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내년 5, 6학년 우선 추진위해 47억 요청
고양시, 예산효율성 고민…시의회 조례제정 추진


김상곤 교육감이 추진하던 무상급식 지원이 경기도 교육위원회와 경기도의회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후 고양시에서는 고양시 자체적으로 조례를 제정해 모든 초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실현될 수 있도록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박기범 기자 >

 

 

▲ 급식은 아이들이 학교 생활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습니다>

 

무상급식 확대가 지역 사회는 물론 전국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지만 예산확보와 지원 형태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양시 역시 예산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무상급식 확대에 대한 학부모들의 바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가정 형편의 어려움을 겪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은 물론이고 일반 가정 학부모들에게도 급식비 지출은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부모들, 아이 상처줄까 전전긍긍

현행 급식지원제도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에 대해 이뤄지며 그 밖의 경제적 형편이 어렵지만 서류 증빙이 어려운 학생들은 담임 추천에 의해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지원 자격 여부와 상관없이 학교에서의 급식 지원 신청을 다소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녀가 급식 지원 대상자라는 것이 학교에 알려질 경우 아이가 학교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거나 대상자라는 사실이 노출될 경우 자녀가 받게 될 상처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수급자 가정의 김모(마두동)씨는 “학기초면 급식과 관련해서는 나에게 직접 연락 달라는 내용으로 담임에게 편지를 쓴다. 아이들이 급식 지원에 대해서 물어오면 속상하고 가슴이 아프다”라고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실제로 담임교사가 급식 지원을 받고 있는 아이들만 방과후에 따로 불러 급식 지원에 관한 질문을 하는 바람에 아이들이 곤혹스러워한 일이 있다고 한다. 담임교사와 학교측의 세심함이 결여되면 아이들은 눈치 빠르게 급식 지원 대상자 아이들을 가려내고 결국 이는 급식 지원 대상자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돌아간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먹는 것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제한된 예산 때문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무상급식이 확대돼 아이들이 원활하게 급식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상위 계층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최모(정발산동)씨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씨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

최씨는 “급식 등 학교에서 지원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있어도 신청이 꺼려진다. 혹시라도 아이가 상처를 입게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발급 받아서 제출할 때는 정말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의식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더구나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다. 밥상머리 교육이 아이들이 그 시기에 익혀야 할 가장 중요한 교육의 하나라면 무상급식 확대는 여러 교육과제 중 시급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상급식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먹는 급식을 통해 식사예절과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가 없습니다>

- 학교 “급식보다 시급한 교육과제 있다”

그러나 무상급식 지원 확대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이 강력한 것과 달리 학교 현장에서는 무상급식 확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지원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발생하고 있다.

일산동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일부에서는 급식지원 여부 노출을 우려하나 학교에서는 당사자와 다른 아이들은 전혀 알 수가 없도록 신중을 기하고 있다. 노출우려는 전혀 없다. 무상급식이 확대되면 좋겠지만 여러 지원이 잘 돼 있어 당장 시급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덕양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도 “학교에서의 교육 중 급식보다 시급한 것들도 많다. 국가적 차원에서 무상급식이 실현된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으나 교육부 예산만으로 진행된다면 문제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급식이 의무교육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당연히 지원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우영 흥도초등학교 교감은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급식은 의무교육에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무상급식이 실시돼야 한다. 이미 시대적 요청도 있고, 여력이 된다면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영주 도의원도 “고양시 학교들의 극심한 양극화 상황에서 빈곤층만을 별도로 지원하는 것보다는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급식을 지원 받으면서 상처받지 않을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무상급식에 대한 원론적 부분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관계자들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무상급식의 지원 범주와 형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태봉 건강한 학교급식 실현을 위한 고양시민단체연대회의 대표는 “결국 무상급식 확대에 대한 논란은 의무교육 범주에 무상급식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생각과 부유한 학생들에게까지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의 팽팽한 대결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무상급식은 지원 시기, 방법, 규모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계가 없습니다>

- 무상급식 조례제정위해 600명 서명

9월 16일. 고양시민회 아파트주거생활연구소가 고양시와 고양시의회를 방문했다. 이들은 9월 1일부터 9일까지 화정역 일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고양시 무상급식 조례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았다. 짧은 기간 동안 실시된 서명전 임에도 600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무상급식 실현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들은 무상급식 조례제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서명지를 전달하고 시와 시의회가 시민들의 뜻을 시정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재준 아파트주거생활연구소 부소장은 “고양시 예산의 효율적 편성만으로도 무상급식 확대가 가능하다. 시와 시의회는 무상급식이 실현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초등학생 무상급식 지원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에 전달된 이 서명부는 교육체육과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경기도 교육청의 내년도 무상급식 지원확대에 따른 예산 활용에 대해서도 교육청과 논의하고 있다.

지난 9일 고양시와 고양 교육청은 의견 교류를 위한 협의를 갖고 내년도 무상급식 지원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경기도 교육청은 당초 추진하려던 초등학교 300인 이하 소규모 학교 및 농촌 학교에 대한 무상급식 확대가 무산되자 5∼6학년들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급식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양 교육청은 시에 47억 가량의 예산 지원을 요청한 상태이다.

교육청은 130억 가량이면 고양시 전체 초등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이 가능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교육청이 추진하는 무상급식 확대 방안에 따르면 2010년에는 5,6학년 학생 2만6679명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추진한다. 이에 따른 예산 107억4800만원 중 56%인 60억4500만원은 교육청이 부담하고 44%인 47억300만원은 고양시에 보조를 요청한 상태다.

교육청은 2011년에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2012년에는 초등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고양시는 예산 지원 규모와 효율성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교육경비보조금으로 많은 예산이 지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47억 가량을 지원하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이병성 교육체육과 팀장은 “무상급식 지원에 대해서는 5∼6학년에 대한 지원보다는 전체 학년 중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이에 따라 시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신중히 결정하고자 한다”며 아직 구체적인 결정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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