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로컬푸드의 사례 취재를 위해 일본에 다녀왔다. 일본은 명칭은 다르지만 지역 농산물의 지역 소비라는 동일한 의미를 갖는 지산지소 운동을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작해왔다. 우리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농업을 외면하고 있었던 시기에 일본은 이미 농업에 재주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일까. 로컬푸드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대부분 생소해하지만 지산지소에 대해 취재를 왔다고 하면 지나가던 행인조차도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눈치다. 그리고 지산지소가 어떤 점에서 좋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망설임없이 답해주었다. 농업이 살아야 지역이 살 뿐만 아니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이 지속적으로 생산 가능하다는 이들의 답변 속에서는 농업에 대한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생산자 인터뷰를 위해 만난 카와니시 신야씨.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지난 7년여간의 동경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아버지는 회사원, 어머니는 주부로 농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집안의 그가 대학 졸업 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까닭은 그저 농사가 하고 싶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어째서 농사가 하고 싶어졌는지 물었다. 카와니시씨의 답변은 간단했다. 안전한 먹거리를 만든다는 소명 속에서 다른 어떤 직종 보다도 밝은 미래가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라고.

또 다른 인터뷰에서 만난 타케무라 시노부씨. 지금은 오사카부의 농정실에 몸 담고 있는 그녀이지만 정년 퇴직 후에는 작은 밭을 일궈 생활할 계획이라고 했다. 타케무라씨 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인들이 퇴직 후에 고향에 돌아가 농사를 짓는 것을 꿈꾼다고 한다.

3박 4일동안 취재를 통해 느낀 것은 대도시든 농촌이든 농업을 하나의 직종이 아닌 삶의 근간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기 농작물을 철저히 관리하고 농지 보존을 위한 조례를 만들고 가까운 곳의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이 당연시 되어 있었다. 도시나 농촌이나 한 뜻을 통해 움직이는 모습이 취재인이 아닌 고양시민으로서 부러웠다.

과연 이들이 눈에 비친 농업의 밝은 미래가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생각해왔던 환경, 지역 경제, 안전한 먹거리 이상의 무엇이 있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이번 취재의 이것을 알아오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들어보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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