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시, NGO 문제제기에 150년 민영화 뒤집어
지하수ㆍ강물정화 물부족대처, 시민인식개선 성공

기획 - 생명의 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기획취재 물부족 바로보기>

Ⅰ- 물풍요 국가 프랑스, 그들이 바쁘다?

Ⅱ- 섬나라 영국, 물스트레스 국가라니
- 사망선고 받은 템즈강 살리기, 시민캠페인까지

Ⅲ- 가뭄의 후유증 시달리는 태백?안동
- 갑작스레 찾아온 물부족 현실, 4대강이 해법인가

Ⅳ- 수변도시, 미래고양 비전이라는데
- 쉼없는 개발 속에 하천 물오염, 고양시도 다급하다


‘2025년 세계인구의 20%, 약 11억명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증가로 인한 용수사용 증가로 2011년 8억톤, 2016년 10억톤의 물이 부족할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이러한 수치를 기반으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수립하고 4대강 정비사업을 포함한 각종 물부족 문제 대처 해법을 쏟아내고 있다. 각 기초자치단체에도 녹색성장부서가 만들어져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한 사업을 추가 고민하며 상부의 정책을 아래로, 아래로 현실화 시켜내려 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일부 NGO들은 한국이 결코 물부족 국가가 아니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물부족국가인가 아닌가 하는 논쟁보다는 어쩌면 다가올 환경위기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대처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이 더 지혜로워보인다. 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전국 15개 지역신문사 기자들과 함께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의 안동, 태백, 황지와 국외의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의 물문제 대처법을 돌아보는 일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유의미했다. 앞으로 4회에 걸쳐 돌아보는 국내외 물문제 현장들이 호수공원을 자랑하며, 한강수변도시를 꿈꾸는 고양시에 어떤 비전을 줄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 파리의 세느강에는 32개의 다리가 있다. 그중 알렉상드르 3세 다리가 가장 아름디운 다리로 손꼽힌다.

‘세느강은 흐르지만 배는 절대 침몰하지 않는다.’

 

파리시의 슬로건은 도시의 자긍심을 나타내고 있다. 70%의 시민들이 수돗물을 바로 컵에 따라 마신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유리병에 수돗물을 따라 내오고, 시민들은 아무도 생수를 찾지 않는다. 1985년 25%에 달했던 상수도 누수율을 4%로 줄였다는 사실도 파리시가 물관리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2007년 전국 상수도 누수율 12.8%, 심한 가뭄피해를 겪었던 태백지역이 46%에 달한다는 사실에 비춰본다면 파리시의 상수도가 매우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은 상수시설에서 보내주는 물의 10분의 1도 각 가정으로 도착하지 못하고, 강원도 지역은 반 이상이 중간에서 새어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파리시는 시민들의 인식변화를 통해 물사용량을 꾸준히 줄여나가는데 성공했다. 현재 하루 물사용량의 두배 이상의 저장고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파리시 공공기관들과 민간기업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대표적인 상수사업업체인 수에즈 그룹이 자회사인 리오네즈데조 측은 세느강의 물과 지하수를 채취해 정수한 다음 다시 지하수층에 투입, 공급하는 2개의 정수공장을 가동하고 있었다. 기후변화, 미래의 물부족 문제에 대해 담당자들은 매우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으며 기술혁신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80년 80만㎡ 물사용량, 55만㎡로 줄여

프랑스의 상수공급은 매우 독특하게 관리된다. 19세기 후반 파리시는 세느강 물을 그대로 식수로 사용하면서 전염병이 창궐하자 상하수도 체계를 일대 정비하게 된다. 나폴레옹3세 당시 만들어진 상하수도 시설은 지금까지도 거의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파리시는 질좋은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반경 200㎞ 내에 지류에 지질전문가를 파견해 식수원을 선정하고 있다. 파리시는 50%의 지하수를 활용하고 나머지는 강물을 사용하는데 5개의 식수저장소에 120만㎡의 물을 저장하고 있다. 현재 파리시 하루 사용량은 55만㎡. 1980년대 까지만해도 파리시의 하루 물 사용량은 80만㎡에 달했으나 꾸준히 물사용을 줄여왔다.

전국 주요강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관리하는데 물관리 권한은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지만 그동안 운영은 민간에 전적으로 위탁해왔다. 150년 전부터 민간이 물관리를 주도하면서 현재 수에즈그룹(suez)과 베올리아그룹(veolia) 양자가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어 거의 독과점 수준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민간이 주도하다 보니 공공기관에 기술적 노하우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은 두 기업이 모든 물산업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어 두 기업에 위탁을 맡길 수밖에 없다. 결국 장기계약을 맺게 되고 기본이 20년이다. 많게는 40년 45년까지 계약을 맺고 있다. 부정부패의 가능성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의 전반적인 물관리시스템은 국가 중심의 물관리청이 그동안은 지자체가 대부분 민간기업에 이를 다시 위탁해왔다. 효율적인 민과 관의 협력을 이뤄온 셈이다.

