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족 인식ㆍ제도미비 NGO와 협력하며 해결
환경오염으로 사망선고, 템즈강 살리기 100년

<기획> 생명의 물, 어떻게 지킬 것인가Ⅱ
섬나라 영국, 물스트레스 국가라니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기획취재 물부족 바로보기> 

Ⅲ- 가뭄의 후유증 시달리는 태백?안동
- 갑작스레 찾아온 물부족 현실, 4대강이 해법인가

Ⅳ- 수변도시, 미래고양 비전이라는데
- 쉼없는 개발 속에 하천?물오염, 고양시도 다급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 영국이 물스트레스(Water Stress) 국가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까. 물부족과 물관리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찾은 영국의 관련 정부기관과 시민단체들은 영국의 물관리의 허점과 문제점들을 감추지 않고 설명해주었다. 오랫동안 미터기없이 어떻게 보면 주먹구구식으로 관리해온 상수도 요금정책과 이로 인한 낭비요소들이 지금 영국정부가 해결해야할 물관리 과제다. 현재 영국 시민들은 1인당 일 150리터의 물을 소비하고 있는데 영국정부는 이를 130리터, 하루 20리터 감소하는 것을 목표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전세계적인 기후변화와 물부족 문제에 전격적으로 대처하며 전체 유럽국가들을 독려하고 있는 것도 영국정부의 발빠른 대처의 이유가 되고 있다. 이번 두 번째 기획기사에서는 영국정부의 물관리 문제 대처법과 시민단체와의 공조, 시민캠페인 현황을 주요하게 살펴보았다.

영국 런던=김진이 기자 kjini@mygoyang.com
사진 = 해외 공동취재단

 

 

“현재 영국 시민들은 1인당 일 150리터의 물을 소비하고 있는데 이를 130리터, 곧 하루 20리터 감소하도록 하는 것이 캠페인의 목표다. 개인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인데, 처음에는 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물에 소비재가격을 부여하는 식으로 접근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두 번째로 생각해낸 것이 1인당 물 낭비량을 산출하는 방식의 접근이었다. 개인이 낭비하는 물 양을 국민 스스로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샤워 9리터, 양치질 6리터 물낭비
영국의 환경농림부라 할 수 있는 데프라(Defra)의 마크 토리(Mark Tollitt) 캠페인 및 마케팅 부국장은 자신들이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데프라는 ‘당신이 샤워를 오래할수록 1분당 9리터의 물이 낭비 된다’, ‘당신이 이를 닦는 동안 1분에 6리터의 물이 낭비 된다’는 물 절약 공익광고를 제작해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각 방송국마다 광고주를 못 찾아 비는 시간을 공짜로 정부 공영캠페인에 할애해 줬다. 또 유명 연예인들과 물 낭비 관련 캠페인 동영상을 촬영해 이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라디오 광고, 인터넷 포털, 신문 광고 등 지난 9월 24일부터 6주 동안 미디어 노출에 100만 파운드(한화로 약 20억원)의 예산을 썼다고.
데프라 산하 수자원국의 피터 지긴스(Peter Jiggins) 국장은 “이웃 국가인 독일과 네덜란드의 경우 1인 일 물 사용량이 120리터 수준이다. 영국도 이와 같은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의 물 부족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터 와이즈 니키 러셀(Nicci Russell) 정책실장은 “물 관련 정책은 기후변화에서 비롯됐으며 기후변화는 이산화탄소가 원인이며, 전체 5%는 가정에서 배출되고 있다”며 “정부는 물 회사 관련 정책을 제정할 때에 기후의 변화에 대한 내용을 반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워터와이즈는 이러한 의견들이 물 관련 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8개월 후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공약에 물 부분이 포함될 수 있도록 압력을 줄 방침이다. 

 

 

1/3만 미터기 사용, 주먹구구식 요금 계산
워터와이즈는 데프라보다는 좀더 다양한 물관련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었다. 물 공급회사들과 함께 1000가구를 대상으로 위해 변기, 샤워기, 수도꼭지 등을 절약형으로 교체한 결과 물 절약효과를 거뒀다. 2008년 10월 물 절약관련 보고서를 발간했으며, 정부와 물 회사도 보고서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 현재 보고서는 재검토 중이며, 2010년 1월에 보완ㆍ수정된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정부보조금을 지원받아 세어(SHARE 저소득층 아파트에 대한 물 절약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영국 물관리에서 특이한 점은 전국 주택의 3분의 1만이 미터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한 물사용량을 알 수 없어서 표본을 추출해 평균값을 부과하고, 부동산 시세에 맞춰 주택가격과 물 요금을 연동시키는 있다. 수도요금은 1년에 2번 부과되며 1회당 평균 150~200 파운드 정도, 우리 돈으로 30~40만원 정도다.

