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수오리'

종로의 미리내, 광화문의 선다래, 신당동의 할머니 떡볶이 그리고 영등포의 뚜리바 냉면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그 시절 90원짜리 뚜리바 냉면 두 그릇에 통만두, 직접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면 약 3백원 했다고 한다.

어찌나 장사가 잘됐는지 졸면서까지 돈을 세야했던 기분 좋은 추억이 있는 석수오리. 사장님은 음식장사가 천직이었을까? 90년대 초 일산으로 이사 온 후에 오리요리로 새롭게 음식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문봉에서 시작했다가 지난 12월초에 넓고 주차하기도 좋은 풍동 애니골로 확장·이전한 석수오리. 영양상태가 좋은 건강한 오리여야지 고소한 맛을 낸다고 한다. 그래서 오리를 직접 사육하지는 못하지만 원당과 인천 등지에서 건강한 오리들만 엄선해서 구입한다고 한다.

석수오리 주요메뉴는 뚜리바 냉면을 포함해서 로스돌판구이, 양념돌판구이, 황토진흙구이, 한방오리백숙, 훈제오리구이 등이다. 넓적한 돌판에 감자와 양파 그리고 생오리고기만을 구워서 먹는 로스돌판구이는 석수오리의 특별메뉴.

로스돌판구이는 소금 등 양념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음식마다 고유하게 염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쓸 필요도 없고, 수입되는 많은 소금이 음식의 맛을 해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양파와 감자의 좋은 성분이 오리고기와 어우러져서 맛과 건강을 함께 잡을 수 있기도 하다. 그렇게 먹고 나서 볶아주는 밥 또한 일품이다. 볶음밥을 돌판에 누룽지처럼 납작하게 눌렸다가 계란말이처럼 말아서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것이다. 고소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한 때 유명했던 뚜리바 냉면을 후식으로 맛볼 수 있다. 어떤 음식에서도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냉면 역시 뒷맛이 시원하고 개운하다. 또한 조선고추만을 사용한 양념장을 사용했기 때문에 먹을수록 청량한 매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매워서 땀을 흘릴 때 구수한 누룽지 한 그릇으로 입가심을 할 수 있는 것이 석수오리의 로스돌판구이다.

“6년 만에 우리 집을 다시 찾은 손님이 미국가기 전에 먹었던 그 맛이 그대로라면서 그 맛을 간직해줘서 고맙다고 하고, 늦둥이 가진 임산부는 어릴 때 먹던 그 냉면 맛이라며 입덧이 가셨다고 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는 인심 좋은 사장님은 좋은 재료로 옛날 맛을 유지하고, 고기 양도 푸짐하게 얹어주신다.

여러 가지 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입맛을 걱정하는 사장님. 석수오리집에서 먹는 다양한 요리들은 잊혀진 우리들의 미각을 생생하게 되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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