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경/강촌수필

이따금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술한잔 후 노래방에 들를 때가 있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즐기는 이유를 들자면, 술기운에 그 여흥을 즐기자는 것이 첫번째 이유가 되겠지만 한편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에 도취되어 마음껏 기량을 뽐내고 싶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 일 것이다.

노래방의 풍속도 중에 노래 점수가 100점이 되면 비록 장난이지만 그에 대한 벌금으로 만원을 내는 놀이가 있다. 하긴 100점을 받은 것에 대한 사의의 표시로 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강요되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벌금이라 해야 함이 옳을 것 같다.

노래를 잘한 것에 대한 벌금, 잘 튀어 그보다 못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으니 그에 대한 벌금을 내야한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노래를 잘한 것에 대한 벌금 징수라는 소시민적 사회인식, 그 안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일을 잘하면 상금을 주는 것이 그동안 우리에겐 통념적 사고 방식이었는데, 요즘 우리 사회의 노래방에선 노래를 잘하면 벌금을 내라 한다.

사회란 비록 적은 사람이라 해도 사람이 어울려 서로 교류하며 지내는 곳을 말한다. 그러기에 비록 작은 단체와 같은 집단도 그 사회를 위해 질서가 요구되고 그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해 앞장 서는 사람을 필요로 하게 된다. 물론 앞장서는 사람이란 사회단체에선 회장이 되겠고 회사에선 사장이며 군대와 같은 조직에서는 대장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의 능력이나 방침은 그 사회에 많은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앞장선 대표를 뽑을 땐 선거와 같이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선임하는 것이 민주 사회에 있어서 상례이기도 하다.

인류의 역사 속에 수 많은 앞장 선 사람들, 그 중엔 칭송받는 성인이나 영웅도 있었고 지탄 받는 악인도 있었으며 그냥 이름 없이 사라져 간 보통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실적에 따라 후세 사람들에 의해 그렇게 평가 되었다. 어쨋든 그런 앞선 사람들에겐 앞선 만큼 권한도 주어지겠지만, 또한 그만큼 막중한 책임이 주어지는, 적어도 따라가는 사람들에 비하면 많은 어려움을 갖게 마련이다.

앞서가는 사람과 따라가는 사람들, 결국 그것도 사회라는 조직의 질서와 발전을 위해 분업이라는 임무 분담의 한 형태라 할 수 있겠다.

‘앞서가야 하는 사람'의 분담 역할이란 따라오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의견을 수렴하여 대의에 따라 이를 지도하며 인도하는 일 일 것이고, '따라가는 사람들'의 몫이란 각자의 맡은 바에 충실하며 앞서가는 사람의 지도적 입장을 존중하고 그를 이해하여 따라주는 일 일 것이다.

그러므로 앞서가는 사람의 따라오는 사람에 대한 배려 또한 원칙에 따라 모두에게 공편하게 사랑으로 대하는 일이어야 할 것이고, 따라가는 이들의 앞서가는 이에 대한 배려는 무대에서 연주하는 연주인에게 박수를 보내고, 공로자에게 칭찬과 성원을 보내며, 훌륭한 공적을 남긴 자를 칭송하여 후세에 기억하는 일과 같은 맥락이 되어야 하겠다.

그러한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노래방에서 백점 받은 사람이 그에 대한 벌칙으로 벌칙금을 낸다는 것,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그것은 우리의 근세 역사 속에서 부패한 정치 지도자나 권력자에 대한 시민적 불신과 냉대가 이를 자초한 것이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앞서가던 많은 자들이 권력을 남용하여 말없이 따라가던 많은 소시민들을 농락하고 수탈한 탓이었을 게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는 '앞서가는 자'와 '따라가는 자들' 사이가 불신과 적대감으로 얼룩지고, 결국 따라가는 자들의 분노가 앞서가는 자들을 바아냥거리며 노래방의 벌금처럼 벌금을 징수하게 만든 것이겠다. 

우리 사회의 그러한 모습을 보며 ‘거꾸로 가는 사회'라 하며 이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 가고 있다. 지도자가 존중받는 사회, 이는 지도자의 할 탓이겠지만, 우리의 시민의식 속에 지나친 지도자에 대한 불신감도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그것은 특히 선진 사회를 목표로 하는 우리의 이 시대에 있어서 각 분야에 전문가와 같은 많은 지도자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이 있는 사람에게 칭찬과 성원이 인색한 사회, 지나치게 경쟁하여 서로를 시기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사회, 그러한 ‘거꾸로 가는 사회'를 ‘바로 가는 사회'로 만들어 가는 길이란, 결국 우리 소시민들이 얼룩진 역사 속에 점철된 냉혈진 불신감으로부터 따뜻한 신뢰감으로 마음을 회복 해 가는 일이 우선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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