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아니 여기 주차장에 다 오셨다는데…”

23일 고양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위원장 김태임) 안건심사는 10시 20분이 넘어도 시작되지 못했다. 7명의 의원 중 김경섭, 김경희, 박윤희 의원만이 회의실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20여분이 지나도 의원들이 도착하지 않자 김경희, 박윤희 의원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지를 떴다. 조수환 전문위원과 사무국 직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김태임 위원장과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10시 30분이 지나서 아픈 기색이 역력한 김태임 위원장이 “몸이 너무 안좋았다. 오늘이 시정질문이고 내일이 안건심사인 줄 알았다”며 미안한 표정으로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30분을 훌쩍 지난 시간 문복위는 김태임 위원장의 사회로 김경섭 의원과 뒤늦게 도착한 길종성, 한상환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시작됐다. 이날 안건은 이상운 의원의 사회적 기업 육성에 관한 조례안과 김경섭 의원의 고양시 장애인 정보화 교육지원을 위한 조례안이었다. 이상운 의원의 안건은 별다른 이견없이 일부 표현을 수정하는 선에서 ‘원안대로’ 통과됐다. 그러나 김경섭 의원의 안건은 안건 발의자인 김 의원을 의결수에 포함시켜야하는지의 문제로 회의가 잠시 지연됐다. 길종성 의원이 국회 사무처에 관련 내용을 질의해 “안건 발의자도 의결권이 있다”는 답변을 얻고서야 안건이 통과될 수 있었다.

심한 감기로 목소리가 완전히 잠긴 김태임 위원장은 간신히 회의를 마치고 의원들과 사무국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뒤늦게 회의장에 도착한 한상환 의원은 “이런 건 보도하지 말라”며 보도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시의회 예산결산위 전체 11명 의원 중 7명이 지역 국회의원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하느라 회의 첫날부터 자리를 비운 내용이 고양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올해는 신종플루 때문에 줄었다고는 해도 가을부터 12월까지는 단체들의 크고작은 행사가 줄을 잇는다. “누구는 왔는데 누구 의원은 왜 안 왔냐”며 질책을 당하면 할 말이 없다는 의원들의 항변이 어찌 무조건 틀렸다고만 할 수 있을까. 더구나 내년 4월 지방선거가 있는 상황에서 지역주민들의 초청은 맨발로라도 나가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전체 위원회의 반이 넘는 의원들이 자리를 비운다면 남아있는 의원들의 시간은 누가 보전해줄 것인가. 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다른 의원들을 기다리는 의원들은 ‘오라는 곳’이 없어 가지 않은 것일까. 또한 한해의 고양시 행정 전반을 논하는 행정사무감사,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는 일의 중요성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겠다.

지난달 전북 전주시의회는 “각종 회의에 무단결석하는 의원의 의정활동비를 깎는 내용의 ‘전주시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의원이 정당한 이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거나 결석계를 제출하지 않은 채, 정례회나 임시회에 결석하면 1일 3만원의 의정활동비를 삭감하도록 했다. 또 회기당 3차례 이상 회의에 출석하지 않으면 경고하거나 공개 사과해야 한다.

시민들은 고양시의회에 이런 조례안이 필요 없기를 바란다. 행정사무감사는 이제 막바지다. 남은 예산결산위원회 위원들은 내년 한해 고양시 살림이 잘 꾸려질 수 있도록 꼼꼼히 살펴보고, 칼날처럼 예리하게 지적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또하나 김영선, 김필례, 최국진, 김순용, 선주만, 임형성, 박규영, 이인호, 이재황, 길종성, 김경희, 현정원 의원님께서는 예산결산위원회 위원님들로 12월 11일까지는 시의회에 계셔야하니 가능하면 각 단체와 지역에서는 연말 초청을 자제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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