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꾸준한 노력이 관의 지원 이끌어내

▲ 새벽시장은 이제 단순히 농산물의 거래처일 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소통의 장으로서의 역활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친환경농업 선두에 있는 가톨릭농민회 원주연합회

Ⅲ. 지역농협 지원, 일본 와카야마현 기노사토 농협
Ⅳ. 지역 농산물 브랜드 ‘오사카몬’
Ⅴ.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로컬푸드 운동은 비록 해외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미 국내에서도 그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강원도 원주는 로컬푸드를 도입하려하는 이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원주에서는 가톨릭농민회 원주교구 연합회를 비롯해 원주생협(호저생명농업)과 남한강 삼도생협 등 12개의 크고 작은 단체가 모여 원주 협동사회 경제 네트워크라는 조직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로컬푸드 운동의 실현을 진행시키고 있다. 특히 단순히 사회적 운동으로서의 로컬푸드가 아닌 원주푸드라는 명칭을 이용해 원주지역에 지역농산물을 브랜드화 시키고 여러 차례에 걸쳐 원주시와 시민사회 단체들이 모여 토론회를 진행해왔다. 2009년 상반기에 원주시 농업정책과와 원주푸드 종합처리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공동 논의 구조를 구축해왔다. 이처럼 원주시는 국내 최초로 민관이 함께하는 로컬푸드 운동을 진행시켜오고 있다.

지역사회운동의 한 흐름
로컬푸드 운동이 유달리 원주에서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시작은 바로 1972년 남한강의 홍수 재해를 들 수 있다. 당시 지학순 주교를 선두로 원주교구에서는 해외의 원조금을 단순히 수재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재해대책반을 꾸려 떠내려간 마을을 다시 일으킬 수 있도록 해주었다. 상수도를 건설하고 농지를 개량하고 직판장을 마련해주면서 수재민들과 함께 다양한 협동조합을 만들어 마을 조직을 일으켜 세웠다. 그 결과 지금의 원주는 비록 인구 30만에 미치지 못하는 도농복합형 도시이지만 10만여명에 달하는 신협, 생협, 농민회 조합원과 다양한 협동조합이 형성되어 있으며 그 근간을 가톨릭 원주교구 연합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원주의 지역민들에게는 지역이 함께 공존해야만 한다는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어 지역이 함께 살기 위한 방면으로 로컬푸드 운동을 진행되어 온 것이다.

쉽지 않은 시작
원주의 로컬푸드 운동이 시작부터 평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미 2004년부터 로컬푸드가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돌파구임을 깨달은 원주의 각 협동조합들은 지자체의 지원을 이끌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2004년에는 직접 1만명의 시민의 동의서를 받아 주민발의를 통해 학교급식의 지역농산물 활용을 위한 조례를 만들어냈다. 이듬해 조례가 통과되었지만 정작 실질적인 예산이나 지원책은 없었다. 그러던 중 2007년에 들어서야 학교 급식에 친환경 원주쌀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1억원의 예산이 책정되었고 이를 시작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외에도 원주시내의 협동단체들은 지역 농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많은 사업을 추진해오며 정부의 지원을 기다렸지만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했다.

