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전국 최하위 46%누수율 … 가뭄보다 관리부재 원인

<기획> 생명의 물, 어떻게 지킬 것인가Ⅲ
가뭄 후유증 시달리는 태백ㆍ안동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기획취재 물부족 바로보기>  

Ⅳ- 수변도시, 미래고양 비전이라는데
쉼없는 개발 속에 하천ㆍ물오염, 고양시도 다급하다

 


논란과 우려 속에 4대강 사업이 10일부터 시작됐다. 대규모 환경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결국 정부는 물부족시대에 대비한 ‘수질개선과 용수확보’라는 명분을 위해 강행을 결정했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물부족이라는 얘기는 사실 쉽게 수긍하지 어려웠다. 매년 홍수로 인한 피해가 더 심했고, 재난관련법이나 보상도 가뭄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마련되어있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작년과 재작년 강원도 지역을 중심을 겪은 극심한 가뭄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흔들어놓았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과연 이렇게 쉽게 4대강 사업이 가능했을까. 태백, 안동을 중심으로 아이 씻길 물도 없을 만큼 심각했던 가뭄은 정말 우리가 물부족 국가이기 때문일까. 9월부터 10월말까지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지원하고,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가 주관한 <물부족,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공동기획취재는 이에 대한 답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물부족 문제는 결코 댐건설과 개발만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만은 대부분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공감과 우려를 표했다. 정 총리의 말처럼 절대 “꿈꾸던 금수강산”을 만들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편집자>

 

김진이 기자 kjini@mygoyang.com

 

“내 태어나서 병물 받아 먹은 건 처음이었어요. 그래도 전국 각지에서 병물은 많이도 가져다 줍디다.” 정태선(태백, 68세)

“3개월 동안 물이 끊겼죠. 하루 1시간씩 급수를 해줬죠. 생수는 2ℓ 12병들이 한박스씩을 일주일에 한번씩 공급했습니다. 그때 이사간 사람들도 많고 지역주민들끼리 갈등도 많았습니다.” 최의경(황지 청솔아파트 관리소장, 68세)

물좋고 산좋기로 유명한 태백에 작년 겨울 찾아온 가뭄은 추위보다 매섭고 혹독했다. 고지대에 위치해있던 청솔아파트의 주민들은 3개월 동안 씻는 건 고사하고 밥하고 설거지할 물까지 걱정하며 지내야했다. 임대아파트인 이곳에서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이나 아이 엄마들이 문제였다. 아토피에 시달리는 아이 때문에 엄마들은 친정과 시댁으로 원정을 피난을 가기도 했다.

▲ 태백시 상장동 청솔아파트13m 크기의 대형 물방울 모양의 탑에 가뭄상황에 전국에서 보내온 1만5000여병의 물병을 빼곡하게 채워 넣어 그날을 기억토록 하고 있다.
3개월 동안 하루 1시간 급수

3개월 동안 하루 1시간 급수

 

3개월 동안 하루 1시간 급수
한강(검룡소)와 낙동강(황지연못)의 발원지가 있는 아름다운 도시 태백의 물부족 문제는 작년 9월부터 시작됐다. 1월까지 강우량이 전년대비 27%, 예년대비 32% 수준인 108.3㎜에 불과했다. 5만1285명의 인구에 필요한 급수량은 4만2000톤. 800만㎡ 저수용량의 광동댐 저수율이 41.8%인까지 떨어졌다. 태백시는 1월 6일부터 본격적인 제한급수에 들어가 하루 3만톤을 공급하던 물 공급을 5~30%까지 줄였다. 1월 15일부터 태백시에는 물재해 초비상사태를 선포하고 1일 물공급량은 평소 50%에 해당하는 1만5000톤으로 줄이고 하루 3시간 제한급수가 진행됐다. 관정 26개가 추가 개발되고, 생수 36만53970병, 급수차량 2798대가 동원됐다. 자원봉사자들은 광동댐의 얼음을 깨기도 했다.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목욕탕, 여관 등이 영업을 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 3개월이나 계속됐다.

 

태백시 상장동에 높이 13m 크기의 대형 생수조형물은 당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전국 각지의 도움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에게는 아픔과 상처의 기억이기도 하다. 광동댐이 생활용수 중심으로 공급을 하면서 농가와 시골마을의 고통은 더 심했다. 태백시 문곡면 소도동 소록골 30여구의 주민들은 농사와 식수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산골이지만 상류에 위치한 폐광으로 인해 계곡물이 석회성분으로 하얗게 변해버려 농수로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근에 계곡물을 두고도 상수도에 의지하던 이들에게 하루 한두시간 제한급수로 수요를 충족하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고지대라 공급시간에도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39.4% 유수율, 46% 누수율
태백시청 공무원들조차 “태백시 생기고 처음 겪어보는 가뭄”이라고 입을 모았던 심각한 물부족 상황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후변화로 얘기되는 급작스런 강수량 변동이 1차적 원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지역 관계자들은 제대로 된 관리가 부족해 더욱 심각한 상황을 야기 시켰다고 입을 모았다.

흘려보낸 물의 양과 사용한 물의 양의 차이를 나타내는 유수율과 누수율을 살펴보면 물부족 현상의 원인을 유추할 수 있다. 태백시는 2007년도 기준으로 39.4%의 유수율, 46%의 누수율을 나타낸다. 전국 평균 유수율 81.1%, 누수율 12.8%, 강원도 65.9%의 유수율과 22.2% 보다도 심각한 수치다. 흘려보내는 물의 절반밖에 소비자들이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누수율이 높다보니 수돗물 생산원가도 전국에서 가장 높아 1116원이다. 서울 554원, 경기 662원의 두배 수준이다.

▲ 아름다운 하회마을. 이곳에도 하회보가 설치돼 마을을 두르는 하천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으나 마을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노후 상수도관에서 흘러나가는 수돗물만 잡았더라도 태백시민들이 50% 제한급수의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태백시 1인 1일 물 사용량은 250.0ℓ인데 반해 급수량이 634.7ℓ. 공급시설은 오히려 과잉 상황임에도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수자원공사는 광동댐 상류부에 보조댐 건설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 

지자체ㆍ정부 책임공방, 위기 키워
심각한 누수율은 노후관로와 열악한 상하수도 시스템 관리가 원인이다. 그러나 노후관로 정비를 위한 예산 300여억원은 연 예산 2375억원, 재정자립도 25.5%에 불과한 태백시로는 버거운 예산이다.

태백시는 가뭄극복 대책과 함께 노후관로 보수를 위한 국비 지원을 정부에 건의했다. 광동댐의 보조댐이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이며, 가뭄극복상황을 정리한 가뭄백서도 발간하는 등 뒤늦었지만 위기 해법찾기에 부산하다.

▲ 태백시 문곡면 소도동 소록골 30여구의 주민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농사와 식수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강원발전연구원 수자원연구센터 전만식 연구원은 “강원 남부지역의 물부족 사태는 우리나라 물관리 체계 문제점의 종합판”이라며 “수도사업이 지방과 광역으로 이원화되어 있어 공급시설 과잉임에도 추가 사업이 계획돼있고, 정작 필요한 노후상수관 교체 등 시급한 과제는 지자체와 정부가 책임공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제대로 된 관리와 시스템 부재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그것도 서민들에게 돌아갔음을 태백 현장 취재결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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