 

▲ 파리시는 상하수도 시스템을 그대로 보여주는 물박물관을 유료로 운영한다. 자칫 재미없을 것같은 이 박물관에는 어린이와 가족들이 줄을 서서 관람하고 물관리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들라노 파리시장, 식수공급 공영화   

그런데 내년 1월 1일부터 파리시는 식수공급과 관련한 모든 민영 계약을 끝내고 에듀파리(Eau de Paris)라는 일종의 상수원 공급 공공기관을 통해 직접 관리하게 된다. 이는 지난 2008년 3월 프랑스 지방선거 당시, 현재 파리 시장인 베르나르 들라노 시장이 상하수도 서비스의 완전 공공화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승리했기 때문이다. 들라노 시장은 당시 상수도 요금과 수질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고려해 이같은 아젠다를 정책공약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공기업의 민영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공영화로의 회귀는 매우 드문 사례다. 파리시의 이러한 물관리 변화 이면에는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활동이 있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비자 보호단체인 UFC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식수공급, 상수도 요금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매우 적극적인 연구조사활동을 시작했다. 1985년~2005년까지 상수도요 요율을 점검한 결과 2.5배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는 전체 프랑스 인플레이션과 비교해 보아도 매우 높은 증가율이라 할 수 있다.

UFC의 까를리에스(Francois Carlier) 연구실장은 “상수도나 식수공급문제의 결정을 지방자치단체장이 결정하고 있는데 실제 물을 소비하는 소비자인 시민들에게는 결정권이 전혀 없다. 다른 소비재들의 경우 소비자들이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바꿀 수 있지만 물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이 출발됐다고 설명했다.

 

NGO 지자체 적정수도요금 조사발표

UFC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물이 식수원에서 가공돼 식수로 각 가정에서 나올 때까지 과정을 37개 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의 비용을 정산해 적정한 수도요금을 계산해냈다. 이를 각 지역별로 보고서로 만들 결과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가격이 책정된 지역을 알아낼 수 있었다. 프랑스의 제2의 도시라 할 수 있는 인구 100만의 마르세이유와 파리 근교의 도시들은 UFC조사결과 상수도요금이 적정가격보다 2배 이상 비쌌다. UFC의 조사결과 발표에 많은 지방자치단체들과 수도사업을 맡았던 민간기업들은 반발했다. 그러나 반향은 컸다. 마르세이유, 리옹시는 민간기업인 베올리아사와 재계약을 맺으면서 수도요금을 17% 인하했다. 파리시장은 2007년 당시 “재선된다면 민간기업에 수도사업을 주지 않고 직영할 수 있는 공사를 만들 것과, 시민들에게 적정한 요금으로 식수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은 지켜졌다.   

파리시의 효율적인 물관리 정책의 효과는 페트병에 담긴 생수사용량이 줄고, 수돗물을 그대로 식수로 사용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상수원 공급 공공기관인 에듀파리의 끌레멍씨는 “2000년 초 40% 수준이던 수돗물 식수 이용비율이 현재는 70%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 시민들 사이에서도 수돗물이 안전하며 페트병이 환경오염에 주범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민간기업도 물부족문제 적극 대처

파리시가 식수공급을 공공관리로 바꿨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프랑스 지자체들은 민간관리에 위탁하고 있다. 민간관리의 문제점이 지적되고는 있지만 관련 NGO들도 민간기업의 물관리 노하우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민간기업의 물관리현황을 보기 위해 취재진은 프랑스 전체 인구 중 13%에 달하는 1500만명에게 식수를 제공하고, 900만명을 위한 폐수처리 서비스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상수사업업체인 수에즈그룹의 자회사인 리오네즈데조(Lyonnaise des eaux) 식수처리공장을 찾았다. 파리시 외곽에 자리잡고 있는 리오네즈데조는 주변 70개 소규모 지자체에 식수를 공급하고 있었다.

 

▲ 물관리 민간기업인 리오네즈데조는 친환경적인 물관리를 자랑했다. 자연호수를 연상시키는 리오네즈데조의 자연 물침전조.

 

기술디렉터를 맡고 있는 스테판(Stephane Cornu)씨는 “지자체들은 단독이나 공동조합 형태로 민간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는데 각 업체들이 1㎥당 공급가격을 제시하면 가장 저렴한 곳으로 선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테판씨는 최근 우리나라의 상수도 민관위탁 시도와 관련해 “결국 물공급가격이 문제다. 위탁을 맡기는 지자체도 테크닉과 노하우가 있어야 민간위탁 기업을 견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민간위탁의 경우 우려되는 기관 투자나 누수율 제고와 관련해서도 오래된 기업으로의 노하우를 설명해주었다. 20년전에는 누수율을 낮추기 위해 전체 상수도관을 교체하고, 그로인한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바로 가중됐지만 현재는 누수부분만을 교체할 수 있게 됐다고. 기술개발로 각 상수도관에 센서를 부착하고 상수도관 내 소리 및 유압 등을 분석해 누수부분을 찾아 그곳만 교체한다. 미터기를 달아 야간사용 유량을 조사하는 등 다양한 검진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리오네즈데조 측은 취재진들에게 자연친화적으로 진행되는 물정화, 일종의 강변여과수 시스템 등을 보여주었다. 이곳에서는 관정을 통해 지하수를 뽑아 소독하고 침전과정을 거쳐 깨끗해진 물을 다시 지하로 내려보내는 과정을 통해 깨끗한 식수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프랑스의 물관리 기업, 공공기관, NGO을 둘러보며 주목했던 점은 미래를 준비하며 친환경적인 시스템과 기술개발을 고민하는 것에는 민과 관이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하나는 시민들의 참여를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어린이들을 위해 물과 관련한 영상을 제작해 보여주고, 전시하는 일에 공공기관이 나서고 있었다.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에 대해 지자체가 정책을 되돌아보고, 재계약시 이를 반영하고, 파리시장이 나서 150년 민영화 역사를 되돌려 식수공급의 공영화를 선언한 일은 우리에겐 매우 신선한 이야기다. 물부족을 외치며 추진되고 있는 우리 정부와 관련기관의 정책들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다시 고민해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본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