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조각순례 - 이홍수의 ‘잠자는 나무’

세상에 잠처럼 달콤한 일이 또 있을까. 잠의 유혹을 물리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잠의 유혹에 번번히 무릎꿇어 온 것이 우리네 삶 아니었던가. 호수공원엔 잠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침대에 누운 나무가 있다. 조각가 이홍수씨의 ‘잠자는 나무’가 그것.

잠의 유혹은 나무에게도 유효한가. 작가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문제는 잠의 유혹을 견디지 못한 나무가 택한 잠자리가 고장난 침대라는데 있다. 고장난 침대 위에서 안락한 잠을 청할 순 없다. 작가는 이점도 인정한다. 편안히 쉬지 못하는 나무의 침대생활을 지켜봐 달라는 것이다.

하긴 나무들 삶이 고달프기도 했겠다. 수많은 탄산가스를 깨끗한 산소로 바꿔 주었건만 은혜도 모르는 인간들 다른 이유로 나무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자기집 정원에 심겠다고 산에서 뽑아 왔으면 잘 키워야지 돌보지도 못하고 죽이기까지. 혹 삶터를 빼앗고 그곳에 아파트며 자기네들 별장을 짓기도 했다. 이러니 쉬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

조각가 이홍수씨는 ‘잠자는 나무’를 통해 자연생태의 오염과 파괴를 이야기하고 있다. 불편한 나무를 보여줌으로서 작가는 위협받는 자연과 환경대책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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