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걸작 건축물 선정 ‘십자가 없는’ 원당성당

‘원당역에서 5km 떨어진 곳에 현장이 있다. 언젠가는 한가롭고 여유가 있던 농촌마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생활 패러다임 자체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고 도시의 확장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변해 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읽게 된다.’

2002년 한국건축가협회 걸작 7점 가운데 포함된 원당성당(주임신부 강석·965-3961)의 설계를 맡은 정림건축 백문기 상무의 건축 초기의 고민이다. 이런 고민을 설계에 반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 성과 속의 조화가 바로 원당성당을 설계하는 사람들에게 관건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개발의 길목에서 무질서하게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성사동 일대에 성당 건물을 짓는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난제였다. 또 세속과 구분된 공간으로서 교회, 일반인들에게 낯설지 않는 공간으로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런 여러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비어있는 너른 마당’을 기본 컨셉으로 삼았다. 여기에 성당부지에 뿌리내리고 있던 오동나무 한 그루를 살리기로 했다.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한 외벽에 나무 그림자를 걸리게 해 고딕건축의 깊이에 자연미를 더했다. 조화를 이룬 건축이 되게 하겠다는 의도로 원래의 땅을 상처내서 봉합하는 공법도 활용했다.

모든 층을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도 만들어 장애우들의 불편을 최소화 한점이나 자연채광을 이용해 제단을 조명으로 활용한 것도 건축공학 상 눈에 띠는 점이다. 또한 십자가 첨탑이 없는 것도 특이하다. 신도가 아닌 사람들에게 이질감을 최소화하면서도 종교시설로서의 성스러움을 나타낼 수 있다면 족하다고 생각한 것.

2002년 한국건축물 걸작 7점은 2001년에 세워진 한국 건축물 중 미학적 가치가 뛰어난 건물 50여점 중 선정해 협회상 수상작으로 지난 달 27일 발표했다. 수상작은 원당성당(건축가 정림건축)을 비롯해 △성남시 이매동 한솔집(건축가 허서구 이준복) △성남시 금토동 금토동주택(건축가 이타미 준, 최문규) △안산시 서울예술대학 안산캠퍼스(건축가 조재원 유태용) △울산 삼산동 프라우메디병원(건축가 김영준) △인천시 운서동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건축가 KBHJW컨소시엄)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건축가 황일인)이다.

김원 도창환 이성관 유원재 최동규 등 건축가 5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원당성당은 낮은 칸막이 벽과 같은 형식의 진입 공간이 눈길을 끈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또 수상작 중 한솔집과 금토동 주택은 작은 건물의 아룸다움을 한껏 보여준 작품, 단정한 외관의 울산 프라우메디 병원은 환자들에게 편안함을 주어야 한다는 병원 건축의 기본 정신을 잘 구현함으로써 병원 건축의 전범을 보여주었다고는 평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은 대형화를 자제하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한국 건축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역작이었지만 환경적인 배려가 부족을, 서울예술대학 안산캠퍼스는 건물이 편안함을 주지만 동시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 수상작은 11월 열리는 한국건축대전에 전시된다.

한편 원당성당 건축감독관 손두호씨는 “2년여의 건축기간 동안 통행불편과 먼지 소음 등으로 지역 주민에게 불편을 끼친 점을 사과한다. 성당이 지역의 좋은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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