영국은 20여 년 전부터 상수도사업을 민영화했고, 현재 20여개 회사가 환경과 경제적 요인 평가를 토대로 물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5년 단위로 물회사가 물 가격에 대한 제안서를 올리면 정부 산하기관에서 평가해 결정한다. 현재 물 회사들이 수도요금을 재 책정하기 이전에 가격요금감사단인 ‘오프왓(OFWHAT)’을 통해 수도요금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단계다.  

수도요금 책정 문제와 함께 영국을 다시 돌아보게 된 또한가지 이유는 바로 템즈강의 쓰레기 투기 현황이었다. 영국을 상징하는 템즈강은 1853년 콜레라, 1858년 대악취로 국회가 문을 닫을 정도로 지독한 환경오염에 시달렸다. 심지어 런던자연사박물관이 템즈강은 생태학적으로 사망했다는 보도자료 내기도 했다. 이에 영국정부와 시민단체들은 100여 년 동안 템즈강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카트ㆍ쇼파까지 템즈강에 투기
기자단이 방문한 템즈21(Thames21)이란 시민단체는 템즈강 본류와 지류, 샛강, 운하 등의 생태와 수자원 환경 관리, 보호활동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민간 환경단체다. 데비 리치(Deddie Leach) 사무총장은“아직까지 자전거 등 생활쓰레기 투기 근절되지 않았으나 현재는 125종의 어류가 사는 등 환경 대폭 개선됐다”며 이는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의 지속적인 캠페인 덕분이다.2012년 런던올림픽에 대비해 더욱 아름다운 하천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접 둘러본 템즈강은 그리 깨끗하지 않았다. 여전히 밀물, 썰물 때에는 많은 양의 쓰레기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쇼파나 카트 등 이해하기 어려운 크기의 쓰레기들도 있었다. 데비 사무총장은 “시민들의 투기가 대부분이며,그동안 정부의 잘못된 분리수거 정책과 인구 과밀화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15년 전만해도 적대적이었으나 현재는 공동 작업이 유익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돼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지만, 비도덕적인 기업에 대한 항의 등 NGO로서 본질적인 기능은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인식 변화, 정부가 나선다
영국의 물관리 현장은 우리의 눈으로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들이 많았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문제해결에 나선 영국정부가 관련 시민단체들과 협력하고, 시민들의 이해를 얻기 위해 고심하는 부분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템즈21이나 워터와이즈와 같은 시민단체들은 조금씩 성격이 달랐지만 기후변화와 물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정부를 동반자로 인식하며 발을 맞춰나가고 있었다. 물부족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영국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도 영국정부는 매우 공을 들여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었다.

워터와이즈의 니키 러셀 정책실장은 “물 절약 캠페인을 통해 영국의 프리스톤지역은 몸을 씻을 때 욕조에서 샤워기로 바꾸고, 절약형 변기를 사용한 결과 1일 50~90리터 정도의 물 절약 효과를 거뒀다. 평균 15%, 일부 가구는 25%가 물을 절약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자랑했다. 

또한가지 물부족이라는 똑같은 진단에 대해 내린 다른 해법이다. 영국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영국에서 만난 어느 누구도 물문제 해결을 위해 강을 파헤치거나, 댐을 건설하는 일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었다.

템즈21의 데비 사무총장은 한국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알고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알지는 못하지만 개발을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작부터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시민들의 자발적인 인식과 환경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물문제 해결은 절대 공급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런던 킹스 칼리지 토니 알렌(Tony Allan) 교수의 주장은 신중하게 주목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 세계 물의 양은 안정수준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공급 위주로 물 양을 늘린다는 것은 의문이 든다. 이제부터는 수용정책을 펴야 한다. 이론상으로는 전세계 물 사용량을 반까지 줄일 수 있다. 하루에 열 조각 먹던 돼지고기 1조각만 줄여도 엄청나다. 최소 10%는 줄인다는 결론이다. 사람들이 먹는 식수까지 줄이면 20억 인구 증가도 문제없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