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 듣고 자란 한우

▲ 김 대표가 색소폰을 연주하자 소들이 일제히 머리를 쑥 내밀고 '음매'소리를 내면서 꼬리를 흔들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우들이 큰 눈망울을 멀뚱거리며 색소폰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음매~소리 냅니다.”
기축년 소의 해였던 올해도 이제 조금만 남겨두고 있다. 한우는 원래 농사를 위해 사육된 일소였다. ‘고기소’로 그 가치가 오른 것은 산업화 이후 농업의 기계화가 추진되면서였다. 우리 주변에 남아 있는 토종한우. 자랑스러운 생물자원이자 농촌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는 한우를 키우고 있는 김성환(53) 대표.

 

“색소폰을 5년째 불면서 농장 일을 하고 있다”는 김 대표. 지난날 29일에 고양축협 행주한우사업단을 통해 농협부천 축산물공판장으로 한우 10마리를 출하했다. 그중에서 2마리가 생체중 1천 58kg, 도체중 682kg, 등심면적 141㎠(1++B)과 생체중 1천 64kg, 도체중 686kg, 등심면적 114㎠(1++C)를 기록하며 1톤을 넘겼다.

고양시 역사 이래 처음 있는 경사이고, 전국에서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그 비결은 소화율이 높고 영양이 풍부한 고양 행주한우 TMF 발효사료를 먹인 것이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그러나 1톤이 넘는 육질과 육량이 나오기까지는 바로 색소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5년 전부터 농장일의 고단함을 잊기 위하여 색소폰을 구입하여 학원에서 기본실력을 익혔고, 농장에서 틈만 나면 신나는 트로트를 연주했다”고.

그는 농장 한 켠에 있는 허름한 컨테이너 관리소에서 악보를 보고 음률을 익힌 뒤 한우들에게 가서 색소폰 연주를 하였다고 했다. 취재를 한 이날도 기자의 요청에 따라서 익숙한 솜씨로 심금을 울리는 연주를 하자 언덕 위의 한우들을 비롯하여 우측과 좌측의 외양간의 소들이 일제히 머리를 쑤~욱 내밀었다. 음매~ 소리를 내고 꼬리를 흔들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한우와 색소폰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농장을 가득 채웠다. 이토록 색소폰을 들려주었기에 한우들도 마음 편하게 자랄 수 있었고, 1톤이 넘는 기록이 나온 것이다.

“청소년 시절부터 동물을 무척 좋아하여 농장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하는 김 대표. 명봉산 줄기 아래 실개천이 졸졸 흐르는 언덕 위 약 2500여 평에서 젖소 16년을 하다가 한우를 키운 지는 16년째이며, 32년째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태어난 지 2개월 정도 된 재롱둥이 송아지부터 140여 마리의 한우들이 간식으로 맷돌호박을 먹으며 평화롭게 자라고 있는 곳이다. “기록을 세워서 여태 고생한 것이 이제는 큰 기쁨과 보람이 되었다”는 김 대표.

2006년도에 농협대학 10기를 수료하였고, 지난번에는 농업기술센터에서 한우 사양 관리교육을 받은 것이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는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특별한 교육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한우들만 보면 마냥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고 하는 김 대표.

군 시절 후임병의 여동생을 소개 받았다고 한다. 시골 생활이라는 옹색함으로 결혼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성실하게 일하며, 듬직한 한우를 키우는 그를 열 사위 안 부럽다고 칭찬을 듬뿍 하는 장인, 장모님(강화도 거주)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해서 한우들에게 색소폰을 들려주며 편안함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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