당시를 회고하며 가톨릭농민회 원주지구 연합회의 이길주 부장은 “심사하는 행정쪽 사람들이 로컬푸드에 대한 개념 자체를 알지 모르고 있었다. 지금이야 다들 로컬푸드를 말하지만 2년 전까지만해도 그게 뭐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야 현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그에 맞물려 로컬푸드에 대한 개념의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이제야 지원에 대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 이길주 가톨릭농민회 원주교구 연합회 물류부장은 로컬푸드는 우선 지역공동체, 지역살림을 어떻게 만들것인가. 서로를 어떻게 잘 보듬을 수 있을까를 위해 먼저 고민해봐야 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친환경 관행농이 함께하는 로컬푸드
원주에서는 현재 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여 지역친환경 쌀인 해울미와 치악산한우를 학교 급식용으로 지원하고 있다. 앞서 말한 2004년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서 제출된 1만명 시민 동의서의 성과물인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원주시는 읍면을 중심으로 사립을 제외한 어린이집부터 중학교까지의 급식지원을 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고등학교까지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원주에 위치한 상지대학교 식당에서는 밥과 김치를 원주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가능한 모든 식재료를 원주산을 이용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도 최하 국내산을 이용하여 친환경 식단을 구성하고 있다. 또한 카톨릭농민회 원주교구 협의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우리농 매장 및 각 생협 매장을 통해서도 원주 내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원주의 로컬푸드 운동은 친환경 농산물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관행 농산물 역시 그 범주 안에 공존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이 급식이나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면 관행 농산물의 경우 새벽시장이나 5일장을 통해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고 이러한 직매장의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인 차원으로의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
이처럼 한발 앞서있는 원주의 로컬푸드이지만 아직까지 고민도 많다. 특히 소비자들이 지역 농산물의 이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임에도 불구하고 원주 지역 농산물에 대한 인증이나 구매처가 명확하게 없어 직접적인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원주시는 지역농산물의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원주의 지역 식량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그 지역을 바로 알아야한다는 취지 아래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원주의 자급율, 시민의식조사 등의 자료를 취합, 이를 연동하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원주시의 지원을 통해 3000여평의 부지에 원주푸드 종합처리센터를 건립하여 원주시내의 다양한 농산물의 전처리부터 도정, 직파, 출하까지 포괄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물류센터 계획하고 있다. 또한 지역농산물의 명확한 관리를 위해 원주푸드 인증제도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체계적인 지역식량계획을 위해 소비자와 농민이 함께 협의하여 공동으로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이뤄낼 수 있는 '지역공동체지원형농업'인 CSA시스템의 도입과 농민장터의 활성화, 다양한 복지프로그램과 연계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로컬푸드 그리고 지역공동체
주목해야할 점은 이 모든 사항이 지자체만의, 혹은 사회단체만의 움직임이 아닌 함께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사회단체의 끊임없는 요구로 인해 비로소 지자체가 움직이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민관이 함께 지역농산물의 활성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은 다른 지역에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지역 안에서의 생산 소비보다도 관계의 네트워크 형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가톨릭농민회 원주교구 연합회의 이길주 부장은 로컬이란 바로 지역살림이며 로컬푸드 운동이 단순히 농산물의 유통이 아닌 지역 시민간의 관계의 소통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 부장은 “해결책은 먹거리보다 관계성에 있다. 지역 공동체가 없이는 먹거리는 남의 물건이고 얼굴 없는 물건일 뿐이다"며 “지금의 로컬푸드 운동을 단순히 지역적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것에 제한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공동체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한다”고 말한다.  

 

 

▲ 새백을 여는 새벽시장은 원주시민들에게 이제 꼭 필요한 장터이자 지역 명물로 자리잡았다.
새벽 네시, 모두가 잠든 늦은 시간에 원주천을 가로지르는 봉평교와 원주교 아래 주차장에서는 하나 둘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새벽에 열린다 해서 새벽시장이라 이름 지어진 이곳 장터에 손수 만들어낸 농산물을 팔기 위해 밤을 잊은 농민들이다. 벌써 3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새벽시장은 이제는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방문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 되어있다.

처음 시작은 농민들이 원주 시내 중앙시장에 자리를 잡으면서였다. 하지만 점차 인원이 늘어 도로를 점령하게 되고 상인들과 마찰이 생기자 지금의 원주천 공터 주차장으로 옮겨왔고 그 후로 15년이다. 이제 정식 회원 농가수가 399농가에 총 회원수가 600여명에 달한다. 대부분 야채가 주를 이루고 원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거의 다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수입농산물만 아니라면 내가 키운 어떠한 품목도 상관없다.

새벽시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전적으로 농민들에 의해 꾸려져나가고 있다. 원주를 13개의 지역별로 나눠 각 지역의 회장과 총무가 모여 ‘새벽시장 농업인 협의회’롤 조직하고 시장을 운영한다. 이 안에서 돌아가며 당번을 서고 단속반을 운영하여 새벽시장 내의 질서를 지킬 뿐만 아니라 새벽시장의 조건에 맞지 않는 상품의 유입을 막아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을 막는다.

물건에 대한 농민들이 자부심은 대단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접 파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판매한다. 자체적으로 팻말을 제작해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물건에 하자가 있을 경우 반품이나 변경가능하다. 배추를 사가 김치를 담궜는데 쓰다고 하면 반품해준다. 이보다 더한 책임감이 어디 있겠는가.

농산물 판매에 대한 만족도 역시 굉장히 좋다. 소비자는 역시 신선도나 가격면에서 만족하고 있다. 해장동에서 온 용정숙씨(50)는 “가격도 싸고 신선해서 자주 들러요. 무엇보다 장보는게 재밌어요”라며 즐거운 듯 시장을 둘러봤다. 주변 식당에서도 많이 오고 심지어는 주변 대형마트에서도 물건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고. 이유는 당연하다. 싸고 좋은 물건이니까. 농민들 역시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와 거래함으로서 자식같은 수확물들의 제값을 받을 수 있다며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곧 배추 배달을 가야하지만 계속해서 밀려오는 손님들 때문에 자리를 뜨지 못한다는 김경오 할아버지(70). 연세를 무색하게 하는 정정함에 놀란 기색을 보이자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농사꾼은 죽을 때까지 할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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