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논쟁 속에 학부모들 불안…정부ㆍ지자체 책임방기 말아야

▲ 무상급식 실현방안에 대해 각 계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을 통해 합리적 방안 찾기에 나섰다.

11월 13일 덕양구청 소회의실에서는 본지가 주최한 ‘고양시 무상급식 확대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각 계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무상급식이 국가의 의무이며 완전한 의무교육의 실시를 위해 현재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급식지원제도를 무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졌다. 이 날 토론회에는 엄기형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대학원 교수, 박기범 고양신문 기자, 최창의 경기도교육위원, 송영주 경기도의원, 이재일 현산중학교 학교운영위원장, 신희곤 고양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편집자>

“무상급식은 국가의 책무”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엄기형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학교급식 무상화에 대한 국가 책무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엄 교수는 그 동안 학교급식 무상화에 대한 논의가 ‘돈의 논리’로만 접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교육재정의 열악함, 교육정책의 시급성 등 돈의 언어로 반박을 받고 있다며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문민정부 이래 참여정부까지 교육개혁이 수요자중심 원칙의 기본관점을 형성해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형성해 왔다고 평가된다. 그러므로 수익자부담원리를 정당화해 국가의 책무성을 간과하거나 소홀히 하도록 해왔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그 결과 사회, 경제, 교육적 격차의 심화와 고착화 및 양극화 현상이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또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부문을 비롯한 국가정책 전반에 걸쳐 신자유주의 정책기조가 강화, 확대, 심화되면서 교육복지(정책)적 접근이 약화되는 등 불안정한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엄기형 교수는 학교급식의 의무급식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학교급식도 공교육체제인 학교의 기능에 내재돼 의무급식이 되고 공교육으로서 의무교육의 무상화라는 맥락에서 정책적으로 접근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헌법 제31조 6항에 학교교육 등 교육제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과 31조 3항의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할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을 들었다.

 

▲ 발제자로 나선 엄기형 교수(사진 좌)와 박기범 기자(사진 우)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생각해야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학교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요구가 증대돼 왔다. 전통적 교육기관의 성격을 넘어서 학생복지, 학교급식, 교육형 보육 등 복지국가적 요구가 학교의 기능에 추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엄기형 교수는 “그러나 단위 학교에서 이런 시대의 변화와 사회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학교급식에 대해서도 교육계와 학부모 등 집단과 집단사이 또는 집단 안에서도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학생 중심의 관점을 늘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엄기형 교수는 결국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의무교육을 무상으로 하는 것이 당연한 국가의 의무이듯이 국가 정책적으로 학교급식의 전면적 실시를 제도화했다면 의무급식은 그 의무성과 더불어 당연히 ‘무상’으로 실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다만 국가 재정이 제한된 만큼 단계적 실시 차원에서 계층적·지역적으로 부담 가능한 수요자부터 학교급식 비용을 부담해 나가는 정책관점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미 학교에 취학하면 학교급식을 의무적으로 먹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과 급식은 제도적으로 그 기능이 내재돼 있다고 봐야하며 학교를 의무적으로 다닌다면 학교에서 이뤄지는 급식은 역시 의무인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엄기형 교수는 “공교육에 대한 헌법상의 국가의무에 대한 원천적인 책무성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이에 걸맞게 입법적 후속조치가 따라야 하며 초등학교 급식 무상화를 추진하면서 의무교육인 중학교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무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 과천, 경남 등 이미 실시

두 번째 발제에 나선 본지 박기범 기자는 이미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의 사례와 급식 무상화에 대한 고양 지역 관계자들에 대한 반응을 발표했다.

박기범 기자는 “고양시가 10월에 두 차례에 걸쳐 교육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무상급식 지원에 대해 논의했으나 저소득층 지원이 더 타당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일부 학교장들도 학교에서는 무상급식보다 시급한 사안이 많다며 다소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박기범 기자는 또 저소득 계층으로 급식비를 지원 받는 2명의 초등학교 학부모에 대한 취재 사례를 발표하며 그들이 현행 급식지원제도에서 얼마나 상처를 받고 있는지 소개했다. 신청 과정에서 아이에게 지원 사실이 노출이 되거나, 지원 자격 증빙을 위해 각 종 서류를 발급 받으면서 부모들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기범 기자는 또 지금 제도로는 일시적 위기 가정이나 서류 증빙이 어려운 경우의 아이들은 사각지대에 놓을 수밖에 없으며 또한 장·단기 미납가정도 늘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 기자는 “성남은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추진해 왔다. 내년에는 중학교까지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과천시도 이미 2000년부터 모든 초등학교 전 학년에 대한 무상급식을 실시 중이다”라고 밝혔다.

