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나와 너, 지역이 함께하는 운동 로컬푸드 Ⅳ

 

일본 제 2의 도시라 불리는 오사카. 인구 883만인에 달하는 대도시에도 역시 농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극심한 도시화로 인해 설 자리를 잃은 농업을 되살리기 위해 오사카부(府)에서는 지난 2008년 10월 오사카몬(大阪産)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발표했다. 서울시 못지않는 대도시의 지자체가 농업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오사카몬은 원래 관광사업 발전을 위한 전략의 하나로 시작되었다. 오사카의 농업을 관광 사업으로 활용해 지역의 매력을 알리고 이를 통해 다시 농업의 진화를 일궈내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러한 정책은 2008년 1월 새롭게 취임한 하시모토 토오루(橋下 徹) 지사에 의해 이뤄졌다. 하시모토 지사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우선 오사카 내 지역마다 제각각으로 나눠져 있는 농산물 브랜드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리고 이것들을 하나의 통일된 브랜드로 만들어 홍보한다면 오사카의 생산물을 알리는데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오사카몬이 생겨난 계기가 되었고 현재에 와서는 지산지소와 함께하는 운동의 성격을 더 강하게 띄우며 지역 내의 생산물을 홍보하는데 주력을 두고 있다.

오사카몬의 전담부서로 있는 오사카부 환경농림수산정책과 기획그룹에서는 오사카몬을 알리기 위해 우선 브랜드 장벽을 낮췄다. 오사카 내에서 수확되고 있는 농·임·수산물의 1·2차 생산물은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 오사카몬의 브랜드에 포함돼 로고를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생산물을 이용해 요리를 판매하고 있는 상점이나 식당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유명 호텔이나 백화점, 편의점 등 오사카몬의 로고를 사용하는 곳은 5000여 점포를 넘나들고 있다. 업체들은 경쟁사에 없는 상품을 판매하여 차별화를 꾀하고 오사카몬 홈페이지에 게재되면서 지산지소가 보편화된 일본에서 무시 할 수 없는 홍보효과를 갖는다.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된 오사카몬은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 하나가 대기업과의 제휴이다. 지난 7월 7일에는 전 세계적으로 1만 여개가 넘는 점포를 갖고 있는 대규모 편의점 운영업체 로손과의 제휴를 맺어 오사카내의 생산물을 이용한 도시락을 기간한정으로 판매하였다. 현재는 또 다른 대규모 편의점 운영업체인 서클K 산쿠스와 제휴를 맺고 있다.

 

▲ 오사카몬 전담부서의 오카자키 히로키 주임은 "건강한 기업의 힘을 빌려 오사카몬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폭넓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사카몬 전담부서의 오카자키 히로키(岡崎宏樹) 주임은 “기업으로서는 사회공헌은 물론이거니와 지역과 함께하면서 기업 이미지 상승 효과를 갖게 된다”며 “오사카부 역시 건강한 기업의 힘을 빌려 오사카몬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폭넓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사카산 생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이벤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서클K 산쿠스와의 공동주최로 영양사양성학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오사카몬 도시락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콘테스트의 수상작을 실제로 오사카부 내의 산쿠스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협과도 함께해 오사카의 식재료를 이용한 ‘초등학생 아이디어 요리 콘테스트’를 가지기도 했다. 총 8개의 수상작은 역시 오사카몬의 협력 음식점에서 기간한정으로 판매되었다.
이 외에도 11월 한 달간 주말을 이용해 총 14건의 크고 작은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 오사카몬은 지역 내의 44개의 행정구역마다 하나 이상씩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생산물을 특화시키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사실 오사카몬이 홍보가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금의 오사카부는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는 부내 모든 활동의 홍보비용 감축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팜플렛 하나 제작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대신 오사카 시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하시모토 지사 본인이 발 벗고 나섰다. 정책 보고를 위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자회견이나 각종 행사에 오사카몬의 로고를 사용해 매스컴을 최대한 활용했다. 일례로 지난 9월에는 오사카몬의 로고가 그려진 겉옷을 입고 야구 시구식에 나서 그 자리에 있던 4만7천여 관중 뿐 만 아니라 방송, 신문, 잡지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오사카몬을 노출시켰다.

 

이처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오사카몬이지만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오사카 내의 생산물을 모두 포함하는 브랜드로서 역할을 하고 있기에 품질의 상하를 두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한정된 농지에서 늘어나는 수요를 어디까지 따라갈 수 있는가이다. 이러한 점을 스스로 집어낸 오카자키 주임은 “지역 브랜드를 알리는데 있어서 각 지자체마다 다른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현재 오사카로서는 시민들에게 농업을 알리는 것이 우선이다”며 “오사카몬이 확실히 자리 잡은 후 다음 방책을 생각해내야 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오사카몬이 생겨난 지 이제 갓 1년을 넘긴 상황. 재정난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지자체의 수장을 필두로 농업을 통해 지역을 알리고 이를 통해 다시 농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 지자체의 독단적으로 새로이 진행하는 것이 아닌 그동안 지역 농산물을 알리기 위한 농업인들의 행보와 함께 한다는 점을 높이 살 수 있다. 1890㎢라는 넓은 오사카 내에 자생되어 산재해있던 크고 작은 직매장의 정보 수합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고 각양각색의 브랜드를 통일하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효율적인 홍보 효과를 거두는 것.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그 주체가 되는 농민들의 움직임에 맞춰 이뤄지는 적극적인 지원은 거창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농가와 지자체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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