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대 CCTV 10분마다 단속…“상가지역 심각” 56.3%

Ⅰ 과태료 100만원, 너무한 거 아냐
-<설문조사> 불법주정차에 대한 시민의식 조사
Ⅱ 단속하다 뺨맞고, 저희가 무슨 죕니까?
- 구청 단속반의 하루를 쫓다
Ⅲ 뭐가 문제? 점검해봅시다
- 불편한 주정차 시스템, 제도적 대안 모색
Ⅳ 주차가 행복한 도시 고양만들기 <토론회>

<본지 1000명 설문조사>

황량했던 신도시 초기 일산은 불법 주차의 천국처럼 여겨질 때가 있었다. 개발이 안된 나대지를 포함해 워낙 빈 공간이 많다보니 굳이 단속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덕분에 원하는 목적지 앞에서 차를 세우고 편히 볼일을 볼 수 있었다. 빠르게 진행된 개발과정에서 주정차 문제는 고양시의 주요 민원중 하나다. 고양시 콜센터 민원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과 단속을 맡고 있는 구청 관계자들은 불법 주차의 폐해를 강조하며 더욱 강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입장에서 대중교통도 불편하고 주차공간도 없는 상가, 단독주택지, 외곽지역에 대해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현재 시민들이 체감하는 고양시의 주차문제의 현황과 실태를 파악해보고, 보다 효과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연결시킬 수 있는 대안들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일산동구에 사는 A씨는 최근 몇 년 동안 불법 주정차로 인한 과태료가 수십만원이 넘는다. 뒤늦게 집으로 배달되는 과태료 고지서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과태료는 안내도 추가 이자부담이나 불이익이 없는 걸로 알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폐차할 때 한꺼번에 처리하자”고 마음먹은 것이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러나 작년 6월 22일부터 법이 바뀌어 불법주정차 과태료에도 가산금이 붙는다. 4만원 과태료를 60개월 동안 안내고 버티면 최대 7만800원까지 내야한다. 소급적용은 되지 않지만 더이상 A씨처럼 구청의 과태료 고지서를 무시하다가는 단계적 가압류까지 각오해야한다.

작년 한해 고양시 전체에서 26만5940명, 하루 729명이 불법주정차 단속에 적발돼 과태료고지서를 발급받았다. 단순계산으로도 고양시민 중 28%, 즉 3명 중 1명은 불법주정차로 단속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도대체 왜 이렇게 불법 주정차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일까.

단속강화해야?줄여야 모두 41%
‘불법주정차 위반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41.4%, ‘단속을 좀 줄여야한다’ 41%.
‘불법주정차는 주차요금이 비싸서 한다’ 29.1%, ‘주차장 위치 잘 몰라서 한다’ 22.5%, ‘습관적인 행동 때문에’ 7.6%.

고양신문사는 지난 11일 일산동서구 시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세이폴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많은 시민들은 불법 주정차의 문제점을 인식하지만 주차요금 부담이나 주차장 연계를 이유로 여전히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별히 주차가 불편한 지역으로는 상가가 56.3%로 단연 1위였다. 단독주택 21.4%, 호수공원 9%, 아파트 4.9% 순이었다.

불법 주정차 위반사례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차장 확보와 원활한 주정차 안내 시스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6.6%로 가장 많았다. 캠페인을 통한 시민의식 개선에 대한 답이 22%. 의외로 무인카메라 확대와 단속요원 증원을 통한 단속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답도 14.5%나 됐다. 벌금 강화를 주장하는 의견도 4.4%였다.

20 60대 단속강화, 30?40대 단속 줄여라
설문을 연령대로 분류해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고양시의 불법주정차 위반단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20대와 50대, 60대들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에 각각 31.5%, 46.8%, 63.7%로 더 많은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30대와 40대는 단속을 줄여야한다는 쪽에 더 많은 점수를 주어 차량소유와 경제활동 상황에 따라 의견이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불법주정차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 주차요금 부담을 이유로 들었는데 60대는 35.7%가 ‘주차장 위치를 잘 몰라서’라고 답했다. 교통 약자들을 위한 교통안내시스템의 필요성을 유추할 수 있는 분석이다.

고양시는 자체 조사한 작년 불법주정차 조사결과 작년 1, 2월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자 4만4695명 중 고양시 이외지역 거주민들이 2만1485명으로 48.1%가 외지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양시 등록차량 100대 중 48대가 1년에 1번 이상 불법 주정차단속에 적발된 것으로 나타나 불법주정차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산동구청 도시미관과 자료만 살펴보더라도 불법주정차 과태료 부과징수 건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06년 2만7343건이던 것이 2007년에는 10만7410건, 2008년 9만5597건이었다. 과태료 부과금액도 2006년 11억7578만원, 2007년 46억1864만원, 2008년 41억1069만8000원이었다. 과태료는 절반이상이 체납됐다. 

CCTV단속시간 5분서 꾸준히 늘어
불법주정차 단속을 위해 고양시는 꾸준히 CCTV 설치를 늘려왔다. 2006년부터 55대, 34대, 43대, 30대씩 설치해 현재 전역에 162대가 단속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덕분에 전체 단속 중66%인 17만6709명이 CCTV를 통해, 34%인 8만9231명은 단속반원에 의해 단속이 됐다. 견인실적은 매우 미미하다. 인력단속의 11~12%선으로 작년 한해 8796대만이 견인됐다. 하루 평균 24대정도가 견인되는 셈이다. CCTV는 처음 설치 때에는 5분마다 단속을 하도록 되어있었으나 계속된 민원으로 올해 1월 1일부터 7분, 5월 10일부터는 10분으로 늘어났다. 실제 10분이면 차를 세워놓고 웬만한 업무는 다 볼 수 있는 시간이다. CCTV 단속시간을 늘리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몇몇 이권단체들이 강하게 민원을 제기하고,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불법주차가 실제 시민들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임을 알 수 있었다.

고양시는 현재 단속만으로는 불법주차 근절이 어렵다고 보고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고양시 품격도시추진과 윤창현 팀장은 “불법주정차는 워낙 민원도 많고,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달라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어떻게 대안을 내기가 어려운 뜨거운 감자”라며 “이미 고양시 전역에 162대가 설치되어있어 웬만한 도로에서는 불법주정차가 어려운데도 단속건수가 줄지 않는 건 시민의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산동구 도시민관과 이옥선 팀장은 “CCTV가 2차선 도로까지 대부분 설치되어있어 대로변에서는 사실상 불법주차가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단독주택지, 상가, 호수공원 주변에서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아침부터 전화로 욕설을 들어야하고 멱살까지 잡히다보니 업무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권영인 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불법주정차는 대중교통망 확충, 택지개발시 주차장 확보 등 매우 복합적인 상황과 조건들이 맞물려 있어 지자체가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대안을 세워야한다”며 “단속과 함께 시민의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법주정차 문제는 과태료 4, 5만원을 징수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민감한 민원이자 나아가, 쾌적한 도시만들기를 위한 필수요소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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