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습지 귀한 손님, 탈진우려속 대처 늦어져

다리가 부러진 재두루미 한 마리가 지난 14일 장항습지에서 목격됐다.
천연기념물 제203호로 보호?관찰되고 있는 재두루미는 큰 강의 하구나 개펄, 습지, 농경지 등지에서 겨울을 나는 새로 한국에서는 10월 하순에 찾아와 이듬해 3월에 되돌아가는 보기 드문 겨울새다.

다리가 부러진 재두루미. 사진 고양환경운동연합 제공
부상당한 재두루미를 목격한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습지 논 부근에 있던 재두루미가 부러진 다리 한 쪽을 축 늘어뜨린 채 날아오르는 것을 확인했다”며 “다리를 다친 새는 먹이활동이 쉽지 않아 금새 탈진하기 때문에 하루빨리 포획해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택지 개발 등 대규모 공사로 안정적인 먹이터가 사라지는 현실에선 재두루미가 더 많이 움직여야 먹이를 찾아 먹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힘들게 겨울을 나는 재두루미에게 부러진 다리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박 위원장은 “지난 17일 현장에 다시 나가본 결과, 처음 목격된 장소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다리가 부러진 재두루미가 무리에 섞이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며 “치료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시 관계부처가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박 위원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고양시 환경보호과 담당자는 “일반 야생동·식물이 부상당했을 경우 구조와 치료활동이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지만 천연기념물은 업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수한 상황이라 (구조활동이) 체계화돼있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천연기념물 보존·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시 문화예술과 담당자는 “일단 재두루미 부상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도 “보고가 들어왔다면 소방서나 조류보호협회 등의 협조를 받아 바로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천연기념물과 관련한 규정이 모호해 부서간 불협화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번 건은) 예외적인 개별현상일 뿐 행정체계의 잘못으로 비쳐지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지금껏 천연기념물에 대한 구조활동은 잘 돼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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