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종 플루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유치원과 학교 등도 정상 수업이 되지 않을 정도에 이르렀다. 그러나 백신 접종에만 관심이 있지 이 병의 발생 원인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 현 사회의 실상이 뭔가 아쉬움을 갖게 만든다. 병이란 병이 발생한 원인을 밝혀 병원균을 없애야 낫는다. 그런데 병이 발생한 원인을 밝혀 해소시키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어떻게든 이 위기만 넘기려 한다면 제2 제3의 위험이 닥칠 것인데 어찌 우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우려는 신종 플루의 발생과 전파를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예년에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든 당시의 위기만 넘기면 되리라는 생각들을 했었다. 그런데 그 병균이 돼지독감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다시 돌아온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런 과정을 보면 다행히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신종 플루가 또 다른 형태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다시 우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많다. 병이 재발을 반복할 때마다 거기에 따라 백신을 개발하여 피해를 줄이려 노력하겠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되풀이 될 것이니, 이건 현명한 대처 방법이 되지 못한다. 병균이 돌연 변이를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내 해소시켜야만 현명한 대처방법이 될 것이다.

신종 플루의 발생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구의 환경변화를 제일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환경을 이렇게 변화시킨 주체는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함으로 인해 현재와 같은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종 플루 같은 못된 질병이 지구촌을 휩쓸게 되었으니 닭을 탓하고 돼지를 탓할 일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를 자책해야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기 좋아하는 인간들은 스스로들의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있으니 여기에 어떠한 답이 있겠는가?

이렇게 된 것은 보는 관점이 잘못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다’는 뜻의 견(見)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규(規), 성(省), 관(觀)이다. 규(闚)는 엿본다는 뜻이고, 성(省)은 살펴본다는 뜻이며, 관(觀)은 자세히 본다는 뜻이다. 곧 남의 잘잘못을 보는 것이 규(規)라면, 자신의 잘잘못을 보는 것은 성(省)이고, 자타(自他)를 좀 더 심층적으로 직관(直觀)해 보는 것이 관(觀)이다.

이 세 가지 중에 일반 사람들이 보는 관점은 대개가 규(規)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조상 탓으로라도 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류가 더 이상 멸망의 길로 나아가지 않으려면 이제 부터라도 정신적인 차원을 한 단계 높여 성(省)과 관(觀)의 관점으로 보는 훈련을 하여야 한다. 나의 잘잘못부터 먼저 성찰하고 욕심을 버린 직관적인 눈으로 대상과 나를 본다면 내가 선 위치가 어디이고 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 김백호(선도원 단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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