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이나 기다렸는데”↔“하필이면 왜 내차만”

<기획> 불법 주차 할까? 말까? Ⅱ 
단속하다 뺨맞는 일산동구청 단속반의 하루를 쫓다

Ⅲ 도대체 어디에 세우란 말인지
- 불편한 주정차 시스템, 제도적 대안 모색
Ⅳ 주차가 행복한 도시 고양만들기 <토론회>
  

 

갑작스레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내려간 18일, 일산동구청 도시미관과 불법주정차 단속반 직원들은 “하필이면 이렇게 추운 날씨에 오셨냐”며 기자를 반겼다. 3명씩 4개조가 한 팀으로 12명이 단속차량 한 대에 탔다. 단속차는 2대. 모두 24명은 전원이 주부. 날씨 때문에 힘들겠다는 질문에 그건 괜찮은데 “욕하고 시비걸고, 왜 딱지 떼냐고 항의하는 게 더 무섭다”고 답한다. 매일 오전 오후에 일산동구 상가지역을 중심으로 단속을 실시한다. 기자가 동행한 날은 비교적 ‘얌전한’ 편이었다는데도 과태료 고지서를 발급받고 화가 난 운전자가 단속반원을 향해 돌진을 해오기도 하고, 격한 감정으로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마두동 법원 앞에서 과태료고지서를 발급하는 단속반.

마두동 법원 앞쪽 거리. 단속차량이 싸이렌을 울리며 방송을 하자 도로와 인도변의 차량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단속반원들은 차에서 내려 5분 정도 기다렸다가 여전히 주차되어있는 차 앞 유리에 과태료 고지서를 붙였다.

“법적으로는 바로 단속해도 되요. 하도 민원이 많아서 시에서 최대한 배려하라고 자꾸 지시가 내려와서 요즘엔 방송하고 5분 기다려줘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 단속효과가 별로 없어요.”

정말 그랬다. 단속반원들이 한바퀴 돌고 나서 차에 타고 같은 지역을 돌아보니 처음과 똑같이 이동됐던 차들이 다시 돌아와 불법주차를 해놓았다.

▲ 안내방송을 듣고 서둘러 차에 타는 운전자.

“운 없는 사람들이 딱지 끊긴다고 하는데 저희가 봐도 좀 그래요. 구청끼리 짜고 수입 올리려고 단속한다고 욕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우리는 과태료 부과건수와 상관없이 계약해요.”

단속반원을 이끌고 있다는 외부 용역회사의 서민석 반장은 자신들에 대한 오해가 더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과태료 고지서를 붙이는데 뛰어나온 차주가 봐달라며 애원을 했다. 그러나 사진 찍고, PDA를 통해 차량 정보를 전송한 다음에는 절대 ‘봐줄 수가 없다“고.

백석동 상가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상가 주인이 나와 “왜 제대로 단속을 하지 않느냐. 도대체 구청이 뭐하는 거냐”며 항의를 한다. 불법주정차가 워낙 심해 영업에 방해가 심하다는 것이다.

“아침부터 우리 상가 앞에 ○○전자제품 서비스 업체 차들이 장악을 한다니까. 봐주지 말고 단속을 해야지 왜 기다렸다 하는 거야. 단속하면 뭐해. 금방 다시 돌아와서 또 차를 세워 놓잖아. 단속하라고 전화해도 금방 나오지도 않고. 구청 단속반원들이 뭐하는 거야.”

▲ “도대체 왜 단속을 제대로 안하냐”며 구청을 탓하는 시민.

단속업무를 맡고 있는 동구청 심현보씨(도시미관과)는 “자기 집 앞에 차 한 대만 있어도 매일 전화하거나, 감정을 갖고 민원을 넣는 이들도 있다”며 “민원을 최대한 해결하고, 최소화하는 방향의 단속을 하고 있지만 이 업무가 하면 할수록 욕먹는 일같다”고. 

상가주인의 이야기를 듣고 차를 타러 가는데 단속반원들을 치기라도 할 것처럼 차량 한 대가 과속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방금 과태료 고지서를 발급받은 차다. 창문 안쪽으로 운전자의 화난 표정이 보인다. 

단속업무을 맡은 지 3년이 됐다는 양미영씨(49세)는 “이 정도는 양호하죠. 멱살잡고, 입에 담기 힘든 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다.

▲ “한번만 봐주세요.” 한발의 차이로 과태료를 내게 된 운전자가 울쌍을 짓고 있다.

차는 풍동 숲속마을 상가지역으로 향했다. 새로 지은 아파트 지역답게 도로도 넓고 건물도 주차장이 잘 갖춰져 있었다. 특히 2개의 공영주차장은 대부분 비어있었다. 오후 4시경인데도 상가 안쪽으로는 도로변에 길게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옷가게 앞에 차를 세웠다가 과태료가 부과된 아주머니가 “그럼 도대체 어디에 차를 세우란 말이에요?”하며 감정 섞인 목소리로 항의를 했다. 공영주차장에 세우라고 하자, 아주머니는 바로 옆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세우러 들어갔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단속을 당하는 이들은 대부분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일반 시민들까지도 단속반원들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 “도대체 어디에 세우란 말이냐”고 항의하는 운전자.

“저희들도 이런 일 하기 전에는 몰랐어요. 우리들도 다 주부고, 고양시민들이에요. 아이들 학원비 벌려고 나와서 일하는 건데 너무 심하게 하는 분들 보면 화나죠. 막상 해보니까 이게 나쁘다는 걸 알겠어요. 이제는 집에 가서 남편들에게 절대 불법주정차 하지 말라고 해요.”

4년 경력의 최고참인 김영숙씨(43세)는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한다고. 9시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할 수 있으니까 아이를 키우면서 주부가 하기에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데 계약직이라 내년에 다시 계약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단속반원들은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욕먹는 직업”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다. 이해는 하지만 사람이다 보니 “너무 하다”싶고 화가 날 때도 있다. 주정차는 굳이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시민들과, 이를 단속하는 구청, 단속반원들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주정차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할 것이다. 시민의식을 바꾸려는 노력부터 제도적 개선까지 필요한 해법 찾기에 행정기관과 관련 단체들이 나서야할 때다.

▲ 텅빈 공영주차장 주변으로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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