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1동 고양시 최고령 110세 김소심 할머니

“살아오면서 ‘화’를 낼 일이 있어도 그저 편하게 마음을 다스리며 웃었어요 호~호”
해마다 이맘때면 고양시 관내 90세 이상 장수하신 어르신을 찾아서 취재하게 된다. 2000년 4월 11일 발급된 주민등록증에 000103-0000000로 기재된 고양시 최고령이신 김소심 할머니가 이번엔 그 주인공이다.

“집에서 큰 소리가 담장을 넘지 않았다”고 하는 김 할머니. 5대 독자인 아들(박행준 70세), 며느리(김영심 64세) 그리고 맏손자 부부와 초등 2학년인 증손자(준서)랑 함께 4대가 오순도순 살고 있다고 한다. 아들인 박행준씨는 “2000년도에 폐렴 증상으로 일주일 입원 했을 뿐이며, 어머니는 병원 문턱에 간 적도 없으시고 노환으로 귀가 좀 어둡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40세의 다소 늦은 나이에 낳은 5대 독자 아들을 키울 때는 그 당시 귀한 고기반찬과 쌀밥에 온갖 정성과 사랑을 듬뿍 얹어서 키웠다고 한다. 그 아들을 군대에 보낼 때는 애절함이 컸다고 하는 할머니. “그 때는 군에 가서 대부분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직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도하였다”고 했다. 할머니의 간절한 기도 덕분으로 그 아들은 군대를 무사히 재대하고 결혼해 아들 둘을 낳고 올해 70세의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5대 독자 아들인 박행준 씨는 74년도에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는데, 그 후유증으로 2003년도에 골염부암이 발병하여 오른쪽 다리를 절개하는 수술을 하고 의족과 목발에 의지해서 지내고 있다. “5대 독자의 뜻하지 않은 수술이 가슴을 저미게 했다”는 할머니. “아들이 10살 무렵 6.25 전쟁이 나서 가족 셋이 피난 가다가 폭격을 당했는데, 논두렁 도랑으로 몸을 던져 간신히 살아났었고, 굴속에서 숨어 살았었다”며, 그 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혼자라서 부모님의 큰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고 하는 아들은 “군에 가기 전 고기 아니면 밥을 안 먹었는데 63년도에 군 복무를 하였던 철원에서 한겨울에 꽁꽁 언 냇가에서 얼음을 깨고 군복을 빨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며, 나눔을 알게 되었다”고.

또한 72년도에 목포에서 가구점을 운영하셨던 아버지가 지병인 중풍으로 돌아가신 것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집안에서 살림만 하셨던 김소심 할머니는 40세가 넘어서 교회를 다니셨다고 한다. 지금은 행신동 ‘주은혜교회’를 일요일마다 가족 모두가 손잡고 간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할머니랑 이름 석 자 중 중간자만 다른 며느리 김영심 씨는 “어머니는 기름진 거 안 드시고 무 볶음, 시금치를 원래 이로 잘 씹어 드시며 황태조림도 즐겨 드시고, 기억력이 좋아서 안경 끼시고 찬송가를 따라하신다”고 했다. 할머니가 즐겨 부르시는 찬송가는 460장(지금까지 지내온 것)이다. 신앙의 힘이 건강하게 살아온 또 다른 비결이라며 거실 벽면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액자가 걸려있었다. 김 할머니는 저녁 9시면 잠자리에 들어서 아침 7시면 기상할 정도로 잠을 많이 편하게 주무신다고 한다.

또한 김장철 마다 며느리를 도와서 무채를 직접 썰어서 맛깔나는 김장 김치를 담그면 이웃에도 나눠주시고, 설날엔 만두, 추석 땐 송편을 예쁘고 맛있게 빚어서 가족들의 기쁨이 넘친다고 한다. 아들은 “친구들이 주변에서 4대가 산다고 부러워도 하고, 시샘도 한다”고. 어머니는 배운 것은 없으셨지만, 5대 독자인 아들이 정직하고 순수하게 살도록 행동으로 보여주셨다고 한다.

정부로부터 지난해 효부상을 받은 며느리 김영심 씨는 “집안에 키우는 ‘꽃기린’이 예쁘게 피었다며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무척 기뻐하셨다”며, 꽃 하나가 피어도 할머니랑 그 기쁨을 함께 나눈다고 했다.

취재 내내 110년 세월을 살아오신 단아한 자태와 넉넉하고 소박한 미소가 품어져 나왔던 김 할머니는 지금도 방청소뿐만 아니라 속옷도 직접 빨고, 바느질도 하시며 몸을 움직여서 중풍, 치매는 물론이거니와 요실금도 없이 건강한 생활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상 할머니를 곧잘 따르는 증손자인 준서가 학교에 가서 할머니 자랑을 많이 하는데 더 건강하게 가족 곁에 오래 머물며 행복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아들 부부는 새해 소망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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