박 기자는 과천시가 무상급식 실시를 위해 기금을 마련한 과정과 성남시가 무상급식을 추진한 과정을 소개하며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의회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과천과 성남은 앞으로도 무상급식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토론자로 나선 최창의 교육위원(사진 좌)과 송영주 도의원(사진 우)

교육적 관점의 예산심의 촉구

토론자로 나선 최창의 경기도교육위원은 차상위 계층을 확대해 급식비를 지원하겠다는 생각은 상처받는 아이들만 늘어날 것이며 의무교육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최창의 위원은 “저소득자녀에 대한 급식비 지원은 위화감과 계층감을 조성하면서 학부모들이 신청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미납학생에 대한 독촉업무는 행정실, 담임들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급식비 문제를 돈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부모와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까지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급식이 교육의 일환이라는 생각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무상급식을 실시해 완전한 의무교육을 이행하고 교육복지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창의 위원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이 아닌 교육적 관점으로 예산이 통과돼야 한다. 고양시의 예산 편성과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도 의무교육의 이행에 관한 관점이 적극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대중의 참여 속에 무상급식이 실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소득 지원 강화에 0.6명만 증가

송영주 경기도의원(민주노동당)은 저소득층에 대한 급식비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실효성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학부모들이 급식비를 내기 어렵다는 ‘커밍 아웃’을 해야 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송영주 의원은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은 경기북부 130%, 경기남부 120%선이다. 그러나 차상위 계층을 확대했음에도 경기북부(54%)와 경기남부(49.26%)의 차이가 5%밖에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차상위 지원 대부분이 주관적 판단일 수밖에 없는 ‘담임추천’에 의해 이루어진다며 경기북부의 차상위 지원이 확대됐지만 담임추천 비율이 116.8%를 차지해 저소득 지원을 확대해도 주관적 판단기준이 줄지 않는 문제를 제기했다.

송영주 의원은 “결국 객관적 기준에 의해서 차상위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목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2차 추경에서 차상위 급식 지원예산이 증액됐지만 학급당 0.6명의 차상위 대상이 증가하는데 그쳐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차상위 지원을 강화해도 수혜자가 직접 증명을 통해 지원을 신청해야 하는 장벽을 넘기 힘들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또 급식비 지원을 위해 학부모들이 담임에게 자신의 처지를 밝혀야 하는 과정과 이 과정에서 학생들도 상처받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송 의원은 또 미성년자인 학생에게 공공연하게 급식비 등의 채권에 관해 법정 대리인인 학부모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고 미성년자인 초등학생을 매개로 고지서를 전달하는 것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영주 도의원은 “기초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지원으로 무상급식이 원활하게 진행돼야 한다. 고양시도 예산 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무상급식 추진과 함께 양질의 친환경 급식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또 고양시의 사례에 대한 분석 자료를 발표했는데, 고양시 300인 이하 학교의 기초 수급자와 한부모 가정, 차상위 수급자 비율이 경기도 내 300인 이하 학교들보다 비슷하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양시 301인 이상 학교는 경기도의 301인 이상 학교보다 이들 계층의 비율이 비슷하거나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이는 고양시의 빈부 격차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에 따라 고양시의 책임 있는 무상급식 지원이 필요하다. 본질적 대안은 무상급식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 토론자로서 발표에 나선 이재일 위원장과 신희곤 의원

“학력신장 위한 부모 마음 헤아려야”

이재일 현산중 학교운영위원장은 학부모들이 무상급식을 원하지만 계속되는 논란과 공방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고양시의 교육열은 치열하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학부모는 없겠지만 아이들의 학력신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학부모의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이재일 위원장은 교수학습 관련 예산과 학교환경정비사업 예산 등이 더 많이 편성되는 것이 무상급식 실현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무상급식은 정부가 나서야 하기 때문에 김상곤 교육감이 정부를 향해 무상급식 실현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교육과제가 무상급식 실현 하나 뿐은 아니다. 학부모는 불안하다. 고양시는 특목고 진학생을 많이 배출하는 지역이다. 이런 특성도 고려하면서 학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2013년까지 교육예산 5% 증가 필요

신희곤 고양시의회 의원은 고양시의 교육 예산을 늘려야 하며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무상급식은 의지의 문제다. 교육예산을 2013년 까지 5%로 늘려야 한다. 조례 개정이나 시정질문 등을 통해 시에 강력한 의사를 전달하고 간담회 등을 통해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희곤 의원은 직접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91.8%가 무상급식에 찬성의견을 나타냈고, 예산 부담 주체에 대해서는 49%의 학부모가 고양시가 분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부분의 학부모가 의무교육은 무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고양시는 무상급식 실시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 20억을 추가해 저소득 계층을 더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27억만 더 투자하면 5∼6학년 무상급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낭비성 예산을 줄이면 27억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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