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비전 2011' 보고서에서 내린 교육 처방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KDI는 향후 10년간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 '수월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다양성'이 보장된 교육 시스템으로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평소 정책적 입장이 달랐던 교육계가 한 목소리로 KDI의 입장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하였다. 또한 국회 교육위에서 논쟁이 되면서, 이 문제가 향후 대통령 선거에서 첨예한 정치 쟁점으로 부각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KDI 보고서의 내용과 이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의 글은 추후 다른 지면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고, 여기에서는 위와 같은 논쟁을 보면서, 그동안 시민 사회의 관심을 끌어온 ‘대안’ 교육과 공교육과의 관계에 대한 필자의 평소 생각을 독자들과 나누어 보고자 한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얼마 전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위해 뛰고 있는 한 선생님으로부터 '공동육아협동조합'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바 있다.(물론 조합원 개개인은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반대 주장 뒤에 숨어있는 세세한 논리에 대해 차분히 논의할 시간이 없어 아쉬웠지만, '공동육아협동조합'이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반대한다는 사실이 필자에겐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잠깐, 앞서 언급한 KDI 보고서를 떠올려보자. 그들은 '수월성의 추구'라는 미명하에 학부모의 '선택'과 학교의 '다양성'을 주장했다. 필자가 '유아교육 공교육화'에 반대한 '공동육아협동조합'의 입장에서 KDI 주장의 또 다른 변종을 확인했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자기 자녀의 '자연 친화적', '대안' 교육의 '선택'을 통해 자기 자녀의 '수월성'을 높이고자 하는 중산층 학부모들의 '욕망'을 말이다.

공교육이란 한 인간이 사회에 태어나 그 사회에 적응하고, 자신의 관심과 특기에 비추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 발달하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이다. 이는 사회(국가)의 의무이며, 한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사회 기관인 것이다. 따라서 이는 자라날 세대에 대한 기성 세대의 의무이며 책임인 것이다.

KDI는 이러한 공교육의 원리를 시장주의적 원리로 대체하고, 국가의 의무를 개별 학부모의 책임으로 떠넘기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들은 사회(국가)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재정을 확충하겠다는 어떠한 계획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오로지 '다양성'과 '선택'이라는 앙상한 논리만이 있는 것이다. 물론 '자연 친화적' 교육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필자는 여기서 중산층의 가족이기주의를 넘어 사회 전체의 평등한 발전을 추구하는 비전을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에 불만을 갖고 '대안'을 찾는 소중한 시도가 자칫 가족 이기주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모든 아이들을 위한 '대안'으로 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기성세대의 몫이 아닐까?

<교육비평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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