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외고·대진고 학생들 공릉천, 장항습지 연구

청소년기의 모든 활동은 그들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우연히 알게 된 해양환경관리공단이 주관하고 국토해양부가 주최한 ‘제3회 청소년 습지연구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미래까지 수정한 아이들이 있다. 지역과 환경을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은 어른들마저 부끄럽게 했다. <편집자>

고양외고 공생지기 친구들은 이번 연구로 지역에 대한 애정이 커지고 앞으로도 환경과 관련된 꿈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공릉천 레저명소화사업 환경훼손 우려

고양외고 학생들은 이번 대회에 ‘자연형 하천, 공릉천의 현명한 이용 및 보전에 관한 연구’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공릉천은 고양시에서도 중요한 하천이면서 고양외고 옆을 흐르고 있어 학생들에게도 관심사였다. 공생지기는 ‘공릉천의 생명을 지키는 친구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생지기의 연구에 따르면 공릉천은 평균 2∼3급수의 맑은 물에 천연기념물 327호인 원앙을 비롯한 도요 물떼새, 백로, 오리 종류 등 수 많은 새들을 사계절 언제나 만날 수 있다. 또한 공릉천 하구는 2006년 한강하구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공릉천과 한강하구생태계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공생지기의 김혜령, 박상희, 고석현 친구는 고양시가 자연형 하천인 공릉천에 레저명소화 사업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고 생태계를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이처럼 공릉천의 소중함이 느껴지기 시작하자 연구는 더욱 속력이 붙었다. 공생지기들은 문헌 및 자료 연구를 통해 공릉천의 생태 조사를 실시하고, 고양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환경지킴이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공릉천 고양시 전체 구간에 대한 모니터링과 레저명소화사업 예정지에 대한 모니터링도 추진했다.

공생지기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레저명소화사업이 공릉천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결론이다. 하천변을 따라 건설되는 자전거도로를 이용한 출·퇴근 및 등·하교 수요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며 단순 여가 활동만을 위해서 건설되기에는 예산도 많이 들고 공릉천의 생명들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또한 담수 능력이 뛰어난 기존의 습지 식물들을 밀어내고 유채밭과 육지식물들을 식재하는 자연학습장 조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로 공생지기들은 집중 호우의 빈도가 늘고 있어 인위적인 자연학습장은 유실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공생지기는 특히 지금의 공릉천이 이미 생태계가 살아 숨쉬는 명품생태하천이기 때문에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학적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 생태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연구 결과 모아진 공생지기 친구들의 뜻은 하나다. 공릉천을 보전하기 위해 자전거와 사람들은 제방 위로 다니게 하고, 제방 위에 탐조대를 설치해서 자연 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공생지기 친구들이 이번 연구를 위한 모니터링 활동을 하면서 공릉천을 살펴보고 있다.

세 친구들은 함께 모여 연구하고 토론을 하면서 이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을 익히고 지역에 대한 애정도 커져갔다.

고석현 학생은 “환경과 개발이 대치되기만 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환경을 지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 유익해지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혜령 학생은 “그 동안 환경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에 이렇게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환경이 있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박상희 학생은 “공릉천이 학교 바로 옆에 흐르고 있음에도 그 전에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못 했지만 이 연구를 통해 공릉천이 얼마나 소중한 곳이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상희 학생은 화학생명공학과에 진학한 뒤 멸종위기 생물을 지켜낼 수 있는 특색 있는 기술을 만드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김혜령 학생은 중문과나 영상학부에 진학해 전 세계를 다니면서 외국인 친구들과 환경에 대해 교류하고 싶다고 한다. 역사학자를 꿈꾸는 이석현 학생은 역사와 환경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연구를 해 볼 꿈을 꾸고 있다.

미래의 꿈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의 꿈은 결국 ‘환경’에 맞춰져 있다. 어디서 무엇을 하건 내가 살고 있는 고양의 환경에 대해 끝없이 연구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꿈이다.

“신곡수중보 이전 장항습지 위협”

▲ 대진고 습지마루 친구들은 이번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꿈이 좀 더 명확해졌다고 말한다.

