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신도시 20주년을 돌아보다 - Ⅳ. 지속가능한 개발을 향해

“누군가 밤가시초가가 문화재 보존대상으로 선정될 것이니 철거하지 말라는 경기도의 구두통보가 있다는 얘기를 해왔다.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런 정도의 집은 고양, 파주군에 얼마든지 있으니 우리가 사업을 하니까 보존하려고 하니 그냥 철거해버리자고 했다.”
당시 일산사업단장이었던 장병선씨는 한국토지공사가 1997년 발간한 ‘일산신도시 개발사’에서 이러한 내용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적고 있다. 당시 밤가시초가는 임의로 철거를 하자는 토지공사 관계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기도와 문화재 당국간의 실랑이 끝에 간신히 1000여평의 추가 부지와 함께 보존됐다. 많은 이들이 살기 좋고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해 애썼던 1기 신도시 일산은 그렇게 이상과 현실사이에 많은 충돌을 겪으며 ‘반쪽의 성공과 과제’를 남기고 20년을 맞이했다.
편집부장 김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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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신도시는 총면적 1573만5711㎡(476만53평)에 총사업비 2조6601억5900만원(용지비 8880억1300만원, 개발비 7328억, 개발비 7328억원, 간선시설지원비 1조393억4600만원) 규모로 개발됐다. 사업기간 1990년 3월 31일~1995년 12월 31일에 6만9000세대, 27만6000명 수용인구로 계획됐다. 이는 당시 정부의 200만호 주택공급계획 가운데 5개 신도시가 공급할 주택건설량 29만4000호 가운데 23.5%를 차지하는 분량이다. 공급주택 중 단독주택 8.5% 5870호, 연립주택 7.4% 5122호, 아파트 84.1%인 5만8008호가 공급됐다.  

일산신도시의 계획 자체는 주거용 주택공급이 목적이었지만 전문가들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이면서 자족도시로의 꿈이 시작됐다. 1989년 8월 정부는 신도시내 자족시설 유치 대상 자족기능시설을 설정한다. 당시 건설부에 제출된 일산신도시 기본구상은 일산신도시는 공공행정, 상업서비스 문화예술 등의 국제적 성격을 갖춘 도시로, 지방과의 연계가 낮은 기관들을 유치하고 대형유통, 레저시설을 갖춘 도시로 개발하도록 되어있었다.

이 안이 수차례 논의를 거쳐 서울시의 농수산물도매시장, 아파트형 공장과 통신시설, 국토통일원의 통일관련시설, 문화방송시설, 국립의료원의 종합의료시설, 건설부의 건설센터, 한국통신의 정보통신센터, 대한무역진흥공사의 전시시설, 한국관광공사의 회의시설, 출판문화산업단지, 외무부 외교단지가 최종 결정됐다.

계획에 앞서 1989년 7월 21일 건설부와 한국토지공사 후원으로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서 김안제 교수(서울대)는 “서울 인접지역에서 자족도시는 불가능하지만 일반사업지역은 자족시설이 가능하다”며 “서울의 기능 이전지에 다시 그 기능이 들어가지 않도록 서울의 정책일관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족도시 건설의 어려움을 미리 예견한 지적으로 보인다.

당시 강홍빈 연구소장(대한주택공사), 황용주 교수(중앙대) 등 참석한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자족도시라는 계획의 현실가능성을 우려하며 이를 지켜나가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외교단지는 정부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고, 출판단지는 땅값 협상 과정에서 파주로 넘어갔고, 농수산물도매시장 역시 유치되지 못했다. 

안건혁 교수(서울대)는 “일산신도시의 고용과 자족성을 높이기 위한 업무, 특화기능의 유치는 실패했고 그 자리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대체해 들어갔다. 고용창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다, 초기 입주자들 대부분이 서울에 근거를 두고 주택마련이나 투자를 목적으로 이주해온 만큼 서울로의 교통이 문제가 된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교수(단국대)는 지난 6월 토공이 개최한 신도시 평가와 과제에 대한 토론회에서 “입주단계에서 자족성 부족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신도시 개발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지만 자족성이 완성단계에 이르기까지는 20여년 정도가 소요된다”며 고용성장을 관리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교수 역시 3기 신도시의 개발 방향으로 방송영상미디어, 교육연구개발, 산업연구개발 등 중소규모 복합단지를 지향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들은 고양시가 현재 미래도시의 비전으로 내세우는 내용들과 많이 닮아있다. 그러나 이제 2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자족성의 완성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 앞으로도 개발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산, 고양의 미래도시는 자족도시를 향한 또한번의 도약이 되어야할 것이다.

<이번 기획기사는 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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