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영 높푸른고양21 사무국장

12월 7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105개국 정상과 192개국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5차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다. 기후변화 협약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개최된 국제연합 환경개발회의에서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체결된 ‘지구 온난화 방지조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환경보전과 경제발전의 양립을 지향하는 이른바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던 리우회의에서는 이를 수행하기 위한 지구적인 과제로 ‘의제21’을 발표하였고 각국의 지방자치단체 주민들과 행정·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지방의제21’을 그 추진기구로 설립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 지구 정상회담의 본 회의에 어린이 대표로 참가한 12세 소녀 세반 스즈키는 연설을 통해 “되살릴 수 있는 방법도 모르면서 계속해서 망가뜨리기만 하는 일, 이제는 제발 그만두세요”라고 외쳐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지난 해 말, 정부가 녹색성장을 핵심정책 과제의 하나로 내 놓으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이미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지방의제21 추진 기구를 중심으로 해서 ‘그린스타트 실천단’을 조직토록 권장한 이유도 앞서 소개한 배경을 토대로 하고 있다. 

높푸른고양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높푸른고양21이라 함)의 경우는 이랬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푸른경기21)등과 지역 그린스타트 구성방안을 협의 해오던 중 고양시 관계부서로부터 의제21 추진기구인 높푸른고양21이 중심이 되어 환경부 지침에 따라 그린스타트 조직을 구성하면 좋겠다는 권유를 받고 2009년 2월 정기총회를 거쳐 정관을 개정하면서 협의회 내에 그린스타트 설립 근거를 마련하였다. 총회에는 고양시 관계부서에서 나와 협의회 그린스타트 조직의 필요성을 설명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제 예산 신청 및 집행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뜻이었을까. 그린스타트 조직 구성을 논의할 준비위원회 구성과 소집,  회의 개최 등 시작부터 행정의 일방적 진행이 이뤄지고 급기야 4월 들어 조직구성의 주체가 되어야 할 높푸른고양21은 철저히 배제된 채 그린스타트 네트워크라는 조직의 발대식을 가졌다.

이 조직은 지난 9월 고양시 환경보호과를 통해 사무실 운영비를 포함한 약2,700만원의 사업비를 시의회에 신청했다가 이미 지역사회에서 관계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높푸른고양21이 있으니 협조하여 일을 추진하라는 통보와 함께 예산안이 거부된 바 있다. 

높푸른고양21은 2009년만 하더라고 5월부터 시작하여 두 달간에 걸친 그린리더 전문가양성과정을 직접 기획, 운영하여 36명의 기후강사를 양성하였다.

이들 기후 강사들은 그 후 두 차례에 걸친 능력개발교육을 마치고 9월부터 현재까지 15개 초등학교와 시민집회 등 70여 시간의 교육·홍보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초등학생과 시민들에게 우리가 직면하고 고통 받고 있는 지구 온난화의 현상과 원인이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흐름과 노력은 어떠하며 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발로 뛰며 그들에게 교육하고 의견을 나누어 오고 있다.

고양시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겨우 담당 공무원 도움을 얻어 환경부 예산을 할애 받고 또 일부는 경기도 의제로부터 어렵게 얻어와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나마 그 예산도 바닥이 나자 강사들은 무료봉사로 활동을 언제까지라도 계속해 나가겠다고 걱정 말라고 한다. 

아쉬운 것은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저탄소 운동을 펼치는 시 행정이 시민들의 이런 지원활동을 외면한 채 낯선 조직의 예산 확보에 매달리고 있는 현실이다.

그린스타트 조직 문제로 이렇게 터무니없는 말썽이 일어나고 있는 지자체는 그 어디에도 없다. 높푸른고양21은 시민과 기업, 고양시 행정의 합의로 이루어진 시민주도형의 거번스이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협의를 통해 보완해 나가는 것이 거버넌스를 이끌어 나가는 참된 의미다.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조직을 두고 비전이니 능력이니 운운하는 것인가?
중국 한 무제 시절 서북부 여러 나라와 문물을 트면서 국운을 부강시킨 장건 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장건이 교역에 성공하자 관원, 민간인 할 것 없이 너도 나도 가 교류를 위한 사자로 나서기를 나라에 신청했고 서로가 사자로 뽑히기 위해 남을 헐뜯고 비방하고 모략했다. 사기(史記)에서는 이들을 ‘견물생심의 건달들’로 평하고 있다. 허울이 좋아도 행동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으면 혼란만 야기된다. 

2010년 예산 심의를 위한 시의회 회기도 이제 곧 끝난다. 시민과 기업 행정이 함께 파트너십으로 참여하는 지방의제21의 정관을 이용해 편법으로 예산을 확보하려다 실패하자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의제를 비방하는 이런 행위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델피’의 신탁과도 같은 시의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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