선수단 코치를 맡았던 장경만씨(48세) 이야기다.

82년대 당시 원당읍 주교리 서기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장경만씨는 어느 자리에서건 이웃을 돕는 일을 가장 먼저 고민했다

고양종고 태권도 동문회 회장을 맡아서는 13년 동안 매년 불우이웃돕기 일일찻집가 어르신 위안잔치를 열었다. 당시에는 마땅한 시설을 없어 나이트클럽을 빌려 어르신들을 모셨다. 그래도 다들 고마워하고 정말 많은 이들이 모였다고. 바르게살기협의회 화정동 지회장을 맡고서는 정신지체아들을 위한 시설인 사랑의 동산 원생들과 나들이를 다니기도 했다. 정신지체아들이 꼭 하고 싶은 것은 바깥 나들이라는 원장의 귀뜸을 들었기 때문이다. 화정1동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도 장경만씨가 7~8년 계속 해온 일이다.

최근 참여하게 된 고양중앙로타리클럽(회장 이기홍)에서는 봉사위원장으로 봉사만을 고민하게 됐다. “내가 워낙 그런 일만 하니까 아예 그렇게 맡겨버렸나봐요.” 수줍게 웃는 장씨가 남몰래 이웃돕기를 꾸준히 해온 사실을 아는 이들은 다 안다. 90년부터 추석이면 40kg 쌀을 친구들과 둘러메고 지역의 사회복지시설을 돌았다. “누구냐” 물어보면 손사래를 치고 얼른 자리를 떴다. 가수 유승준씨로 유명해진 지축동의 금빛사랑선교원에 찾아갔을 때는 마침 쌀이 떨어져 기도중이었다는 사무장의 인사를 받기도 했다. 

장씨에게 남을 돕는 일은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고. 82년 처음 서기 일을 하게 됐을 당시에 군청 앞에 있던 시계방에 놀러갔다가 그곳 사장을 알게 됐다. 말쑥한 얼굴의 그 사장은 알고보니 휠체어를 의지해야만 이동이 가능한 1급 장애인이었다. 자주 놀러가 벽시계 고치는 일을 돕다가 형과 아우로 지내기로 했다. 그보다 4살이 많은 이정희씨는 지금 화정에 산다. 특별한 만남은 또 있었다. 고양시청 앞에서 ‘구두닦는 시인’으로 언론에도 보도됐던 시인 정지훈씨가 그 주인공이다. 언론에 나오기 전 정씨는 그냥 가난한 구두닦이였다. 시집을 내고 싶어하는 그의 사연을 듣게 된 장경만씨는 선뜻 30만원을 내어주었다. “평생 내 구두는 공짜로 닦아달라”는 조건이었다고. 시집을 냈지만 사정이 생겨 정씨는 고양시를 떠나 소식을 알지 못한다. 그래도 아쉽거나 서운해하지 않는걸 보면 장경만씨는 돕는 일에는 어느덧 ‘내공’이 쌓인 것처럼 보인다.

최근 장경만씨는 새로운 도우미를 자청하고 나섰다. 북한어린이들을 돕는 사단법인 통일녹색운동연합(이사장 김현욱) 고양시지회장을 맡게 된 것이다. 여의도에 본부가 있는 통일녹색운동연합은 전국적으로 지부가 결성돼있는 전국 단체로 북한 식량난 해소를 위해 나무심기, 연구소 설립 지원과 모금을 전개하고 있다. “정치적인 목적을 배제하고 북녘 어린이들을 돕는다니 우리가 꼭 해야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는 장경만씨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 설레임에 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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