대진고등학교 학생들은 ‘정부의 사강나래사업 추진이 장항습지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및 습지보전정책 제안’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사강나래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던 4대강 사업의 새로운 이름이다.

다소 민감한 사안이지만 지역의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를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추진될 경우 생물 다양성이 높고 생태적 기능이 우수한 장항습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한슬기, 전예은, 박지수, 엄채윤 등 네 명의 친구들을 뭉치게 했다. 이들은‘습지마루’라는 이름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습지마루 친구들은 평소에도 과학반 및 발명반 활동을 하면서 평소에도 과학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들은 연구를 위해 장항습지를 직접 방문하고, 국립환경과학원을 방문해 전문 연구원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대진고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사강나래사업에 대한 인식조사와 이를 분석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습지마루’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자신들의 연구내용과 습지연구에 관한 자료를 게시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습지마루 친구들 대부분이 이번 연구를 통해 장항습지를 처음 찾았는데, 고라니를 직접 보고 재두루미를 가까이에서 보면서 우리 지역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습지마루의 연구에 따르면 장항습지에서는 다양한 생물을 직접 관찰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생물종이 분포한다. 버드나무와 말똥게의 공생은 그 중에서도 유명한데, 장항습지에 분포한 버드나무 군락지에는 말똥게들이 버드나무 밑동에 집을 짓기 위해 구멍을 내는데 이 게구멍이 뿌리전체에 공기를 통하게 해 버드나무의 성장속도를 빠르게 한다. 또 버느나무는 많은 가지를 뻗어 말똥게의 천적인 해오라기의 접근을 막아준다.

이 밖에도 습지마루 친구들은 장항습지의 갯벌, 펄콩게, 철새, 고라니 등을 관찰하며 장항습지의 가치와 소중함에 대해 하나하나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연구 끝에 습지마루 친구들은 한강개발사업 추진이 장항습지의 생태계를 뒤흔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개발사업으로 인해 신곡수중보를 이전하면 장항습지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발생할 생태계 훼손을 우려한 것이다. 기수역이 줄어들면서 이 곳에 서식하는 생물들이 줄어들어 생태계의 근간이 훼손될 것이라는 것이 습지마루의 결론이다.

습지마루 친구들은 그 대표적인 예로 서식 생물종의 변화를 꼽았다. 신곡수중보 이전으로 기수역이 대폭 감소하면 생물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장항습지의 수위가 높아져 잠수성 조류만 살게 될 것이며 장항습지의 대표적 자랑인 버드나무 군락지와 말똥게를 보기 힘들어 진다는 것이다.

▲ 대진고 습지마루 친구들이 장항습지를 찾아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또 대진고 1·2학년 699명과 교사 30명을 대상으로 습지 인식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장항습지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학생 13%, 교사 43%로 나타나 장항습지가 지역 내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아직 인식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습지 개발에 대해서는 학생 86%가 반대, 교사 97%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 습지마루 친구들은 습지를 지키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습지교육을 실시, 습지생태 공개 사이트를 개설해 사람들이 습지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 제공, 습지 개발권 절차 강화 등을 제안했다. 또한 습지마루 친구들은 이번 공모전 이후에도 꾸준한 연구활동을 실시하고 이를 블로그(blog.naver.com/2maru_good)에 공개해 장항습지의 중요성도 알리고 생태사진전도 개최할 계획이다.

엄채윤 학생은 “연구를 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됐고, 아는 만큼 시야를 넓히고 앞으로의 내 꿈에 대해서도 좀 더 확고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슬기 학생은 “전부터 환경보호 활동을 해왔는데 이번 일로 관심이 더 커져 학교에 환경동아리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최현주 지도교사도 슬기가 만드는 환경 동아리가 대진고 학생들에게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전예은 학생은 “어려서부터 환경에 관심을 갖고 대체 에너지 개발이 꿈이었다. 이번 활동을 하면서 공해없는 에너지를 개발해서 환경과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말했다.

박지수 학생은 “환경은 다소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학생의 입장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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