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례 감독…“고양 영화산업 기대”

 

▲ 임순례 감독은 여성 관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영화가 끝나고 줄을 지어 사인을 부탁하는 시민들.

“오늘 관객이 남성분이 한분도 안계시네요. 이번에 날아라 펭귄을 통해서는 도대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그냥 관성대로 살아가는 건 아닌지 돌아보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인권영화를 제안받으며 우리 스스로가 가해자가 아닌지,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에 상처를 주고받지는 않는지, 주변을 돌아보며 생활 속의 인권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2007년 관객 400만을 돌파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세친구, 와이키키브러더스 등 영화를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임순례 감독. 28일 어울림누리 시청각실에서 최근작 날아라 펭귄 시사회장을 찾은 관객들과 만났다.

“초기 와이키키브라더스나 세친구같은 영화가 매우 어두웠다. 그 이유에 대해 세상이 어둡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는데 그 이후 우리생애최고의 순간이나 이번 날아라펭귄에서는 좀 밝아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관객의 질문이 나왔다. 임 감독은 “세상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생각한다.(웃음) 그러나 관객들에게 보다 더 많이 보여주려는 생각에서 유머를 많이 넣었다”며 “개인적으로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고 기회가 되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마을학교 심상정 대표 선거 유세 당시 배우 문소리씨와 함께 춤을 췄던 모습을 재현해보이는 임순례 감독.

날아라 펭귄에서 남성들에게 애정이 실리면서 상대적으로 여성캐릭터가 너무 약했다, 특히 조기유학을 함께 떠나 고생하는 엄마(문소리)의 고뇌가 담겨졌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임 감독은 “실제 여성이 왜 남성 영화를 만드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영화에서는 여성의 인권문제보다는 사교육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엄마, 황혼이혼 위기에 놓인 노인(박인환)에 집중했다”고 답했다.

임순례 감독은 7년 전부터 채식주의자가 됐다. 최근에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도 맡고 있다. 함께 살고 있는 개 3마리와 교감을 나누면서 ‘남의 생명을 빼앗아 먹는 일’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고. 잃어버린 개를 찾아 헤매던 친구가 우연히 들어선 개소주 골목에서 겪은 이야기도 중요한 동기가 됐다. 현재 살고 있는 양평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통개’혹은 ‘개팝니다’등의 팻말을 보는 일은 그에게 오히려 자극을 주는 일이다. 채식과 환경, 동물보호에 대해 임 감독은 자신의 영화설명보다 더 눈빛을 반짝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순간의 식사를 위해 죽어야하는 동물들이 본능대로 살다가 죽을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겠냐는 부분에서는 숙연함마저 느껴졌다.

주제를 바꾸어 임 감독에게 영화감독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임 감독은 영화를 “매체 전체를 배우고 콘트롤할 수 있는 매우 미래지향적인 직업”이라며 “스스로 서사를 만들어갈 수 있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면 젊은 세대가 꾸준히 관심 갖고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도제방식으로 현장에서 몇 년씩 고생하고서도 선배 감독의 도움없이는 ‘입봉’도 어렵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능력만 있으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작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심상정 대표의 선거유세 당시 배우 문소리씨와 함께 지원유세를 하기 위해 고양시를 찾았었다는 임순례 감독은 “고양시가 최근 방송영상 산업에 주력하고 있는데 많은 감독이나 영화인들이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영상 영화산업은 위치보다는 지원과 인프라만 잘 구축되어있느냐가 중요한데 고양시는 매우 훌륭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순례 감독은 김도연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영화화를 준비하고 있다. 로드무비 형태의 불교적 색채가 강한 작품으로 내년쯤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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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학교 민우회… ‘날아라 펭귄’ 시사회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하는 새 펭귄이 기러기를 꿈꾼다?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 은 그런 얘기다. 임 감독은 영화에서 펭귄은 혼자 사는 40대 가장으로 설정한다. 아내와 두 아이를 미국에 조기유학 보낸 샐러리맨은 비행기 티켓값이 없어 미국으로 날아가지 못한다. 소방관이 꿈꾸면서도 학원 공부에 내몰리는 아홉 살 초등학생 승윤, 사회부적응 채식주의자 직장 새내기 주훈, 황혼 이혼 위기에 몰린 60 가장. 바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다. 

28일 고양어울림누리 별따기배움터에서는 고양여성민우회(회장 이여로)와 마을학교(대표 심상정)가 주최한 ‘날아라 펭귄’ 상영회는 신종플루로 인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함께 했다. 영화와 함께 웃고 웃으며 참여한 이들은 감독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에 공감을 보냈다. 상영회가 끝나고 등장한 박수와 함께 등장한 임순례 감독은 참석자들의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했다. 

마을학교 심상정 대표는 “임순례 감독은 함께 있으면 너무 행복한 감독이다. 이번 영화는 국가인권위에서 중간에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바람에 감독님의 소신과 투혼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며 함께 한 임 감독을 소개했다.
 

▲ 행사를 준비한 고양여성민우회와 마을학교 사람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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