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광고자율심의기구에 의한 방송광고 사전심의가 위헌 판결을 받은 지 벌써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의 판결은 관련학계나 업계, 규제기구, 시청자단체 모두의 예측을 조금씩 비켜간 것으로 적잖이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그 결과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대안이 명확히 수립된 상태가 아니며, 여전히 과도기적 성격을 띠고 있다. 

사실 방송광고는 시청자에게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치고 빠지는 식의 단타성 광고만으로도 큰 피해가 나타날 수 있는 영역이다. 마지막까지 공적 성격의 사전 심의가 남아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행정권의 개입으로서 검열 행위를 문제 삼았을 뿐이지 이러한 자율 심의의 필요성을 부인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고 보니 광고주를 비롯한 일부 사업자들은 지나치게 편의적으로 사전 심의 절차를 해석함으로써, 시청자이자 소비자인 국민 대다수의 안전을 볼모로 삼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방송광고의 사전자율심의는 방송협회와 케이블TV협회, 사후심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역부족인 측면이 크다. 무엇보다도 제작 주체인 광고주나 광고단체의 사전자율심의 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각 방송사 협회 차원의 광고심의로는 한계가 있다. 우선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방송사들의 광고심의 누락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렇다고 해서 품목별로 ‘진실성’ ‘입증책임’ 등 전문성을 요구받는 방송광고 심의를 각 사가 수행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광고주나 광고단체가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답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유료방송의 경우 플랫폼별로 수 십 개 채널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모두 관할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그나마 케이블TV협회만이 소속 SO와 PP들의 광고를 독자적으로 심의하고 있을 뿐, 위성방송이나 IPTV 등 여타 플랫폼들은 이러한 체계를 제대로 운영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부분 방송협회와 케이블TV협회의 심의 결과를 준용하거나 적당히 방기하는 행태로 이어진다.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군소PP나 식당, 웨딩홀 등 지역광고가 방치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민우회 최근 모니터링 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방송광고 심의 현황은 상당히 많은 문제를 갖고 있었다. 대부분의 광고가 의무고지 내용을 매우 형식적으로 이행하고 있었으며 진실성 또한 결여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볼 때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솜방망이 제재는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집중적으로 문제가 된 품목은 보험(인포머셜), 대부, 상조업 등이었다. 이들은 소비자 피해가 대거 양산될 수 있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의무고지를 강제한다 해도 소비자 오인 효과를 방지하기 어려운 품목이라는 점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주들은 식별하기 어려운 수준의 형식적 의무고지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러한 무책임이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광고주의 법적 책임이 면제되어 있다는 데 있다. 현행 방송법은 방송광고의 후유증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방송사에게만 묻고 있다. 광고를 제작한 주체는 쏙 빠진 채 이를 편성한 주체에게만 책임을 묻는 구조다. 일이 이 지경이다 보니 광고주들이 여유를 부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광고주의 법적 책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겠다. 최소한 자신이 만든 광고가 사람들에게 거짓된 정보를 준 것이 명백하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 그로 인해 얻어진 부당한 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구조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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